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대한민국] 소설가 김진명 “살기 위해 독서하고 사색하라”
[책 읽는 대한민국] 소설가 김진명 “살기 위해 독서하고 사색하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1.01.20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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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독보적(獨步的), 그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김진명의 소설을 떠올리면 눈 덮인 산 정상을 향해 거침없이 걷는 한 사람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단언컨대 그와 같은 소설을 쓰는 사람은 국내에서 손에 꼽을뿐더러, 그런 소설을 쓰면서 인기 있는 작가는 그가 유일하다.  

그의 소설에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언제나 역사적 사실이나 팩트의 틈에서 ‘합리적 가설’을 제기한다. 혹자는 ‘음모론’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보통 당대의 첨예한 국제 분쟁과 연관된 이 ‘가설’은 부단히 취재한 고급 정보들로 뒷받침되며 힘을 얻는다. 그리고 결국 ‘대한민국’ 혹은 ‘애국’에 가닿는다. 한국 소설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꼽히는 첫 작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1993)부터 신작 『바이러스 X』(2020)까지, 『도박사』(2004) 정도를 제외하고는 근 30년간 줄곧 그래왔다.     

‘공통점’은 분명 클리셰이지만, 김진명의 소설은 결코 다 같은 소설로 읽히지 않는다. 그의 소설에는 숨겨진 ‘진실’이나 ‘예언’이라고 칭할 수 있는 통찰이 있고, 무엇보다 우리 안의 뜨거운 무언가를 건드리기 때문이다. 가령 그는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의문의 죽음을 통해 애국을(『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죽음을 통해 일본의 비윤리성을 이야기했다(『황태자비 납치사건』). 광개토대왕비에 숨겨진 비밀을 모티브로 임나일본부설의 역사적 허위를 고발했고(『몽유도원』) 대부분이 잘 알지 못하는 고구려 역사를 통해 동북공정을 비판했으며(『고구려』) 많은 이들이 평가절하 하는 세계기록유산 ‘직지’에 담긴 한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웠다(『직지』). 『제3의 시나리오』와 『싸드』 『미중 전쟁』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야욕을 해석하며 최악의 상황을 경고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에는 『바이러스 X』. 그가 돌아왔다.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세계가 핵전쟁에 이르고 한반도는 적화통일이 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들고. 우리나라의 강점인 반도체 기술을 통해 코로나19와 앞으로 등장할 또 다른 바이러스들, 그리고 세계 전쟁까지 막을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새맑은 겨울 아침, 주머니에 손을 넣고 찾아간 합정역 이타북스에서 김진명을 만났다.        

[사진= 안경선 PD]

Q. <독서신문>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명사로 선정됐다. 독자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소설가 김진명입니다. <독서신문>과는 지난 2017년에 만나고 이번이 두 번째네요. 정보를 얻는 방법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책을 읽을 기회가 줄어드는 사회인데요. 매우 분명한 사실은, 단순히 지식을 얻고 정보를 얻는 것과 독서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독서는 정보와 지식을 얻는 행위가 아니라 ‘존재의 의미가 무엇이고, 내가 사는 의미가 무엇이냐, 무엇이 옳고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깨닫는 행위입니다. 그것은 오로지 책을 통해서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독서를 잘 안 하는 것은, 존재의 위기만이 아니라 국가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가 내면의 세계를 키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인만큼, 시간 나는 대로 독서에 천착해야 합니다.

Q. 소설가 김진명의 하루가 궁금하다.

A. 『고구려』 7권을 쓰고 있어요. 총 10권을 예상하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1, 2, 3과 8, 9, 10은 쓰기가 참 쉽지만, 4, 5, 6, 7은 굉장히 쓰기가 어렵습니다. 초반부와 후반부는 전쟁 이야기라서 구조가 단순한데요. 4, 5, 6, 7에는 ‘고구려 정신이란 뭐냐’ ‘왕이란 어떤 존재냐’ ‘백성은 무엇이냐’ 같은 형이상학적 요소를 담아야 해서.  

제가 원래 소설을 굉장히 빨리 쓰는 편이에요. 세어보니 『바이러스 X』는 47일 만에 썼더군요. 『고구려』도 쓰면 빨리 쓸 수는 있지만, 필생의 작품이고, 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토리가 되게끔 쓰려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2016년 이후 후속작이 나오지 않은 『고구려』 7권의 막바지 작업 중이고, 그걸 끝내는 게 지금 제가 할 일이에요.   

