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의 성공 비결 ‘하브루타’... “왜요?”의 힘
유대인의 성공 비결 ‘하브루타’... “왜요?”의 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1.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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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미국에 사는 어느 유대인이 검사의 심문을 받고 있다. 이름과 주소 등 신상 명세를 묻는 검사에게 유대인은 답을 하면서 매번 질문을 건넸다. “제게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요?” “제가 어디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급기야 검사는 화를 내며 계속 그런 태도면 법정모독죄로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하지만 유대인은 그 순간에도 “어째서요?”라고 질문했고, 질문하지 말라는 검사의 호통에 또다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왜요?”라고 물었다.

‘질문’을 중시하는 유대인에 관한 과장된 일화인데, 실제로 유대인은 ‘왜’라는 물음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교에 다녀온 자녀에게 “오늘 뭘 배웠니”보다 “오늘 뭘 질문했니”라고 물을 정도. 이런 가치 추구는 질문을 바탕으로 한 토론 학습법인 ‘하브루타’를 낳았고, 이는 유대인이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주요한 요인으로 손꼽힌다.

사실 유대인들이 머리가 좋은 건 아니다. 한국인의 평균 지능지수는 106으로 세계 최상위지만 이스라엘은 94로 세계 45위 수준이다. 하지만 유대인의 세계적인 위상은 한국인에 비할 바가 아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40%, 전 세계 억만장자의 30%, <포춘>이 선정한 100대 기업 소유주나 CEO 중 40%가량이 유대인이다. 미국 최상위 부호 400명 중에는 23%, 40명 중에는 40%가 유대인으로 알려졌다.

그럼 그런 비법 중 하나로 알려진 하브루타는 어떻게 이뤄질까? 유대인 아이들의 첫 하브루타는 가정에서 부모와 처음 이뤄진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질문하면 부모는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질문을 통해 아이가 해답에 도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아이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면 먼저 공부란 무엇인지를 정의(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것) 내린 후, 이어서 아이가 생각하는 ‘행복’(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란 무엇인지, 다시 ‘원하는 일’은 무엇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함께 생각해보는 식이다. 대체로 ‘직업’(의사·판사·변호사 등)보다는 ‘일’(어려운 사람에게 도움을 줌)에 초점을 맞추는데, 책 『유대인 하브루타 경제교육』의 저자 전성수는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에디슨 등의 유대인은) 과학자나 심리학자나 발명가 자체가 목표였던 것이 아니다.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밝혀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 프로이트를 만든 것”이라며 “순전히 ‘왜’가 기적을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질문은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두 사람이 다른 높이에 있는 그림(B는 종이 위쪽, A는 아래쪽에 위치)을 보고 ‘누가 높이 있는 사람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유대인은 서로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누군가는 “B가 A보다 높은 곳에 있으니 B가 높다”고 하고, 누군가는 “B는 이미 다 올라가서 내려올 일만 남았고, A는 올라갈 희망과 목표가 있으니 목표가 있는 사람이 더 높다”고 말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위에서 보면 A가 더 높다” “보통 기술자가 위에, 보조가 아래 있으니 B가 더 높다” “아니다. 위에 있는 B는 기술자고 아래 있는 A는 사장이다”라고 말한다. 책 『영재들의 비밀습관 하브루타』의 저자 장성애는 “(위치·거리·목표·가치관·고용관계 등) 기준을 달리하면 이야기의 관점이 바뀐다”며 “기준을 다르게 하는 것은 낯설게 하기 또는 다른 시각으로 보기와 같다. 일상생활과 연관 지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더욱 새롭고 창의적이면서 삶의 지혜까지 덤으로 얻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질문들은 궁극적으로 ‘?!’(인테러뱅Interrobang: 1962년 미국에서 고안된 개념으로 국내에는 이어령 박사가 책 『젊음의 탄생』에서 소개하면서 크게 알려짐)을 추구한다. 질문을 통해 깨달음을 얻겠다는 것인데, 저자는 “물음표가 느낌표와 함께했을 때, 즉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았을 때 우리는 ‘아하!’라는 짜릿한 느낌을 받는다”며 “자녀들에게 물고기를 주기보단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유대인들의 발상은, 교육은 일시적이거나 단기간의 목적 달성이 아니라 일생에 걸쳐서 쓸 수 있는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탈무드』(BC500~AD500까지 랍비들이 나눈 토론을 모은 책)에는 나눔을 실천하는 한 젊은이가 랍비를 찾아와 묻는 대목이 나온다. “선생님, 왜 부유한 사람들은 이웃을 돌보지 않나요?” 질문하는 젊은이에게 랍비는 창문과 거울을 번갈아 보게 하고 뭐가 보이는지 묻는다. 젊은이가 “(창문으로는) 바깥 풍경이, (거울로는) 제 얼굴이 보인다”고 하자 랍비는 “(같은 유리이지만) 창문과 거울이 다른 것은 은칠을 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다. 창문에 값이 나가는 은칠을 하면 거울이 된다. 그러면 자기 모습밖에 안 보인다”고 말한다.

어른의 말에 물음표를 달면 ‘되바라졌다’는 평을 받고, 학교에서 질문하면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우리 사회. 학업·노동 시간은 길지만, 그에 따른 만족도가 높지 않은 건 혹 ‘질문’이 허용되지 않아서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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