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위기’,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른다
‘감정의 위기’,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른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2.24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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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감정(感情)은 “어떤 현상에 대해 일어나는 마음 혹은 기분”을 말한다. 그래서 감정 뒤에는 대개 ‘표현하다’라는 동사가 따라붙는다. 우리가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자주하는 행동이 바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다. 달리 말하면, 감정을 적절하게 잘 표현해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는 ‘감정 과잉’ 시대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사회 곳곳에서 감정 해소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갑질’ ‘동성애’ ‘난민 문제’ ‘포퓰리즘’ 등의 화두를 파헤치다보면, 거기에는 이념과 계급의 문제보다 감정의 대립이 고약하게 도사리고 있다. 국어사전에 감정을 검색했을 때, 첫 번째로 등장하는 예문이 “서로 감정을 풀고 화해해라”인 것은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자 대안사회를 위한 호혜경제, 인권, 감정사회학을 주로 연구하는 김왕배는 책 『감정과 사회』(한울엠플러스)에서 나와 타자와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감정사회학적 성찰을 제시한다. 그는 “한국인의 삶에 뿌리박힌 습속들,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대하는 모든 태도 안에 해석돼야 할 고유한 감정의 언어가 묻어 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감정을 은폐하고 억압하기보다 적절하게 표현하고 교감해야 한다. 그래야 ‘인간적인 사회’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감정론은 “정당하지 못한 무시와 모멸, 차별, 적대, 증오로 점철돼온 인류 역사 속에서 ‘사람다움’을 회복해보고자 하는 바람의 표현이며 무엇보다도 ‘나’의 삶에 대한 반추이며 성찰”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십시일반(十匙一飯)에 의한 일반적 호혜와 느슨한 연대’를 강조한다. 그는 “십시일반의 호혜는 사회의 익명적 구성원들이 자신의 현실적인 삶의 이해관계 또는 형편에 대한 별다른 압박 없이 공동체를 보호하고 지탱하는 교환으로서, 나와 타자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실천전략”이라고 말한다.

십시일반(十匙一飯)에 의한 일반적 호혜와 느슨한 연대는 ‘공감’과 ‘소통’이라는 키워드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이경원 SBS 기자는 최근 책 『감정민주화 : 혐오시대의 민주주의』(한울)에서 감정의 위기는 감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감정 민주화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자질로 공감과 소통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공감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고, 공감을 통한 감정 민주화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가.

이 책은 나와 우리, 공동체의 근간은 불완전하고, 변덕스럽고, 갈피를 잡기 어려운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감정 민주화의 대안으로 말하고 싶은 공감은 나 자신, 내가 속한 우리,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불완전함’을 당당히 인정하는 감정”이라며 “공감은 나의 허약함과 우리의 허약함, 공동체의 허약함에 대한 과감한 인정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이어 “이 진부한 감정어가 부정적인 감정이 부유하는 작금의 위기에 근원적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혐오의 악순환 그 어디쯤을 단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며 “혐오를 ‘악한 것’이라고 손쉽게 규정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각각 감정론과 감정 민주화를 통해 한국 사회의 오늘을 진단한 두 책은 공감에 기반한 지속적인 소통이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사회적 연대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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