Q. 종일 소설을 쓰는지?

A. 소설이라는 게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 찍어내는 것이 아니니까요. 잘 될 때는 하루에 원고지 수십 장도 쓰지만, 안 될 때는 한 달 동안 한 장도 못 쓰거든요. 제 하루를 돌아보면 대체로 글을 쓰거나, 글이 써지지 않을 때도 늘 글을 생각하며 지냅니다.   
 
Q. 『바이러스 X』에서 코로나19 사태를 타개할 이색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정말 반도체를 이용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일이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A. 굉장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소설을 빨리 쓴 이유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 시장에 어서 뛰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어요. 외국에서 뛰어들기 전에요. 이 소설을 쓰면서 삼성전자에도 ‘반도체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사전에 감지할 방법이 있으니 당신들이 빨리 시작하라’고 몇 차례에 걸쳐서 이야기하고, 의견 교환도 했어요. 삼성전자에서 상당히 심도 있게 검토한다고 알고 있어요. 바이러스가 어디 있는지 발견만 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와 몸 안이 아니라 밖에서 싸울 수 있거든요. 지금 현대 과학으로 바이러스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데, 생물학자나 의사들에게만 맡겨놓고 있는 거죠. 

[사진= 안경선 PD]

Q. 금속활자와 한글, 반도체 기술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문화 정체성이 ‘약자와의 동행’이라고 했는데… 

A. ‘정의’(正義)는 사실 ‘개개인의 의식의 자유가 점점 넓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의식의 자유’는 개인이 정보와 지식을 마음껏 접할 때 극대화되고요. 과거 정보와 지식은 힘 있고 돈 있는 소수의 전유물이었어요. 짐승에게는 이빨과 발톱이 무기지만, 인간에게는 정보와 지식이 무기거든요. 소수가 정보와 지식을 독점하고 약자인 다수를 억압했죠. 그런데 금속활자나 한글이나 반도체는 이러한 정보와 지식을 전파하는 도구로써 만들어졌어요. 지식을 전파하고 알리는 행위 자체는 곧 ‘약자와의 동행’인 거고, 따라서 ‘약자와의 동행’이 우리나라의 정의로운 정체성인 거죠.    

Q. 역사적 사실들 틈에서 ‘만약 그랬다면?’ 혹은 ‘만약 그렇다면?’ 하는 통찰을 끌어내는 것이 김진명 소설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그런 생각은 어떻게 얻어지는지 궁금하다. 

A. 아무래도 사색이 중요하겠죠. 지식은 지식 그 자체로는 우리 삶에 잘 녹아들기 어려워요. 특히 우리나라는 많은 지식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외국에서 왔거든요. 그런 점에서 우리 한국이 불행하죠.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지식 기반이 유교 등 비과학적인 가치에 집중돼있었으니까요. 외국에서 가져온 지식은, 남의 것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익숙지도 않고, 우리나라에 딱 맞지도 않아요. 가령 그동안 우리 학계에서는 ‘외국에서 이렇게 하고 있으니 우리도 똑같이 하자’는 식으로 무분별하게 지식을 가져왔는데요. 이러한 지식 사이에는 우리만의 사색이 있어야 했어요. 우리가 살아온, 생각해온 방식과 외국에서 들여온 지식을 녹여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했죠. 우리 한국 사회가 지식은 있지만 이러한 사색이 부족해요. 제 소설이 새로워 보이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들에 저의 사색이, ‘한국인의 시각’이 결합했기 때문이겠지요.    

Q. 책에는 ‘고급 정보’들이 많다. 이런 정보는 어떻게 얻는지 궁금하다. 

A. 정보를 얻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정보를 얻는 방법보다는 ‘어떤 포커스에서 정보를, 세상을 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 포커스가 있어야 거기에 맞는 정보를 선별해서 쌓아나갈 수 있으니까요. 

Q. 『바이러스 X』에는 반도체나 방사광 가속기, 레이저 등 어려운 ‘기술’들이 등장한다. 취재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A. 소설가의 상상은 ‘틀리고 맞고’가 없는데요. 이런 기술들은 과학적 사실들이기에 ‘틀리고 맞고’가 있어서 굉장히 애를 많이 썼죠. 한 줄을 쓰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조사하고 ‘포커스’에 맞게 분류해야 했어요. 사실적 부분에서 하나라도 틀리면 안 되니까요. 특히 ‘바이러스와 몸 밖에서 싸워야 한다’는, 이제껏 세상에 나오지 않은 굉장히 획기적인 주장을 하려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틀리면 안 되거든요. 제가 이제껏 쓴 소설 중 자료 조사에 가장 심혈을 기울인 책이 『바이러스 X』라고 볼 수 있겠네요. 

