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표절 논란… 근본 해결책은?
잇따른 표절 논란… 근본 해결책은?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1.28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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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표절 논란으로 다시 세상이 시끄럽다. 인기 연예인뿐만 아니라 스타 강사 그리고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남의 작품을 무단으로 도용해 ‘도둑질’하는 일이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김민정 작가의 단편소설 『뿌리』(백마문화상 수상작)를 거의 통째로 베껴 다섯 개의 문학상을 받은 손모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손모씨의 표절 논란과 관련해 “전국 문학상 현황 실태조사를 시행하겠다”며 “문학 분야 협회·단체와 함께 공모전 개최·운영 및 참여시 저작권 관련 문제를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작권 보호 사항에 대한 검토와 함께 현장 의견을 수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공모전에서도 발생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8일, 리포트 공유 사이트에 있는 글을 표절해 공공기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사건에 관해 “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공모전 수상자에게 지급하는 상금이나 부상은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이를 부정행위자에게 지급하는 것은 국민 모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의 공모전에 표절, 도용, 중복 응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잊을 만 하면 터져나오는 표절은 단순히 문단계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달궈온 해묵은 논쟁거리이다. 책 『표절에 관하여』의 저자 엘렌 모렐-앵다르는 “표절은 말하지 않은 뭔가를 목적으로 하는 동시에 현혹이 목적이기도 하다”며 “표절은 문학의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경제나 기술을 원동력으로 삼는 사회 문제와 훨씬 더 관련된 사안이기도 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손씨는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취업 같은 건 매번 떨어지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상을 받으면 스스로 기뻤다”고 해명했는데, 표절을 통한 등단 및 공모전 수상은 누군가의 사회적·경제적 발전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와도 같다.

책 『표절을 대하는 위험한 질문들』의 저자 이영호 역시 “표절은 지금도 꾸준히 언론에 회자되는 뉴스거리다. 그런데 여태까지는 지식인 사회의 문제로만 국한되며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남의 창작물을 베끼는 비도덕적 행태는 이제 일부 지식인만의 수치라고 보기 힘들다”며 “한국이 지식 사회로 발전하며 곳곳에서 ‘생각’을 훔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관련 법규가 제대로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표절을 ▲이슈 표절 ▲사상 표절 ▲아이디어 표절 ▲기술 표절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이중 가장 교묘한 것은 ‘사상 표절’인데, 사상 표절이란 “철학적 사고의 표절”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가령 ‘너 자신을 알라’고 소크라테스가 말했는데 이 말이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자 동시대의 또는 이후 세대의 누군가가 소크라테스를 흉내 내어 말하기를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봐라’고 말하는 경우”라고 말한다.

즉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과 ‘자기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라’는 말이 서로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이처럼 사상 표절이란 기본 맥락은 유지한 채 단어 조합만 바꿔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상 표절을 심사위원이 심사과정에서 즉각적으로 발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표절을 잡아내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저작권 보호 등의 이유로 온라인에 등록돼 있지 않은 창작물(단행본 등)을 표절한 경우엔 찾아내기 쉽지 않다. 논문 표절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논문 「논문표절, 최선의 방지대책은」의 저자 김홍배는 “학계에서는 표절문제를 형사문제가 아닌 윤리적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타인의 창의적 연구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은 학자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윤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난 2015년 신경숙 소설가는 1995년에 발표한 단편 『전설』의 표절을 사실상 인정하며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를 제기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사과했다. 이런 측면에서 김홍배는 표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창작자의 지독한 ‘자기 검열’이라고 말한다.

자기 검열이란 사전적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위험한 욕망을 도덕적 의지나 사회적 준거로 억눌러, 의식의 표면에 떠오르지 않게 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도록 스스로 조절하는 일”을 말한다. 저자의 논의처럼 표절 방지를 위한 최우선의 방법은 “표절에 대한 이해와 이를 연구(혹은 창작)과정에서 깊이 인식하는 것”이다. 참으로 멀고도 지난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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