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갑질’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직장 내 갑질’은 왜 사라지지 않는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2.04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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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부산시 산하기관인 부산도시공사에서 ‘직장 내 갑질’이 논란이 됐다. 사장과 임원이 공개석상에서 직원에게 폭언 및 폭행을 일삼았지만, 회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업무만 분리하는 조치를 내리는 데 그쳤다. 회사는 또 피해자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가해자와 화해 자리를 마련하면서 2차 가해를 저질렀다. 결국 심리적 불안을 겪은 피해자가 부산시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부산시는 지난달 27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기관장 징계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권고안을 의결했다.

직장 내 갑질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공공상생연대기금과 함께 직장인 천명을 대상으로 새해 전망 등을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전체 응답자 중 41.5%가 ‘새해 직장 내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부정적인 응답은 20대가 53.4%로 가장 높았고, 30대 47.4%, 40대 37.3% 순이었다. 임금 수준별로는 월 150만원 미만의 사업장의 53.1%가 직장 갑질이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노동자 순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직장 내 갑질을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사용자나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이 2019년 7월부터 시행중이지만, 특별한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은 떨어진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4명은 여전히 법 자체를 모르고 있고, 임금 수준이 낮거나 비정규직 노동자일수록 법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선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했지만 노동부는 이중 일부만 수용한다고 회신했다. 노동부의 회신에 대해 인권위는 “노동부가 인권위 권고 일부를 수용해 향후 정책 결정과 집행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관련 규정을 도입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는데도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해있고 법 제도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지난해 7월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한 개선안은 ▲사업장 외부 제3자에 의한 괴롭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것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적용 확대 ▲가해자 처벌규정 도입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화 등 4가지다. 노동부는 이 중 괴롭힘 예방교육 의무화를 제외하고 나머지 권고안은 적절하지 않거나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2014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갑질 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은 책 『플라이 백』에서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각자의 존엄성을 갖는다. 이는 지위고하, 재산, 성별, 인종, 국적에 상관없이 절대적이고도 동등한 가치”라며 “외부환경이나 타인에 의해 침해받을 수도, 상처받을 수도, 평가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 출마 선언문에서 “무엇보다 우리가 뭉쳐 있으니 회사가 행동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며 직장 내 갑질을 타파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으로 ‘연대의 가치’를 꼽았다.

논문 「갑질행위에 대한 인식과 개선방향」의 저자 김종두는 “갑질 행위자는 공개해 사퇴시켜야한다는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만일 갑이 계속 같은 직장에 근무하게 되면 항상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 불리하게 되므로 그와 같은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직장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위적인 군대식 조직 문화’ ‘개인 윤리의식 부족’ ‘가해자 처벌 및 제도상 허점’ 등이 개선되지 않고는 직장 내 갑질은 근절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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