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왜 20대 여성들은 ‘K-랟펨’ 되는가?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책 속 명문장] 왜 20대 여성들은 ‘K-랟펨’ 되는가?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1.01.07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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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왜 20대 여성들이 ‘K-랟펨(코리안 래디컬 페미니스트)’이 되기를 선택했는지를 근원적으로 조망한 책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이 한국적 페미니즘은 한류를 따라 SNS를 타고 중국과 일본 등에까지 퍼지고 있다. 아시아에서 소구되는 이 극단적 페미니즘의 바탕에는 여성혐오와 남아선호의 연쇄고리가 자리잡고 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한 여아선별낙태는 지난세기말 이미 신붓감부족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예고했고, 우리사회가 저지른 ‘원죄’로 인한 청구서를 예정대로 받아든 것이다. 흔히 남성호르몬으로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의 증가는 다시금 여성혐오와 맞물려 젊은 남성들의 여성대상범죄를 촉진하고 있다. <9쪽>

특히 여대 페미니즘 동아리들의 공동활동은 대학운동권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던 차별받는 여성들을 위해 세워졌던 여자대학은 한때 여성의 사회진출 제한이라는 시대적 한계에 의해 ‘신붓감 양성소’라고 비하되기도 했지만, 언제나 ‘여자가 크는 공간’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젠더’가 가장 강력한 정치적 의제가 된 요즘, 페미니즘의 전진기지로서 여권의 재도약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의무를 다시금 부여받게 된 것이다. <53쪽>

레즈비언니즘은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이라는 의제를 통해 국내 래디컬 페미니즘계에서 입김이 커져가고 있다. 헤테로 성애에 기반한 가부장제 구조의 타파를 위해 레즈비언이라는 성적지향을 선택해 이성애를 거부하자는 투쟁으로, 반드시 여성과의 동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페미니즘은 이론, 레즈비어니즘은 실천’이라며 독신주의, 무성애자 등으로 정체화하며 남성위주 시각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아예 ‘성애적 레즈비언’(찐레즈)과 구분해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70쪽>

이주희 이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3년부터 한국여성에게 는 ‘학력효과’가 사라졌다”는데 주목해왔는데, 위기 속 이런 상황은 더욱 두드러졌다. 남성들은 학력이 높을수록 고용안정을 이루는 반면 대졸이상여성이 고졸여성보다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는 등 고용불안정 상황이 더 크다. ‘인적자본에 투자 하면 좋은 일자리를 가지게 된다’는 기본적인 사회원칙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한국여성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한국이 7년째 유리천장지수(여성의 노동환경을 종합적으로 매긴 점수로 교육, 경제활동 참여, 임금, 임원승진 등에 대한 OECD 통계 등을 토대로 산출한다)에서도 OECD 29개국 중 꼴찌를 지키고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217~218쪽>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김태은 지음│인사이트브리즈 펴냄│280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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