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이 내 삶을 바꾸려면
페미니즘이 내 삶을 바꾸려면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2.25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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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페미니즘은 이미 정치적 구호가 아닌 일상의 용어가 됐다. 그만큼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젠더의 정치경제학, 노동, 이주, 환경 문제 등을 주로 연구해온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아예 페미니즘을 라이프스타일(life style)로 규정한다. 라이프스타일이란 우리 삶을 이루는 갖가지 구조, 의식, 행동 등의 요소가 결합한 생활 체계를 말한다. 페미니즘이 라이프스타일이 된다는 것은 삶의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페미니즘에 입각해 구성한다는 뜻이다.

그는 최근 펴낸 저서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반비)에서 “페미니즘은 양비론이나 이분법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라며 “누구와 무엇을 모색하며, 어떤 희망과 목적을 갖기 위해서 내 에너지를 생선하고 재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입장”이라고 말한다. 책을 출간한 반비는 민음출판사의 인문, 교양 부문 브랜드이다.

이 책은 현재 한국 여성들의 일과 삶, 관계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분석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특히 소비 영역에 국한된 페미니즘에서 벗어나 ‘통합적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페미니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합적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페미니즘이란 소비를 통해 여성의 지위와 권력을 향상하는 게 아니라 삶의 태도, 가치, 지향점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는 것이라는 게 저자의 정의이다.

이 같은 정의는 사회의식을 고양하는 굿즈(상품) 혹은 여성들의 삶을 다룬 예술인들의 작업에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에 돈을 쓰는 방식의 ‘가치 소비’ 위주인 기존의 한국적 페미니즘과는 결이 다르다. 가치 소비란 자신이 가치를 부여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과감히 소비하는 성향을 말한다.

김 교수는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페미니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을 씀으로써 사회운동과 공동체에 참여한다는 정치적 판타지”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향유와 정치, 연대도 오로지 소비로 해결하려는 태도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아닌 내 몸의 속도에 맞는 대화와 활동을 늘리는 일, 여성에게 요구되는 ‘꾸밈 노동’에서 벗어나는 일, 1인 가구 여성들이 신혼부부 위주의 주택사업에 항의하며 ‘세금을 내는 만큼의 혜택’을 요구하는 움직임 등이 저자가 말하는 통합적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페미니즘이다.

책을 기획한 반비의 조은 편집자는 <독서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페미니즘 관련 에세이는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중심에 둔 책들이 많았다”며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은 개인의 서사에 매몰되기 보다는 페미니즘을 큰 관점에서 분석하고 읽어내려는 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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