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만한 책이 없다고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7명의 추천도서
읽을만한 책이 없다고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7명의 추천도서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2.05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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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활자인쇄기술이 발명되기 전까지 책은 값비싼 사치품으로 간주됐다. 사람이 한 글자씩 적는 수작업 방식으로 제작됐기에 책 한권이 만들어지는데 들어가는 노동력과 시간이 막대했다. 아무나 손에 쥘 수 없었고, 쥔다 해도 읽을 줄 아는 이가 적었기에, 책을 소비하는 힘은 곧 권력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1440년대 이후 활자인쇄술 발달과 더불어, 문맹률이 낮아지고 책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보편화되면서 책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낮아졌다. 누구나 큰 부담 없이 책을 구매하고 그 안에 든 내용을 소비하게 되면서 독서의 신세계가 도래했다. 다만 그런 변화가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은 것은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존재가 편하게 느껴져서인지, 책에도, 책을 읽는 행위에도, 책에 담긴 정보에도 점차 관심이 적어졌다. 물론 책 출간이 쉬워지면서 수준 미달의 책이 많아진 탓도 없지 않은데, 그래서 준비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일곱명이 추천하는, 읽으면 삶이 풍성해지는 수준 높은 책.

■ 당신에게 일시 정지를 권유합니다
김종관 지음|혜화동 펴냄|200쪽|13,000원

여느 학생과 다름없이 열심히 공부했고 “운 좋게 의대에 입학했다”는 저자는 매 순간 행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공의를 마치고 전임의가 되기까지 눈앞의 목표를 이루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몰아붙였지만,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도 모른 채 무작정 달려왔다는 회의감에 빠진다. “현재의 나를 희생해도 미래의 나는 행복하지 않을 것을. 나를 갉아먹으며 가는 길에 성공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삶의 ‘일시 정지’를 선포했다. 이전과 같은 안정감을 누릴 순 없었지만, 매 순간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상황 속에서 오히려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일시 정지’의 끝자락에서 의사로서의 꿈과 보람을 찾으며 병보다는 사람, 성공보다는 성실한 삶을 우선할 것을 새롭게 다짐한다는 이야기.

책 속 한 문장

“뒤늦게 알았다. 행복은 내가 쟁취하는 물건, 시간, 장소 따위가 아니라 있는 것에 만족하는 내 마음이란 걸. 지금 행복한 나를 불안하게 만들면서까지 오지 않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189쪽>

■ 국보, 역사의 명장면을 담다
배한철 지음|매일경제신문사 펴냄|368쪽|17,000원

나당연합군의 공격으로 백제가 위기에 처했을 당시 백제의 승려들은 백제 금동대향로를 물통에 숨겼다. 그 덕에 1,300년이 지난 어느 날 우물 안에서 우연히 발견되면서 아름답고 정교한 160여개의 형상을 후세에 알릴 수 있었다. 그렇다. 우리나라 국보는 예술적으로도 우수하지만, 역사의 변천 속에서 여러 굴곡을 견뎌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책에는 지금까지 거의 공개되지 않은 일제강점기 이전의 국보 사진이 수록돼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 속 한 문장

“1,300년 전, 백운·청운교 아래 연못 속에서 아롱지는 불국 세계의 휘황한 누각과 탑은 고통받는 현세의 중생들에게 마치 꿈결처럼 구원의 손짓을 보내는 듯했을 것이다.” <219쪽>

■ 철학자의 음악서재, C#
최대환 지음 | 책밥상 펴냄|272쪽|16,500원

책과 음악을 즐기는 최대환 신부의 사색을 담았다. 저자는 힘든 시기일수록 ‘철학은 혼란한 현실을 바라볼 힘’을 주고, ‘음악은 고단한 삶과 지친 영혼을 위로’한다고 말한다. 릴케가 변화를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용기’를, 카뮈의 『페스트』는 ‘공동체적 가치’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전했듯이 말이다. 베르길리우스가 단테를 인도하듯 책과 음악, 사색은 내면의 아름다움과 덕을 가꾸도록 안내한다. 이는 저자가 책과 음악을 ‘오늘의 삶을 위한 안내서’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 속 한 문장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갈림길은 이러한 절망에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고, 어떻게 하든 그 위기에서 인내를 가지고 천천히 벗어나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의지를 통해, 벗들의 사랑을 통해, 자연의 위로를 통해, 신앙을 통해 힘과 용기를 얻어 긴 터널에서 주저앉는 대신에 멀리 빛이 보일 때까지 걸어야 합니다.” <79쪽>

