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의 날’ 올까?… 악화하는 실물경제에 ‘공포’ 확산
‘국가부도의 날’ 올까?… 악화하는 실물경제에 ‘공포’ 확산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1.02.0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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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만약 장사가 잘돼서 회수가 된다면 모두가 해피(happy)한 거죠. 삐끗,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저 폭탄이 터지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대책을 내놓는다면 어쩔 텐가.” 
“정부는 절대 알리지 않습니다. 나라가 망하고 있다는 증거가 이미 나오고 있는데도… 그 XX들은 그냥 모르는 척하고 있거든요.”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유아인은 이렇게 말하며 국가 경제가 위태롭다는 증거를 제시한다. 증거란 다름 아닌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시청자들이 보내온 사연들이다. “남편 공장에서 월급을 안 줘서 힘들다.”“거래처에서 밀린 대금을 안 줘서 집을 내놨다.”… 이런 사연들이 적힌 엽서들을 사람들 앞에서 쏟아내며 유아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미 국가 부도가 시작됐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2018년에 개봉해 썩 좋았다고는 할 수 없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 장면을 담은 영상만은 최근 유튜브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외환위기 당시 여성시대 시청자들과 요즘 서민들의 형편은 상당부분 겹쳐 보인다.  

유튜브에서는 ‘퇴사 브이로그’ ‘폐업 브이로그’가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게 됐고, 가게 문을 닫게 됐다는 ‘사연’들이 주를 이룬다. “보증금에서 까면서 월세를 낼 정도도 아니고, 저는 더 버틸 수가 없어서, 폐점을 결정했습니다.” “주고 들어온 권리금을 받지 못하고 나왔어요.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알바라도 했을 거예요.” “현재 10년 다닌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회사가 코로나로 많이 어려워져서 갑작스럽게 저희 오피스가 사라지게 되고…”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인적이 끊긴 거리에는 ‘임대’ ‘영업 종료’ ‘폐업’ 같은 문구를 붙여놓은 상가도 크게 늘었다. 지난 25일 통계청과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월평균 전국 자영업자는 전년보다 7만5,000명(1.3%) 줄었다.2020년 취업자 수는 전년보다 21만8,000명이 줄어 외환위기(전년 대비 127만6,000명 감소) 이후 22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지난해 GDP(속보치)가 1년 전보다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역성장한 것은 1980년 오일쇼크(-1.6%)와 외환위기 쇼크가 반영된 1998년(-5.1%)뿐이다. 특히 수출이 1985년(-3.7%) 이후 3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민간소비는 5.0% 줄어 1998년(-11.9%)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국가부도의 날>에서 유아인은 경제 주체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연결돼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와르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물론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평가와 전망은 시각에 따라 엇갈린다. 다만 실물경제가 어렵다는 ‘증거’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난해 3월 최저점을 찍은 증시가 상승랠리를 이어오고 집값이 급등하는 등 자산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상황은 모순적이다. 낙관론자들은 증시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정상화 과정일 뿐 이라는 입장인 반면 비관론자들은 거품단계에 접어들었다고 경고한다. 이주열 한국은행총재 조차도 “최근의 주가 상승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며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을 둔 투자확대는 가격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1월 15일 금융통화위원회)고 경고했다. 

해외 증시에 대한 경고 우려도 많다. 투자 대가로 꼽히는 제러미 그랜섬은 지난 22일 최근의 증시상황을 거품으로 진단하며 “이같은 거품 치고 최소 50%씩 하락하지 않았던 전례는 거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증시 거품이 이어지더라도 투자자가 언젠가는 세상이 ‘실제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는 자각을 할 것”이라며 “글로벌 교역량이 줄어들고 있고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성장이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클 하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 최고투자전략가 역시 지난 23일(현지시각) 투자자에게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제 시장 조정이 임박했고 1분기 중에는 (증시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지난해 4월 미국에서 발행한 책 『돈의 미래』에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기 전에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다가올 재앙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몇 년은 나의 투자 인생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최악의 경기 침체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적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영국중앙은행(BOE) 총재였던 머빈 킹은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전미경제학회(AEA)에서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문제가 너무 많은 부채와 너무 많은 소비였다면, 오늘날의 문제는 너무 많은 부채와 너무 적은 소비”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글로벌 경제 기구들은 경제전망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 2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1%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10월 전망치(2.9%)보다 0.2%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세계 경제성장률도 5.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망치(5.2%)보다 0.3%포인트 올린 것이다. IMF는 “작년 말 백신 승인 및 접종 개시와 최근 경제지표 등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 성장 모멘텀이 당초 예상보다 상회했다”며 “작년 말 미국과 일본 등의 추가 경기 부양책 등을 2021년과 2022년 전망에 긍정적으로 반영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및 봉쇄, 백신 지연 등 부정적 요인도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과 리서치 기관들도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에 긍정적이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투자은행과 리서치 기관들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2.7%에서 5.0%까지 다양하게 전망하고 있다”며 “지난 26일 보고서를 낸 일곱 곳(투자은행과 리서치 기관) 가운데 세 곳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전망은 늘 엇갈린다. 누군가는 장밋빛으로, 다른 누군가는 흙빛으로 미래를 본다. 현재의 자산시장 활황을 외환위기때의 ‘국가부도의 날’로 곧바로 연결지을 수는 없지만 거품이 꺼지게되면 국가경제가 망가지고 개인들이 거대한 쓰나미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거품은 꺼지기 전에는 누구도 모른다. 1980년대 일본의 거품 절정기때 일본국민들은 저금리상황에서 은행에서 빚을 내 무차별적으로 주식과 집을 샀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그 대열에 끼지않으면 ‘벼락 거지’가 되는 느낌이었다. 거품이 붕괴되고 3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여전히 그 때의 상처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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