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기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어른들의 공부 『어른의 교양』
[리뷰] 자기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어른들의 공부 『어른의 교양』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2.19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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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어른다운 어른은 어떤 모습일까. 어른이라는 이유로 어린 사람들에게 훈계와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면 ‘꼰대’고, 정작 필요할 때에는 아무런 해답도 제시하지 못한다면 ‘무능한 사람’이다. 좋은 어른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어른의 말을 좀처럼 믿지 못한다. 천영준 박사의 책 『어른의 교양』(21세기북스)은 이러한 위기에 처한 어른들을 위한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현재 어른의 권위가 흔들리는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을 제시한다. ‘꼰대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르도록 종용하는 환경’과 ‘의외로 발달한 미디어와 플랫폼의 기술’이다. 꼰대와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저자의 분석에서 통찰력이 드러난다. 그가 분석한 꼰대는 남의 인생에 개입하는 걸 즐겨하며, 누군가를 돕는다는 이미지만 가져가려는 자들이다. 또한 현대를 거쳐 발전한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정보가 우리를 특정 행동을 하게끔 유도한다.

두 가지 원인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기다움’을 잃는다. 어른들에게 인문학적 교양을 쌓을 것을 요청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아가 돼야 하고, 이는 어른이 되려고 노력했던 거장들의 기록, 즉 고전을 통해 쌓아갈 수 있다고 진단한다. 저자는 <독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여러 거장들을 소개한 책들은 개념이나 설명이 많았지만, 시대정신과의 교감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전달하는 데 소홀했다”며 “거장들의 생각을 우리의 시대상에 맞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집필 배경을 술회했다.

『어른의 교양』의 본문에는 30인의 사상가와 예술가가 소개된다. 단순히 사상이나 예술 영역에서의 거장의 생각이나 이론을 소개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이 지닌 매력이다. 이 책에서 거장들은 잘난 체하는 어른이 아니다. 저마다 자기 시대의 문제점에 대해 성찰하고 대안적 가치를 제시했던 한명의 인간이다.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점과 거장들의 생각을 연결하면서, 저자의 말은 다른 고전이나 교양서적보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저자는 30인의 인물 중에서 ‘소크라테스’ ‘마키아벨리’ ‘다니엘 카너먼’ 등 세 명을 보다 중점적으로 읽어야 할 인물로 꼽았다. 이들은 각각 ‘생산적 의심’ ‘약육강식 세계에서 약자의 생존법’ ‘인간의 손실회피 성향’을 대표한다.

소크라테스의 삶은 다수의 의견이 정론으로 통용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현실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마키아벨리는 미·중 패권다툼의 현장에서 상대적 약소국인 한국이 약육강식의 국제 질서 속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을 제시한다. 다니엘 카너먼은 인간이 이익보다는 손실에 더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경제학자인데, 살아가면서 특정 누군가가 손실에 대해 강조한다면 이러한 손실 프레임을 인지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한편, 저자는 이번 책에는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근대인들의 사유라는 것에 대해 살펴주기를 당부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빠른 경제적 성장을 이뤘지만, 정신적 성장은 더디다는 이유에서다. 왕조 시대에서 식민지를 거쳐 바로 현대 시대에 진입한 우리에게 근대적 사유를 되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정신적 근대화의 생략은 꼰대의 발생을 초래했다고도 했다.

저자는 “우리 사회는 힘 센 사람에게 도덕적 지위를 귀속시키고 그를 중심으로 서열과 비중이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는 근대인이 진정한 어른일 수도 있다. 근대인들이 겪었던 근대적 사유를 독자들이 스스로 살펴봐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교양’이라는 단어에 알레르기를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말이 마치 위선자들의 허례허식, 잘난 체 등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허나 ‘자기다움’을 잃지 않기 위한 어른들의 몸부림과 철저한 반성, 그리고 통찰을 교양이라고 부른다면, 자기다움을 잃기 쉬운 이 시대에 다른 가치와 삶을 포용할 줄 아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이러한 교양은 권장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른의 교양』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 236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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