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무관심이 ‘아동 학대’를 키운다
우리의 무관심이 ‘아동 학대’를 키운다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1.01.0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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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에 한 추모객이 애도를 표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2020년 10월 13일, 양부모의 극심한 학대로 생후 16개월 영아(안율하, 입양 전 이름-정인, 이하 정인)가 숨진 ‘양천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이 지난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재조명되면서 해당 사건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방송을 본 시민들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정인양을 추모하는 ‘정인아 미안해’ 문구를 통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건을 담당한 서울양천경찰서의 안이한 초동 대응에 대한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정인양이 숨기지 전, 당시 정인양이 다니던 어린이집의 교사를 비롯해 소아과 의사 등이 총 세 번에 걸쳐 아동 학대 신고를 했지만, 경찰의 부실수사로 인해 정인양에 대한 격리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사망 당시 정인양의 상태를 본 의료진이 신고한 뒤에서야 재수사에 나섰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정인양의 사인을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후 검찰은 아동 학대 치사로 양모 장모씨를 구속, 양부 안모씨를 방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관할서인 서울양천경찰서에 아동 학대 신고를 세 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양천경찰서 측에서 모두 다 혐의 없음 처리로 종결시켰고, 결국 정인이는 온몸의 골절, 장기손상, 췌장절단 등으로 처참하게 죽어갔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찰이 처음부터 제대로 수사만 했더라도 정인양이 죽음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라는 여론 또한 강하게 일고 있다. 이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어린아이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이 사건을 지휘한 서울양천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고, 사건 담당 관계자에 대해서도 진상조사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입양 절차 전반에 대한 공적 관리와 감독뿐 아니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입양가정 방문 횟수를 늘리고 방문 조사 때 주변인 조사를 의무화하며, 양부모 양육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입양의 전 절차에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 돼야 한다’(입양특례법 4조)는 원칙이 철저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시했다.

아동 학대 방지를 위해 ‘즉각분리 제도’(피해아동을 신속하게 부모로부터 분리보호)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이미 국회를 통과해 오는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정인양이 숨진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보건복지부와 경찰은 지침 변경을 통해 현재도 2회 이상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부모로부터 신속하게 분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즉각분리 제도가 법으로 3월부터 시행되면 보다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람직한 ‘입양 실천’을 위해 국가의 지속적이며 적극적인 개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논문 「한국 입양 실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의 저자 노혜련은 입양아동 학대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입양 실천의 공공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입양 후 실천에 관한 개선 방안에 대해저자는 “입양 당사자의 전 생애에 걸친 사후서비스를 마련하고 전국에 있는 입양가족이 균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공적 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어 “입양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종사자의 역량강화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개선하려면 입양종사자의 자격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입양기관 종사자의 업무 개시 전 교육을 의무화하고 보수교육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의 개입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입양아동에 대한 주변인들의 관심이다. 책 『아동 학대에 관한 뒤늦은 기록』의 저자 류이근은 우리의 묵인과 무관심으로 인해 가정 내 아동 학대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는 “의료인들의 아동 학대 신고율은 지나치게 낮다. 이들은 보호시설·기관의 종사자, 유치원·어린이집 종사자, 교원, 구급대원 등과 함께 대표적인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로 꼽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정인양이 다니던 어린이집 교사와 소아과 의사 등이 정인양의 상태를 확인한 뒤 아동 학대로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양부모는 그들이 주로 다니던 병원에 다시 방문해 단순 구내염이란 진단을 받았고, 그 진단에 따라 경찰은 두 사람을 무혐의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강력한 방안은 ‘우리의 신고’”라고 말한다. 특히 보건 당국이 아동 학대 정황을 면밀히 살피지 않는 것은 ‘아동 학대 신고 의무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행위이자 또 다른 범죄에 다름없다. “아이를 키우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에요.” ‘가톨릭 아동 성추행 사건’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2016)에 나오는 대사다. 우리의 무관심이 지속된다면, 아동 학대로 인한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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