■ 엘리트 세습
대니얼 마코비츠 지음 | 서정아 옮김 | 세종서적 펴냄|504쪽|22,000원

미국 예일 법대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엘리트 사립학교의 학생 교육 비용은 전국 공립학교 평균 지출의 여섯 배 이상이다. 그리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들은 일류 직장에 취업한다. 물론 그들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그런 경쟁은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벌어지고, 그렇게 부의 대물림이 이뤄진다. 이런 과정을 통한 능력에 따른 차별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저자는 미국을 포함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만연한 경제적 불평등에 기반한 공정성 원칙에 반기를 든다.

책 속 한 문장

“능력주의는 불평등 심화의 해결책이 아니라 근원이다. 능력주의의 내적 논리는 비민주적이고 경제 불평등 완화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70쪽>

■ 백년식사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352쪽|20,000원

1876년부터 2020년까지 145년간 이 땅에는 다양한 음식이 발을 디뎠다. 개화기 황실에서는 푸아그라를 포함한 프랑스 정찬 코스요리가 차려졌고, 식민지 시대에는 일본식 두부와 빙수가 유행했다. 미원의 원조인 아지노모토가 한국 식탁에 스며든 것도 이 시기다. 태평양 전쟁 당시에는 대용식 강요로 메뚜기, 번데기 요리가 많아졌고, 한국전쟁 직후에는 식량부족 해결을 위해 분식이 장려됐다. 이후 경제성장과 세계화 과정에서 인스턴트 식품과 외식업이 급성장했고, 최근에는 K-푸드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위상을 떨치고 있다. 저자는 그 역사를 따라 음식의 기원과 변화 모습을 살펴본다.

책 속 한 문장

“개인과 공동체가 판단하는 음식의 취향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것은 역사의 산물이기도 하다.” <15쪽>

■ 최고의 수학자가 사랑한 문제들
이언 스튜어트 지음 | 전대호 옮김 | 반니 펴냄|296쪽|16,900원

누구도 불만 없이 케이크를 공평하게 나눠 먹는 방법이 있을까? 전화기 줄은 왜 항상 엉켜 있을까? 카드를 섞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마술의 비밀은? 막강 전력을 자랑하는 로마군의 병력 배치 비결은? 이 모든 질문의 답에는 수학적 원리가 작용하는데, 저자는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이 학교 밖 일상 속에서 얼마나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여러 놀이를 통해 설명한다. 수학이 우리 생활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지를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다.

책 속 한 문장

“케이크 자르기 이론에서 나온 상당히 특이한 깨달음 중 하나는 사람들이 가치를 두는 부분들이 다를 때 자르기가 더 쉬워진다는 점이다.” <18쪽>

■ 건축, 근대소설을 거닐다
김소연 지음 | 루아크 펴냄|288쪽|16,000원

색다른 분위기의 한옥 카페와 호텔, 식당이 즐비해 ‘핫플레이스’로 주목받는 익선동의 한옥골목은 사실 1930년대 경성 인구가 급증한 탓에 대량 생산된 ‘도시형 한옥’ 밀집 지역이다. 저자는 그 배경을 근대소설 속 인물과 줄거리에서 찾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해가 들지 않는 도시형 한옥의 행랑채에 사는 『운수 좋은 날』의 김 첨지를 통해 당시 생활상을 소개하고, 『복덕방』 속 안 초시의 딸 안경화의 무용 공연회를 통해 부민관을, 『레디메이드 인생』에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박준구가 일자리를 부탁하고자 언론사를 찾는 장면을 통해 <동아일보> 사옥을 소개하는 등 실존하는 건축물을 허구 속 인물의 상황에 연결해 소개하는 식. 이 책을 통해 100여 년이 흘렀지만, 취업난, 주거 문제 등 현재의 우리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경성의 모습을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책 속 한 문장

“타임머신을 타고 이른바 ‘근대건축’이 막 지어져 애초의 기능대로 사용되던 시절로 돌아가, 그곳에서 일어난 사람들의 행위와 욕망과 사건을 보는 기분이랄까.”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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