[사진= 안경선 PD]

Q. 누군가는 김진명의 소설을 음모론으로 치부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합리적인 가설’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소설을 쓸 때 중요시 하는 것이 있는지...

A. 누군가가 제 소설을 음모론으로 본다면 그 이유는, 어떤 전문가에게서도 보지 못하던 시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논리를 상당히 중시해요. 제 소설을 쓰는 데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이성적 추론’이에요. 가령 ‘함흥차사’라는 말이 있어요. 이복형제들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이방원이 보낸 사신들을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모조리 죽였다는 기록으로부터 만들어진 말이에요. 실록의 이 기록 때문에 지난 500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그렇게 믿어 왔어요. 그런데 과연 이 기록이 맞는지 논리적으로 생각해봐야 해요. 모든 기록은 조작되기 쉽고, 필연적으로 기록하는 자의 의지가 작용하니까요. 이성적으로 생각해 봐요. 태종 이방원이 자기 이복형제들을 다 죽일 수 있으려면, 가장 먼저 이성계를 죽이든지 제압해야 했지 않았을까요. 이방원의 이복형제들은 이성계의 친자식들이니까요. 또한 이성계가 함흥까지 찾아온 반가운 옛 동지들을 그렇게 죽일 이유도 없죠. 그렇다면 함흥에서 사신들을 죽인 것이 이성계인지 이방원인지 의심하는 것은 합리적이에요. 기록이란 게 얼마나 못 믿을 게 많아요. 당장 똑같은 사건이라 해도 <조선일보>가 쓴 것과 <한겨레>가 쓴 것은 정 반대잖아요. 기록을 그대로 믿는 게 오히려 어리석은 거죠. 기록을 믿는다는 말은 ‘기록하는 자’를 믿는다는 말과 같아요. 기록에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제 소설은 거짓 기록을 논리적으로 파헤친 것일 뿐, 그것을 음모론으로 본다면 이상한 거죠.    

Q. 모든 소설은 물론 허구이지만, 김진명의 소설은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본인이 쓴 소설을 몇 퍼센트 정도 믿는지, 궁금하다. 

A.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동원하는 허구가 있지만, 그 허구의 바탕이 되는 소설의 주제나 소재는 전부 허구가 아니에요. 팩트예요.      

Q. 소설가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한 말씀 해준다면? 

A. 소설을 쓰는 데 문재(文才), 즉 글을 쓰는 재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문재가 중요하다면 신춘문예에 당선된 사람들이 다 훌륭한 소설가가 돼 있어야지요. 근데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나서 다음 소설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알잖아요. 글이 글재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글이 어디서 나오느냐. 글은 가슴에서, 머리에서 나오거든요. 먼저 가슴. 사회나 삶에서 느끼는 견딜 수 없는 억눌림, 그것을 꼭 토해내야 한다는, 그런 열정이 아주 중요해요. 그리고 머리. 글은 일기가 아니라 남이 읽는 것이기 때문에, 남을 설득하기 위한 유의미한 주제나 소재가 필요해요. 지금 소설가가 되려는 사람들이 다 글을 가다듬고, 예쁘게 쓰는 데 많이 집중을 해요. 그것보다는 독서를 많이 하고, 세상 경험을 많이 하고, 사색을 많이 하는 게 더 중요해요.      

Q. 국제 관계 전문가로서도 방송에 출연한다. 새로 들어설 조 바이든 정권에서 한국을 둘러싼 국제관계는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지? 

A. 전통적 미국의 시각으로 복귀한다고 봐야죠. 전통적 미국의 시각이란 ‘자유의 가치로 회귀’, 다자주의를 이야기해요. 다자주의란 선한 의지를 가진 친미 동맹이 세계를 끌어나가자는 거거든요. ‘동맹 중시 주의’로 나갈 가능성이 커요. 이제까지 트럼프라는 특별한 사람이 나와서 미국의 전통과 달리 움직였어요. 그리고 그것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미국의 국익을 챙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국익을 해치는 것이었다고 많은 미국인이 자각했기 때문에 조 바이든이 당선된 거죠. 

동북아는 한·미·일 동맹과 북·중·러 동맹이 마주쳐오던 곳이에요. 그러나 그동안 한국은 친북·친중으로 기울었어요. 문재인 정권의 성격이 그렇고,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을 ‘my friend’라고 부르며 친구처럼 대했으니까요. 바이든 정권에서 미국은 이제 다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북·중·러와 거리를 두게 될 거예요. 구체적으로는 미국이 깊이 개입해 한일 관계가 이전보다 나아질 것이라 보고요. 또한, 한·중이 친해지던 관계를 미국이 제동을 걸 거예요. 

