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모두에게는 창 안의 이야기가 있다” 『창 안의 이야기』
[책 속 명문장] “모두에게는 창 안의 이야기가 있다” 『창 안의 이야기』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12.21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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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안데르센의 동화 중에 유명한 성냥팔이 소녀의 이야기가 있다. 겨울날 춥고 배고파서 웅크리던 소녀가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저녁 시간 가족들이 함께하는 행복한 창 안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장면이 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있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식사를 하는 광경은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행복한 모습이다. 추웠던 그녀에게 가족이 함께하는 창 안의 따뜻함은 절실했고 늘 마음속에 그리었을 꿈같은 모습이다. 그 시간 그녀에게 식탁 위에 풍성하게 놓여있는 음식들은 간절한 소망이다.

손을 후후 불며 남의 집 처마 밑에 쪼그려 앉아 성냥을 그으며 추위를 녹이다 눈을 감은 소녀에게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함께할 가족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동화 속의 소녀가 그렇게 열망하던 것들과 함께하던 창 안의 사람들, 그들에게 창밖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밖에는 춥고 배고픈 한 소녀가 있었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었다. 한편으로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설레는 모습으로 집을 향해 바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있고 행복한 그들의 손에는 선물도 들려 있었을 것이다. 다른 날보다 풍성하고 화려했을 거리의 한편에 외로운 소녀가 있고 소녀는 끝내 눈을 감았다. 모든 것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과 시점이 있다.

창은 안과 밖의 경계선에 놓여있다. 안과 밖을 이어주는 연결선상에 있다. 안에서 밖을 바라볼 수 있고 밖에서 안을 바라볼 수 있는 통로이자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주는 방어체계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창 안의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는 네모난 창을, 어떤 이는 둥근 모양을 가진 서로 다른 모양의 창이다. 각자는 자신의 창을 통해 세계를 본다.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창 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자신의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간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늘 새롭게 다가오는 주제들이 변화와 불변을 거듭하면서 결국, 이 좁고 낡은 골목을 지나게 될 것을 믿는다. <10~11쪽>

『창 안의 이야기』
공선옥 지음 | 코드미디어 펴냄│242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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