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잘못 다루면 ‘루저’ 취급받아요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잘못 다루면 ‘루저’ 취급받아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2.3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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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직장인 A씨(32)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았다. 일부 신체 부위의 피부가 하얗게 변하는 백반증 진단을 받았고, 고혈압과 당뇨 의심 소견에 신장에서는 3㎝에 가까운 담석이 발견됐다.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켜진 건강 적신호에 A씨는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최근 유독 피곤하고 눈이 침침한 것도 걱정이 컸다. 의사는 병증별로 각기 다른 원인을 제시했지만, 공통되게 지목된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스트레스란 용어가 만들어진 건 1936년 헝가리의 내분비학자 한스 셀리에 의해서다. 여러 약물 주사를 맞은 각기 다른 실험용 쥐들이 죽자 한스 셀리는 약물 부작용으로 생각했으나 알고 보니 생쥐들이 실험용 바늘에 부정적 자극을 받아 면역체계 장애로 죽었던 것. 한스 셀리는 그런 불쾌한 경험을 ‘스트레스’라 명명했고 이후 해당 용어가 널리 통용됐다.

실험용 쥐들의 목숨을 앗아간 스트레스는 오늘날 현대인 그중에서도 직장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 실제로 입사 후 건강이 악화된 직장인 다수는 스트레스를 주요한 원인으로 손꼽았다. 응답자의 83.9%가 ‘입사 전보다 건강이 나빠졌다’고 답했는데, 증상별로는 ‘화병·우울증 등 스트레스성 정신질환(18.9%), 소화불량·위궤양 등 소화기장애(16%), 번아웃증후군(12.6%) 순으로 조사됐다. 원인은 운동량 부족(19%)이 가장 많았고, 이어 상사 괴롭힘·동료 스트레스(15.8%), 사무실 여건·근무환경(13.1%), 업무 강도(13.1%)가 뒤따랐다.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 운동할 시간도 부족한 직장인의 건강이 우려되는 대목인데, 책 『퇴근 후 심리 카페』의 저자 채정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이 긴장하고 잔병이 잦아지고 혈압, 혈당도 올라가고 성인병도 생긴다. 심지어 암도 스트레스가 쌓여서 생긴다고 본다”며 “몸 구석구석이 결리거나 쑤시고, 눈이 침침한 것을 시작으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저리고 머리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다가 급기야는 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지방간이 생긴다. (아울러) 우울하고, 불안하고, 걱정이 많아지고, 괜히 슬퍼지고, 조급해지고, 화를 못 참고, 다 때려치우고 싶어진다. 짜증 나고 섭섭한 것도 많아진다”고 설명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건강한 사람의 면역력 체계도 무너뜨릴 수 있는데, 실제로 1968년 1월 21일 김신조를 비롯한 무장 공비가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했을 당시 평소 잔병 없기로 유명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감기를 크게 앓았다.

그럼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사실 스트레스 원인이 워낙 다양해 대처법을 쉽게 꼬집기 어렵지만, 효과 빠른 대처를 위해선 일단 “키가 가장 낮은 판자”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채정호 교수는 “높이가 서로 다른 판자를 엮어 물통을 만들어 물을 채울 때 키가 가장 낮은 판자 높이까지만 물이 차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다른 판자의 높이가 높더라도 단 한 군데만 높이가 낮다면 물이 그쪽으로 흘러넘치고 만다는 것”이라며 “결국은 내가 약한 곳으로 스트레스가 넘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낮은 판자 판별법에 관해선 “가만히 앉아서 모든 감각을 동원해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주변을 돌아보자. (이건) 심리학 용어로 말하자면 ‘관찰적 자아’가 생기는 것”이라며 “(자아를 관찰하면) 불안 속에서 간신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 내가 많이 불안하구나’ 하며 한 발 떨어져서 자신을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지금 이 순간을 알고 느끼는 것은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G·O·L·F’ 다시 말해 녹색의 자연(Green), 산소(Oxygen), 햇볕(Light), 친구(Friend)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먼저 저자는 같은 병으로 입원한 환자 중 창밖으로 녹색 정원을 본 환자의 회복 속도가 회색 건물을 본 환자보다 빨랐고, 통증을 호소하는 빈도도 낮았다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을 근거로 녹색을 많이 보라고 조언한다. 이어 회사에서는 책상 앞 의자에만 앉아있고, 집에 와서는 소파에 앉거나 누워만 있는 것을 ‘식물화’라 지칭하며 “출퇴근 때 한 정거장 정도의 거리를 걷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충고한다. 빛과 관련해서는 “햇빛의 양과 일조시간의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 등을 일으킨다”며 “빛은 비타민D를 합성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으므로 빛과 친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친구와 관련해선 “당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인정해줄 친구 한두명이면 된다. 외로우면 삶이 망가진다”며 “진실한 친구 한명으로 우울증,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스트레스 해소의 기본이 되는 위 방법을 통한) 스트레스 치유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데 그건 스트레스에 중독될 수도, 자칫 자기관리 실패자로 비판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스트레스 중독자입니다』의 저자 하이디 한나는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상태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아드레날린, 코르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끊임없는 분출에 뇌와 몸이 익숙해지도록 많은 시간 동안 훈련해왔다”며 “(그런 이유로 스트레스에 중독된 사람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걱정하기 시작하고, 걱정이 생기면 비로소 안도한다”고 전한다. 이어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조한진희는 “과거엔 몸이 아프면 불운한 사람이라고 여겼다면, 누구나 노력하면 된다는 ‘건강 판타지’가 있는 지금은 실패자, 즉 ‘루저’로 취급된다”고 우려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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