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새말모임’을 통해 우리말 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국어가 퍼지기 전, 국민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제공하기 위해 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이다. 최근 새말모임이 발굴하고 선정한 우리말 대체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첫 번째는 ‘로컬택트’(localtact)다. ‘지역’이라는 뜻을 지닌 ‘로컬’(local)과 ‘접촉’을 뜻하는 ‘택트’(tact)의 합성어로 지역이나 마을 공동체 단위로 관계를 형성하며 소통 및 활동하는 방식을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 동네를 비롯해 가까운 곳으로 휴양을 즐길 때 ‘로컬택트’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컬택트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지역 울타리 활동’이 선정됐다.

다음은 ‘스마트폴’(smart pole)이다. 스마트폴은 사물 인터넷(IoT) 및 정보 통신 기술(ICT)을 신호등이나 가로등과 같은 기둥 모양의 도로 시설물에 접목해 본래 기능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구축한 시설물을 말한다. 최근 서울시는 숭례문과 서울광장 일대에 스마트폴 11개를 올해 연말까지 설치키로 밝혔다. 여기에는 지역특성을 살려 숭례문 소개와 사진, 길 안내 등 정보를 볼 수 있는 QR코드가 탑재되며 유동인구 측정 기능 또한 들어간다. 스마트폴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지능형 기둥’이 선정됐다.

다음은 ‘메가 리전’(mega region)이다. ‘엄청나게 큰’이라는 뜻의 ‘메가’(mega)와 ‘지역’(region)을 뜻하는 ‘리전’의 합성어로 교통과 물류 등 사회 기반 시설을 공유하고 경제･산업적 연계가 긴밀한 인구 1천만명 이상의 도시 연결 권역을 말한다. 주거 등 토지 이용 방식이 비슷하고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다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메가 리전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초거대 도시 연결권’이 선정됐다.

다음은 ‘보어 아웃’(bore out)이다. 기력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을 가리키는 말인 ‘무기력증’과 비슷한 의미다. 주로 직장 업무나 생활이 지나치게 단조롭거나 지루해 무기력해지거나 의욕을 잃는 현상을 말한다. 한 가지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로 무기력증과 자기혐오 등에 빠지는 현상인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과도 상통하는 의미다. 보어 아웃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권태 증후군’이 선정됐다.

다음은 경영학 관련 용어인 ‘하드 스킬’(hard skill)과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다. 전자가 생산, 마케팅, 재무, 회계, 인사 등 기업이나 조직의 업무에 필요한 경영 전문 지식이나 능력을 뜻한다면, 후자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조직 구성원이 갖는 문제 해결, 의사소통, 협동성 따위의 능력을 말한다. 하드 스킬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직무 기술’이, 소프트 스킬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대인 관계 기술’이 선정됐다.

다음은 ‘베이퍼웨어’(vaporware)다. 판매 계획이나 배포 계획은 발표됐으나 실제로 고객에게 판매되거나 배포되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베이퍼웨어는 주로 ‘증발품’으로 번역되는데, 눈앞에 채 나타나기도 전에 수증기처럼 없어져 버릴 수도 있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박람회 홍보책자에만 존재하는 상품이라는 의미에서 ‘브로슈어웨어’(brochure ware)라고 부르기도 한다. 베이퍼웨어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신기루 상품’이 선정됐다.

이 외에도 승강기를 타고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제품이나 서비스,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는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요점 전달’이, 정보 통신 기술을 활용해 원거리에 있는 노약자의 신체 징후나 일상 활동을 점검하면서 노약자를 보살피는 서비스인 ‘텔레 케어’(tele care)의 우리말 대체어로는 ‘원격 돌봄’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