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볼 만한 콘텐츠]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해”라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책
[주말 볼 만한 콘텐츠]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해”라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책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2.06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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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인류의 역사는 자유 쟁취를 위한 투쟁의 역사와 다름없다. 이념·국적·종교·성(性) 등의 ‘다름’으로 차별받지 않을 자유, 더 나아가 인생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각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까지. 지금껏 인류는 오랜 피 흘림의 투쟁을 통해 자유 허용 폭을 넓혀왔고, 그 너비에 비례해 우리 사회는 다채로운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렇게 각자가 생각하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자유)를 보장받기 시작했지만, 그런 자유가 항상 유익했던 것만은 아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듯, 온갖 자유 속에서 사람들은 선택의 압박에 신음했고, 과거보다 심한 마음의 병을 앓기 시작했다.

선택의 자유가 없을 때는 체념하고 순응하면 마음이 편했다. 부모의 신분과 직업을 귀천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면 됐다. 가끔 그런 한계에서 기인한 불행으로 울분을 토할 때도 있었지만, 적어도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강요받으며 고통받지 않았다. 행복의 관점에서 보자면 두 사례 모두 불행한 상황이지만, 심리적 타격은 후자가 더 강했다. 선택의 자유가 없어 못 이루는 건 사회의 문제지만, 자유가 있는데 못 이루는 건 오롯이 자기 잘못이니까. 여기서 이룬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 것도 문제다. 최선보다는 최고를 추구하는 비교 문화가 팽배해지면서 기대치가 높아졌기 때문인데, 실제로 서태지는 은퇴 인터뷰 당시 “창작의 고통에 죽을 것 같았다. 새로운 음악을 만들 때 뼈를 깎고 살이 녹아내렸다”고 토로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런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현대인이 무기력증에 빠진다는 점이다. 어떤 선택을 해도 어딘가에는 나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기에 도전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난 할 수 있지만 아직 안 한 것”이라고 자신을 위무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그건 안쓰러운 자기변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3년간의 ‘화석기’(생존을 위한 행위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기)를 통과한 인지과학자 박경숙은 그 원인을 ‘저항력’에서 찾는다. 저항력은 무기력과는 다른 개념인데, 이와 관련해 그는 책 『문제는 저항력이다』에서 “무기력과 저항력은 둘 다 행하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독소지만 서로 차이가 있다. 무기력은 수용소에 갇힌 포로의 모습과 흡사하다. 대응이 매우 소극적이다. 하지만 저항력은 ‘해야한다’는 대응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상태여서, 마치 ‘전쟁터에서 싸우는 병사’의 모습과 같다. 저항의 경우는 마음속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므로 아무 일을 안 해도 지쳐서 녹초가 된다”고 설명한다. 갈수록 정신질환을 앓는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를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박경숙은 ‘겸손’과 ‘메타인지’를 강조한다. 나는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되는 훌륭한 사람이라는 교만을 버리고, 그와 같은 “내 생각이 건강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메타인지 훈련법과 관련해 박경숙은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 그것을 내 생각이 아니라 친구의 생각이라고 바꿔 보라”면서 “만약 내가 매사에 ‘나는 무슨 일이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그 생각이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어떻게 모든 일에서 성공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그에게 ‘너도 실패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 반대로 ‘나는 무슨 일을 해도 안 돼’라고 말하는 친구에게는 ‘넌 왜 그렇게 안 된다고만 생각하니?’와 같은 객관적 충고가 가능하다. 그런 식으로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공부를 안 해서 그렇지 하면 잘한다’는 분명한 거짓말이지만 소중한 대상에게만은 예외가 되곤 한다. 귀한 내 자식, 귀한 내 손주 그리고 소중한 나. 잘하지 않아도 된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공부가 됐든, 다른 무엇이 됐든 겁낼 필요가 없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 잘할지, 못할지는 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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