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남긴 과제…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코로나19가 남긴 과제…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2.22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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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1년여 지속된 코로나19에 지친 탓인지 한국사회의 코로나 담론은 대부분 ‘현상 진단’에 그쳤고, 코로나19 이후 만들어야 할 ‘새로운 일상’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출간된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창비)은 ‘코로나19 이후’에 생각해 볼 많은 지점을 제공한다. 책에는 인권, 환경, 노동, 젠더, 인종, 장애 등 코로나 시대가 드러낸 한국사회의 사각지대에 관한 전문가 10인의 고언이 담겨있다. 인권활동가 미류,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 고금숙, 배달노동자 박정훈, 홈리스 활동가 최현숙, 영화감독 이길보라, 작가 이향규 등 10인은 각기 다른 자리에서, 다양한 각도로 코로나19가 남긴 과제에 골몰한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는 「우리는 서로를 책임질 수 있을까」에서 국가적 재난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적 약자의 삶을 가장 먼저 덮친다는 것을 지적하며, 우리가 애써 외면해왔던 자본주의의 폐단을 들춰낸다. 그는 “바이러스 전파와 그 가능성 사이에서 자유를 확장하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며 “수많은 폐기물을 만들어내며 기후 위기와 또 다른 펜데믹을 예비하는, 인간조차 폐기물로 만들어버리는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방향을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플라스틱 프리 활동가 고금숙은 「마스크는 썩지 않는다」에서 펜데믹을 핑계로 횡행하고 있는 ‘일회용품 남발 현상’에 대해 일침을 놓는다. 저자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가 확산하면서 배송과 배달음식 주문이 늘어 일회용 식기 사용이 급증한 점을 들어 환경오염 문제가 코로나19와 맞먹는 또 다른 국가적 재난이 될 수 있음을 꼬집는다.

저자는 이의 해결책으로 건강 문제, 생태 독성, 기후 위기 등의 외부비용을 반영한 ‘탄소세’ 시행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는 각종 화석 연료의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저자는 새 플라스틱과 화석 에너지에 가격을 매기고,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한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탄소세 재원으로 바우처를 지급할 것과 재사용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든 물건에 보증금을 붙여 물건이 순환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책 『후아유』 등을 통해 이주 여성과 다문화 청소년, 북한 출신 청소년들의 어려움에 관심을 가져온 이향규 작가는 「인종주의라는 바이러스」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퍼져나간 인종주의의 위험성을 고발한다. 영국에 거주 중인 저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초창기 우한을 중심으로 확산할 당시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아 고초를 겪었다. 그는 “인종주의도 바이러스처럼 확산됐다”며 ‘혐오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의 편집자인 이지영 창비 인문교양출판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는 때가 온다면 지금의 시간들은 어떻게 기억될까. 떨어져 사는 법을 배워야겠지만 정반대로 우리 모두 떨어져서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시간으로 기억된다면 다행일 것”이라며 ‘연대’와 ‘공존’을 작금의 상황을 극복하는 키워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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