[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맨스플레인(man+explain) 현상을 통렬하게 비판한 페미니즘 작가 리베카 솔닛의 책이다. 솔닛이 작가로서 활동하게 된 시작점인 동시에 그의 사회학자이자 역사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저술이다. 200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마크 린턴 역사상, 샐리 해커 상을 받았다.
책은 영국 출신의 사진가 에드워드 머이브리지(1830~1904)의 삶을 조명한다. 머이브리지는 활동사진의 핵심 요소를 발명한 인물이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기로 손꼽히던 경주마 ‘옥시덴트’의 달리는 네 발이 모두 공중에 떠 있는 사진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간 너무 빠르게 움직여서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동물과 인간의 동작을 포착해낸 것이다. 이러한 고속사진 기법의 발명은 영화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이에 솔닛은 “과학, 예술, 오락, 그리고 의식의 영역에서 신세계가 열렸다”고 평한다.
솔닛은 머이브리지가 남긴 사진, 그와 관련된 기록과 자료를 샅샅이 연구해 그의 삶을 재구성한다. 단순히 평전에서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19세기 미국 서부의 역사와 풍경, 그리고 그 속의 인물과 사건을 생생히 묘사한다. 미지의 땅, 모험과 정복의 땅, 그리고 황금의 땅으로 여겨졌던 미국 서부의 역동성 안에서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는 광경을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을 향해 집요한 추적을 이어나가는 솔닛의 『그림자의 강』은 스마트폰에서나 텔레비전의 영상이 주변에 널린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그 역사의 시초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의미심장한 책이다. 솔닛은 이런 현상을 지적하며 “우리 모두가 재현의 동굴에 갇혀 있다”고 말한다.
『그림자의 강』
리베카 솔닛 지음 | 김현우 옮김 | 창비 펴냄 | 460쪽 | 2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