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일정한 내용과 목적에 맞춰 인간의 사상 및 감정, 지식 등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해 적어 놓은 것. 바로 책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지혜를 가시화하고, 인간에게 알려주는 진귀한 물건이다. 그러므로 좋은 책은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의 말처럼 “꿈꾸는 것을 가르쳐 주는 진짜 선생”이다.
이처럼 우리는 ‘책의 중요성’은 잘 알지만, ‘책의 역사’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출간된 책 『모든 책의 역사』는 책의 역사에 관한 방대하고 정교한 분석과 설명을 담고 있다. 책의 저자인 우베 요쿰은 선사시대부터 21세기인 오늘에 이르기까지, 책의 역사를 총 일곱 가지 챕터(벽에 새겨진 책, 손에 든 책, 도서관의 책, 성스러운 책, 기계로 만들어진 책, 산업적 책, 전자책)로 나눠 설명한다.
요쿰은 선사시대 ‘동굴 벽’에 새겨진 다양한 기호를 인류 최초의 책으로 정의한다. “동굴은 인류의 다양한 의례가 행해지던 공간이었고, 그 의례에는 다양한 춤과 시와 음악이 함께 포함됐다. 인간은 의례 속에서 동굴 공간과 자신의 기호의 의미를 새롭게 확인했고, 이를 통해 집단의 정체성을 정립했다”는 게 논거이다. 실제 당시 동굴은 인간에게 사냥과 채집이라는 문화적 기억이 공동의 의례를 통해 계승되는 공간이었다.
익히 알려진대로 인간은 동굴 벽에 ‘문화적 기억’을 새겼다. 인간은 물질적 대상 안에 객관화시킨 기호의 의미를 사회적 행위(혹은 의례)를 통해 재확인하는 유일한 생명체이다. 인간은 기호를 기록하고, 그 기호의 의미를 기억함으로써 오랜 역사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했다. 이를 통해 세계 안에서 자기 자신만의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기호 전달체’라고 할 수 있는 책은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하게 됐을까.
저자는 그 시초를 신석기 시대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나일강 유역에서 찾는다. 그는 “사냥 및 채집 경제형태에서 생산 경제형태로 이행하면서 ‘도시’가 만들어지고, ‘국가’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기호 전달체는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풍경이나 정착지 공간에서 기호를 새겨 넣은 기념비(숭배유적)이고, 다른 하나는 이동과 수송이 가능한 매체였다”며 “점차 생산된 재화의 소유, 저장, 분배를 둘러싸고 일종의 행정 통제가 필요해졌고, 이를 위한 매체가 나타났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되는 동전 크기의 물표가 그 최초의 흔적이며, 이는 결국 쐐기문자로 이어졌다. 그 기록의 매체가 점토판이었다”고 설명한다.
점토판이란 점토를 이겨서 그 위에 갈대의 줄기 등으로 글씨를 쓰던 판을 말한다. 그 판을 햇볕에 말린 것이 ‘점토판 문서’인데, 점토판 문서는 고대 오리엔트를 중심으로 널리 사용됐으며 오늘날 역사 연구에 요긴하게 사용되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 점토판 문서가 점차 발전해 책으로 변모했고, 오늘날 전자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저자는 “책은 인간이 만든 작품으로, 과거의 물질적 기억의 기호로, 가치 있고 계승돼야 하는 것으로 이해돼야 한다. 책은 고고학자들이 연구하는 예술작품처럼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를 이야기하며, 헛되이 흘러가는 지금에 의미를 부여해준다”며 “나아가 지금을 초월해 시간과 공간의 경계에까지 도달한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