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의 임신·낙태... ‘자발적 선택’이니 괜찮다?
대리모의 임신·낙태... ‘자발적 선택’이니 괜찮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2.09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불임을 극복하고 대를 이어야 한다는 ‘종족 보존’ 욕구는 그 역사가 어찌나 긴지, 인류의 기원을 다루는 『성경』의 「창세기」 편에도 관련 일화가 등장한다. ‘아브람’이 출산하지 못하는 아내 ‘사래’를 대신해 여종 ‘하갈’을 첩으로 들여 아들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의학·과학 기술이 발달해 축첩’(蓄妾)이나 ‘씨받이’(혼인 관계없이 출산만 담당) 없이도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기술로 임신이 가능해졌지만, 그럼에도 난자나 자궁에 문제가 있어 치료가 어려운 경우에는 ‘대리모’(난자나 자궁을 제공해 대리 출산해주는 여성)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다만 윤리적으로 문제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영국, 호주, 아일랜드, 러시아, 우크라이나, 인도 등 완전 합법 국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일부 합법 국가를 제외하고 대다수 국가는 대리모 제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화 <복잡한 이야기>(2013)에서 오빠 수술비 마련을 위해 대리모를 자처한 중국인 대학생 ‘야쯔’가 미국으로 건너가 시술을 받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중국에서는 대리모 제도가 불법(시행 의료기관에 대해 최고 3만위안[약 540만원]의 벌금 부과)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양쯔는 재력가인 의뢰인이 제공한 대저택에서 태교에 전념하지만, 돌연 의뢰인 부부가 이혼 위기에 처하면서 낙태를 종용받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문제가 비단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냐? 그건 아니다. 최근 이런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났다.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은 드라마 ‘미미일소흔경성’(微微一笑很傾城·작은 미소의 미인)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여배우 정솽(鄭爽·30). 정솽은 2019년 대리 출산을 위해 남편인 장헝(張恒)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두명의 대리모를 고용해 임신에 성공했으나, 임신 7개월 차에 남편과 관계가 악화돼 먼저 귀국한 사실이 알려졌다. 귀국 전 정솽은 대리모들에게 낙태를 종용했으나 대리모들이 거부하면서 결국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 각각 아들과 딸이 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밝힌 장헝은 “두 아이 엄마는 정솽으로 출생증명서에 등록돼 있다”며 “미국 시민권자인 아이들이 중국으로 돌아오려면 (비자 발급에 아이 엄마인) 정솽의 동의가 필요한데 정솽이 이를 거부하고 있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두 사람은 이혼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리모 제도는 필요에 따라 아이를 매매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렇다고 모든 대리모 제도가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미국의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출연한 사라 제시카 파커, 모델 겸 방송인 타이라 뱅커스, 배우 니콜 키드먼, 로버트 드 니로,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어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자들이 대리모 제도를 찬성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난임이나 동성애 가정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를 얻기 어려운 사람들과 대리모 쌍방 간에 자발적 선택이라면 굳이 대리모 제도를 불법화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자신을 다원주의자라고 밝힌 『처음 읽는 윤리학』의 공동 저자 김명식 교수 역시 “해당 행위가 윤리적으로 그르다는 것이 확정적이지도 않고, 윤리적으로 허용된다는 것도 확정적이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우 사회적으로는 ‘윤리적으로 허용된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 ‘잠정적으로’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해당 행위가 그르다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공유되기 전까지 유지되는 잠정적인 결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윤리적으로 논란이 있다 해도 그름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까지는 당사자들의 자율적 ‘선택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종교단체나 보수단체 특히 일부 여성단체는 그런 여성의 ‘선택’에 이견을 제시한다. 『대리모 같은 소리』의 저자 레나트 클라인은 “‘선택’은 내가 (그럴 힘만 있다면) 기꺼이 금지하고 싶은 단어다. 나는 선택이란 말은 두 가지 좋은 것 가운데서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예로는 ‘초콜릿 케이크와 레몬 타르트 중에 뭐 먹을래?’가 있다”며 “우리는 (흰 피부의) 최고경영자가 (어두운 피부를 가진) 청소부의 아이를 낳아주는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다. 대리모와 난자 ‘공여’ 거래는 유복한 이들과 가난한 여성 간의 거래”라고 지적한다. 이어 “대리모라는 행위를 통해서 우리가 하는 일은 어른이 아이를 재산으로 상정해 사고판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절박하게 원한다는 것이 그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대리모는 아이를 사랑 혹은 돈을 이유로 그를 기른 생모로부터 떼어놓는 행위이며 어떤 ‘동의’나 ‘선택’을 들먹인다 해도 이것은 여성의 신체 완전성에 대한 침해”라고 강조한다.

중국 시사주간지 <남풍창(南風窗)>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는 난자가 대략 1만~5만위안(약 166만원~835만원), 명문대생의 난자는 40만위안(약 6,800만원), 대리 임신의 경우 58만위안(약 9,700만원), 아들만을 원할 경우 90만 위안(약 1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마치 음식점의 메뉴표 같은 모습으로 비치는데, 이를 두고 “‘자발적 선택’이니 괜찮다”는 주장과 “상황상 선택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성매매 이슈”라는 반박이 맞붙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