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할머니와의 상실 준비 여행 『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
[리뷰] 할머니와의 상실 준비 여행 『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
  • 안지섭 기자
  • 승인 2021.01.15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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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안지섭 기자] 할머니와 여행작가인 손녀가 여행을 떠난다. 캐나다와 코카티나발루를 다니는 이들의 여행은 순탄치 않으면서도 인상적이다. 전원생활이 익숙한 할머니가 외국 도시의 건널목을 무단횡단하려다 손녀에게 꾸중을 듣기도 하고, 그 꾸중을 견디다 못한 할머니는 작가의 동생 방에서 자기도 한다. 한편, 외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던 할머니가 열대과일 망고를 남기지 않고 다 드셨을 때, 작가는 할머니 취향에 무심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장면도 있다.

그렇게 작가는 ‘두 번째 엄마’를 더 알아간다. 처음부터 두 번째 엄마, 그러니까 할머니와 친했던 건 아니었다. 엄마와 사별한 직후 작가는 할머니가 미웠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할머니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그녀와 함께하는 일상에 익숙해졌다. 할머니가 없는 일상을 떠올리면 마음 어느 한구석이 미어진다.

작가가 그동안 살아온 환경과 세대 차이 그리고 성격과 취향의 차이를 뒤로하고 두 번째 엄마와 여행을 떠난 이유는, 언제쯤일지 모르는 그와 제대로 ‘안녕(작별)’하고 싶어서이기도, 할머니와 고모들과의 여행에서 엄마를 조금이나마 상상하게 되므로, 사별한 엄마와 ‘안녕(가정적인 만남)’을 꿈꾸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은고모를 ‘엄마’로 착각하는 행인의 목소리에 작가는 자연스레 엄마와의 여행을 상상해보니까 말이다. 그 순간 작가의 글에는 엄마와 같이 여행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서린다.

이 책은 어느 순간 사별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상실을 준비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이별을 막연하게 걱정하는 이들에게 상실 준비 여행을 권하고 있다. 상실 준비는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 그 순간의 슬픈 마음을 무디게 하기 위해서라기보단, 서랍 속 앨범에서 추억 사진을 하나씩 넘겨보듯, 그 사람과의 행복했던 나날들을 곱씹기 위함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안녕, 미워했던 나의 두 번째 엄마』
전은수 지음 | 달꽃 펴냄 | 292쪽 |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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