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퀴어 이론 산책하기』
‘퀴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 『퀴어 이론 산책하기』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3.02 0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영 작가의 소설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문화계가 퀴어(queer) 열풍이다. 지난해 교보문고는 ‘올해의 한국 작가’ 중 한명으로 퀴어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박상영 작가를 뽑았다. 그는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문학동네), 『대도시의 사랑법』(창비) 등의 소설을 통해 퀴어의 삶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 대중적인 화법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대형 감독, 영화 <윤희에게> 스틸컷

이뿐만이 아니다. 레즈비언의 사랑을 다룬 영화 <윤희에게>(2019)의 임대형 감독은 지난달 열린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과 각본상을 수상했다. 그는 “<윤희에게>는 퀴어영화다. 이 사실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아직 어떤 영화인지 모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서”라며 “LGBT 콘텐츠가 자연스러운 2021년인 것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LGBT는 성적 소수자를 이르는 말로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양성애자(Bisexual), 트렌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에서 따왔다. <윤희에게>는 김희애라는 대중친화적 배우가 레즈비언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런 현상은 평론의 영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조선일보> 문학평론 수상작(성현아, 「이차원의 사랑법-박상영론」)과 <동아일보> 영화평론 수상작(김명진, 「오랜 세월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존재에 대하여, <윤희에게>」)은 모두 퀴어를 소재로 했다. 말하자면 퀴어는 최근 한국 문화를 선도하는 하나의 트렌드이자 주목할 만한 현상인 것이다. 이에 따라 퀴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학문적인 틀로 사고하려는 사람들 역시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 나와 있는 퀴어 입문서 대부분은 동성애의 역사와 운동, 개념 및 이론을 설명하는 지루하고 딱딱한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게다가 대부분이 백인 게이 중심으로 기술돼 있고, 흑인과 트랜스젠더 그리고 장애인 퀴어에 관한 문제를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출간된 책들이 대체로 번역서라 한국의 지형에 잘 맞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공자는 억지로 읽고, 일반인은 어려워서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전혜은, 책 『퀴어 이론 산책하기』(여이연)

이런 측면에서 최근 나온 『퀴어 이론 산책하기』(여이연)는 지금까지 출간된 퀴어 관련 서적과는 궤를 달리한 참신한 저작물이다. 책 출간을 담당한 도서출판 여이연(대표 고갑희)은 남성중심, 서구중심, 이성애중심의 패러다임에 의문을 제기하고 페미니즘 이론과 문화를 생산하고자 하는 서적들을 주로 출간한다. 이번에 출간된 『퀴어 이론 산책하기』는 퀴어 이론에 관심 있는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중성과 전문성을 겸비했다.

저자 전혜은은 대학에서 퀴어, 장애, 페미니즘 등에 관해 연구해왔다. 그는 이 책에서 퀴어 이론을 구축해온 학자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복잡한 논의를 쉽고 흥미로운 문체로 풀어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그는 동시에 현재 한국 퀴어 운동의 지평을 가늠할 수 있는 논의 정리를 통해 독자들이 퀴어 이론을 개괄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 실례로 이 책은 퀴어 이론을 단일한 이론으로 귀속하거나 범주화하지 않고, 지금까지 퀴어 이론의 계보를 정리하는 시도들이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는 방식으로 퀴어와 퀴어 이론의 의미 및 의의, 방향성을 함께 사유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저자는 “이 책은 ‘이것만 읽으면 퀴어 이론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자만에 빠진 수험서가 아니다. (중략) 이 책은 퀴어 이론을 좀 더 체계적으로 알고 싶다고 생각할 독자들을 위해 퀴어 이론이 어떤 논의를 하고 있는지 기본적인 것들을 추려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산책의 마음으로, 퀴어의 의미를 사색하듯이 공부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용채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박용채 070-4699-7368 pyc4737@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