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은 피해자에게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을 안고 살아가게 한다. 누군가에게 쉽사리 털어놓을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성추행 피해자’라는 각인이 새겨질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건 자신도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까닭에 타인의 ‘괜찮다’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사실은 말이야”라고 털어놓기까지 그 기억을 다시 되새겨봐야 하는 아픔과 예상되는 최악의 반응까지 상상해야 하는 내 안의 경험을 또 거쳐야 한다. 그래서 타인의 ‘네 탓 아니야’라는 목소리는 더없이 소중하다. 살면서 한 번쯤은 겪어본 성폭력에 아픔을 겪었던, 세상의 모든 은서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할 한 편의 만화다.
■ 비밀을 말할 시간
구정인 지음│창비 펴냄│204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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