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우울·불안’으로부터 ‘힐링’하는 법
‘무기력·우울·불안’으로부터 ‘힐링’하는 법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1.29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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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45명의 실험 참가자가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 방식은 간단하다. 모니터에 등장하는 여러 개의 바위 중 하나를 뒤집었을 때 뱀이 나오면 실험자에게 약간의 전기 충격이 가해진다. 하지만 난이도는 상이하다. 첫 번째 실험은 전기 충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쉽고, 두 번째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 전기 충격 확률이 100%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규칙이 끊임없이 바뀌어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중 어느 실험에서 참가자의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게 측정됐을까? 정답은 놀랍게 세 번째 실험으로 실험 참가자들은 전기 충격이 확실시되는 상황보다 예측 불가한 상황의 고통을 더 크게 느꼈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아치 드 베커 박사는 “사람들이 전기 충격보다 더 괴로워하는 것은 바로 불확실성”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불확실성은 사람들의 힐링 욕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신·신체적 회복’의 힐링을 위해선 문제적 상황의 향후 경과 예측이 우선돼야 하는데, 미증유 터널을 통과 중인 현시대의 가장 큰 고민은 예측 자체가 어려운 불확실성에 있다. 그 수준이 어찌나 심각한지 ‘낯선 행복보다 익숙한 불행이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결과가 불확실한 도전으로 (추가적인) 좌절을 맛보느니 익숙해진 고통에 만족하겠다는 것.

불확실성에 오래 노출된 이들이 지닌 병증은 크게 세 가지다. 무기력·우울·좌절. 힐링을 위해선 먼저 이런 병증으로부터의 탈피가 필요한데, 책 『홀로서기 심리학』의 저자 라라 E. 필딩은 “삶을 가슴에 끌어안고 각자의 방식으로 불확실성을 돌파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무의미와 허무, 무기력, 우울, 불안이 남은 삶을 지배하게 될 수 있다”며 ‘각자의 방식’에 도움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먼저 ‘무기력’. 무기력은 대체로 성실한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이들은 주변인, 조직, 사회가 제시하는 바람직한 인물상을 목표로, 쓸모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자신을 갈아 넣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현대 사회의 복잡다단한 목표를 이뤄낼 수 없음을 깨닫는 순간 극심한 무력감을 경험한다. ‘해야 하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는 의욕 자체가 없고, 자기 보호 과정에서 감정이 무뎌져 매사에 “괜찮아요”란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일하는 로봇’과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들에게 라라 E. 필딩은 소설책 읽기를 권한다. 그는 “소설에는 감정을 다루는 다양한 어휘가 등장한다. 감정을 다루는 어휘가 다양할수록 감정을 담는 그릇도 함께 늘어난다. 그리고 감정을 담는 그릇이 많아지면 진솔한 감정에 다가가기 쉬워진다”며 “그럴수록 내 마음속의 진정한 ‘want’가 더욱 선명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은 ‘우울’. 어렵게 자신의 원함을 알아차렸다 해도 현실 세계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원함 자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현실제약’ 혹은 원함을 이뤄가는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하지만’의 변명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 하니까 안 돼’ ‘하지만 ~ 해서 못해’. 이에 저자는 ‘하지만’을 ‘그리고’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하지만’은 포기를 의미하지만, ‘그리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겠다, 라는 긍정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는 “(‘그리고’는) 성공에 따르는 두려움을 인정하되, 하고 싶은 일에 전념하는 행동”이라며 “(용어를 바꾸면) 두려움과 열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마지막은 ‘불안’이다. 비교가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남보다 뒤지는 듯한 느낌은 불안감을 자아낸다. 그럼 적잖은 사람이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무언가를 하며 ‘나는 노력하고 있어’란 자기 위안감을 꾀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불안에 분주함이 더해져 더 극심한 고통에 빠지곤 한다. 이에 저자는 멈추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습관처럼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대응하지 말고 불안을 그냥 바라봐라. 불안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 기세가 수그러든다”며 “(우정·여가·육아·가족 등의 단어를 종이에 적고) 점수를 매기면 본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 같아도 눈에 보이게 정리해 두면 그 효과가 매우 크다. 불안감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불확실성에서 쑥쑥 자란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때 멈춤의 대상에는 ‘자기 탓’도 포함된다. 저자는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면 그 일이 자기 통제하에 있다고 느낌으로써 불안감을 달랠 수 있다. (사람들이) 자기 비난보다 두려워하는 것이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통제 불능의 상황”이라며 “그런데 이런 자책과 자기 비난은 연쇄 작용을 일으켜 폭식이 우울증으로, 심지어 자살 충동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우려한다.

부정의 대상은 망각하려 할수록 더 생각나고, 간과하려 할수록 두드러지는 법이다. 반대로 많은 전문가는 그 대상을 직시할 때 무기력·우울·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소설을) 읽고, (자신의 우선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글을) 쓰고, (‘하지만’이 아닌 ‘그러나’라고) 말해보자. 저자는 “작은 결정을 스스로 만족스럽게 내리는 경험이 쌓이면 굳이 저와 같은 심리 상담가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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