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서” 문 여는 태권도... 사람 죽어도 문 닫는 헬스장
“불편해서” 문 여는 태권도... 사람 죽어도 문 닫는 헬스장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1.01.05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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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경기도 포천시에서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이 자신의 헬스장 문을 열자 경찰이 출동해 체육관 내부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천막을 치고 겨울을 난다는 것도 말이 아닌데다가, 그것마저 지급이 중단된 것은 사람들보고 다 얼어 죽으라는 말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그 행정의 무책임 앞에서 사람들은 먼저 집으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를 했고, 그것을 저지당하자 그 다음으로 집단행동을 감행했다.” - 조정래 『태백산맥』 中

해방 후 남북 간 이념대립이 극심했던 시절, 강원도 산골에선 대대적인 소개령이 내려졌다. 산골로 숨어든 일명 ‘빨치산’ 토벌을 이유로 수많은 산골 거주민이 집에서 쫓겨나 거리로 내몰렸다. 안보를 이유로 국민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만큼 국가가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것이 당연했지만, 당시 정권은 ‘멸공’(滅共)에 몰두해, ‘민생’(民生)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그로부터 70여년이 흐른 지금, 그때의 멸공은 코로나19로 변모해 다시 민생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공중보건을 이유로 국민의 생업을 제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의 영업시간이 단축됐고, 일부 업종은 아예 문을 닫게 됐는데, 100~3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지만, 그건 수익이라기보단 손실 감소의 차원인지라 소상공인들이 치명타를 입은 건 과거와 다르지 않다. 거기에 같은 빵을 팔아도 패스트푸드는 현장 취식에 포장·배달이 모두 가능하지만, 빵집은 포장·배달만 허용되고, 같은 운동이어도 태권도장은 문을 열고, 피트니스는 닫아야 하는 등의 다른 조처로 형평성 문제까지 야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가 2.5로 격상된 이후 보건당국은 감염 방지를 이유로 카페에서의 현장 취식을 금지했지만 유사하게 빵과 음료를 판매하는 빵집에서의 취식은 허용해 형평성 논란을 초래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한 달 뒤인 지난 9월 제과점에서의 현장 취식도 금지했는데, 이번엔 패스트푸드점이 비교 대상에 올랐다. 패스트푸드점은 음료와 빵(햄버거)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제과점과 유사한데 왜 다른 기준을 적용하냐는 지적이 나온 것. 결국 지난 12월 보건당국은 패스트푸드점에서 디저트 혹은 음료만 취식하는 행위를 금지했지만, 햄버거를 같이 주문할 경우에는 취식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당국이 패스트푸드점의 음식을 ‘식사’로, 제과점의 음식을 ‘디저트’로 규정해 자의적으로 규제한다”는 비판은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 해석에 따라 업계는 희비가 갈렸고, 큰 매출 차이를 기록했다.

반면 아예 문을 못 여는 업종도 있다. 학원, 체육시설 등 실내 밀집 시설이 대표적인데, 최근까지 학원과 실내체육시설은 물론 겨울철 대표 스포츠인 스키장마저 문을 닫아야 했다. 지난 4일부터 스키장(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과 학원(교습 인원 9인 이하)의 제한적 운영이 허용되기 했지만, 그런 와중에도 실내체육시설(헬스장)에 대한 제재는 풀리지 않아 논란을 낳았다.

이후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내놓은 해명은 논란을 더 키웠다. 지난 2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태권도나 발레학원 등도 9명까지(제한한다면 교습이) 가능하다. 학원, 교습소로 등록된 경우는 모두 (운영이) 허용된다”면서 “아동·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태권도장은 학원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점, 돌봄 기능을 수행하는 점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제한적 운영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온종일 아이와 집에 있을 보호자의 불편이 크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허용했다는 건데, 감염 위험도보다는 ‘불편’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실내체육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방역을 위한 필수적인 조처에는 동의하지만, 정부의 원칙 없는 자의적 지침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게 실내체육업계의 주장. 지난달 30일 필라테스·피트니스사업자연맹 소속 업주 153명은 정부를 상대로 1인당 5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회원 예약제, 사용 인원 제한 등 기준을 두고 실내체육시설의 유동적 운영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에는 5일 오전 기준 19만4,000여명이 동의했다. 지난 1일에는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경영난으로 힘들어하던 50대 헬스장 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기도 포천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오성영 전국헬스클럽관장협회장을 비롯해 다수의 업주가 정부 항의 차원에서 영업 재개를 선언했다.

중국의 사상가 공자는 『논어』를 통해 “정치를 함에 있어 백성이 적게 가져 가난한 것보다 처우가 고르지 못해 민심이 안정되지 못함을 걱정하라”고 충고했다. 코로나19는 통제 불가한 면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그에 따른 방역 규범 설정과 설득은 통제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이다. 옛말에 “가난은 참아도 차별은 못 참는다”고 했는데, 코로나 종식이 요원하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민심이 얼마나 인내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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