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非婚)으로 ‘잘’ 살기 위한 방법론
비혼(非婚)으로 ‘잘’ 살기 위한 방법론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2.18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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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비비탄’은 ‘비혼, 비출산은 탄탄대로‘의 약어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한발 나아가 비혼과 비출산을 삶의 지향점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인식은 유리천장이 높은 한국사회에서 비혼, 비출산없는 탄탄대로는 불가능하다는 기본 명제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시각 자체가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비혼과 비출산을 어쩔 수 없는 ‘포기’가 아니라, 되레 적극적인 ‘선택’의 대상으로 여긴다. 비혼, 비출산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믿음(혹은 효과)도 갖고 있다.

이는 비혼에 대한 광범위한 인식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최근 2030 미혼남녀들을 상대로 실시한 ‘비혼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긍정 44.8%, 부정 11.2%, 생각 없음 44%였다. 특히 여성의 경우 긍정 응답자는 62.6%에 달해 남성(27%)보다 확연히 높았다. 이런 결과는 출산·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등의 부담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여성가족부도 지난달 제4차 건강가정 기본계획안(2021~2025년)에 비혼이나 동거 등 새로운 가족형태를 법 제도안의 가족으로 인정하는 등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이런 변화는 그동안 ‘정상적인 가족상’으로 간주하던 부부와 미혼자녀 가구 비중이 2010년 37.0%에서 2019년 29.8%로 낮아지고, 비혼 가구나 동거 등 새로운 형태의 가정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여전히 거북이 수준이다.

비혼, 비출산 문제에 천착해온 전문가들은 비혼, 비출산자들을 위한 주거공간 확보는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아온 경제 금융제도 개편 등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알마)의 저자 김애순은 “비혼 공동체로 살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공간이 필요하다. (중략) 비혼을 위한 건축 구조를 갖춘 집들을 국가에서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며 “그런 공간이 지역마다 하나씩만 있어도 비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독신여성단체를 조직하고 비혼을 다룬 다양한 책을 번역하고 비영리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비혼의 삶을 살고 있다.

비혼 여성들의 빈곤과 경제적 자립문제 해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송제숙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책 『혼자 살아가기』(동녘)에서 “은행과 제2금융권의 규정들을 깊게 들여다보면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이 제대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등 여러 차별을 받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는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 독립적인 생활공간을 얻으려는 비혼 여성들의 행위를 이해하려면 비혼 여성뿐만 아니라 노동빈곤층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주택과 임대 시스템 등 더 넓은 지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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