우려되는 것은, 기술의 발달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해지니 이제 미국에서 요격이 불가능한 ‘중·단거리’ 미사일을 만들고 있거든요. 이 미사일은 한국과 일본에서 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에요. 따라서 추후 ‘한국에 핵 탑재가 가능한 중거리 미사일을 놓자’는 말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러면 과거 ‘사드’ 때처럼 국가가 양분되는 위기가 올 수 있어요. 우리가 ‘노’(No) 하면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하고, 미국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지금의 시스템을 차단하는 등으로 복수할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국방뿐 아니라 경제까지 다 망가질 수 있어요. 

제가 제시하는 솔루션이라면, 얼마 전에 우리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현무-4’라는 미사일이 있어요. 지금 미국이 개발하는 중거리 미사일보다 성능이 좋거든요. 지금 미국은 1톤짜리 핵탄두를 1,000km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현무-4’는 이미 2톤짜리 핵탄두를 싣고 800km를 날았으니까요. 우리가 미국에 카운터 오퍼를 해야 해요. ‘너희 미사일을 갖다 놓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한국 전체가 반미로 돌아설 수 있다. 근데 우리한테는 너희 것보다 더 좋은 미사일이 있다. 이것으로 너희 미사일을 대체하자’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진= 안경선 PD]

Q. 그동안 ‘중국이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바이러스 X』에서는 중국이 오히려 한반도의 ‘사회주의 통일’을 바랄 수 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A.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봐요. 기본적으로 중국은 민주주의를 가장 무서워해요. 인민들에게 민주주의 사상을 집어넣을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탄압하고 거부해왔어요. 사상을 통제하는 것이 중국 정권에 너무 중요한데, 한국은 대통령도 쫓아내는 열정적인 민주주의 국가거든요. 그래서 중국이 한국을 굉장히 경계하는 거죠. 그런데 이제는 코로나19 등으로 상황이 바뀌었어요. 미·중 간에 군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요. 만약 중국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한국을 흔들어서 미국과 직접 군사 대결을 피할 가능성이 꽤 크죠. 그리고 중국이 한반도를 흔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통일이거든요. 중국에서 남북통일을 지지하게 되면, 한·미·일 동맹이 깨질 가능성이 굉장히 커져요. 통일과 한·미·일 동맹은 대척점에 있으니까요. 통일은 의외로 쉽게 진행될 수 있어요. 한국 사회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크고, 한국에서 통일에 대해서는 누구도 ‘노’라고 못 하니까요. 제가 이런 시나리오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을 제시하는 거예요.             

Q. 굉장히 많은 책을 읽는다고 들었다. 김진명에게 책이란 무엇인가?

A. 책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이냐’ 하는 문제와 결부돼 있어요. 인간의 삶은 짐승이나 벌레의 삶과 달라요. 짐승과 벌레의 삶은 건강하고 오래, 풍족하게 살면 성공한 삶이거든요. 그러나 인간의 삶은 건강하고 오래, 풍족하게 산다고 해서 성공한 삶이 아니에요. 그런다고 반드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간은 알거든요. 짐승이나 벌레는 본능적으로 이기적이지만, 인간은 그 본능을 극복했기 때문에 ‘이기’를 넘어선 ‘이타’의 삶을 살아요. 인간은 또한 인간의 숙제를 풀었을 때 행복해요. 그 숙제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거예요. 인간은 반드시 행복만을 추구하지 않아요. 불행이 더 나을 때도 있어요, 그것이 의미 있다면요. 행복한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생각하니 인간이 위대한 거예요. 그리고 인간이 짐승이나 벌레를 넘어서게 하는 것이 바로 책이에요. 책이 없는 인간은 짐승이나 벌레와 다를 게 없다고 봐요.  

Q. <독서신문> 독자들을 위해 좋은 책 몇 권 추천 부탁드린다. 
 
A.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권합니다. 이 책에 있는 사상이 중요하지는 않아요. 몇백 년 전 사람의 생각이 한국 사회에 반드시 맞지도 않고, 그 생각을 금과옥조처럼 따를 필요도 없어요. 그러나 이 책의 문체가 중요해요. 굉장히 단순하고 쉬우면서도 그 사상을 아주 잘 운반하고 있어요. 이 책이 사람의 논리 구조나 글의 형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사상적으로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권해요. 이 책은 헛된 명예나 재물 등의 문제점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줘요. ‘외면의 힘’이 아닌 ‘내면의 힘’을 키우는 데 좋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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