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不확실의 ‘不’ 빼기] 예측불가 2021년, ‘루틴’을 찾자
[2021 不확실의 ‘不’ 빼기] 예측불가 2021년, ‘루틴’을 찾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2.21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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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쿼루틴’(QuaRoutine, 격리를 뜻하는 ‘Quarantine’과 ‘루틴’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루틴’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생활변화관측소’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특히 인스타그램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이 단어의 언급량이 급증했다. 루틴은 게시물 10만 개당 지난 2016년에는 6.5개, 지난해에는 20여개에 불과했지만 지난 1월부터 8월까지는 게시물 10만 개당 46.5개가 언급됐다. 2016년과 비교하면 약 일곱 배, 지난해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게시물에 #데일리루틴 #오늘루틴 #일상루틴 #주말아침루틴 등의 해시태그를 붙이며 자신의 일상을 공개한다. OO 루틴 XX 루틴 등 루틴 앞에는 보통 시간이 붙는다. 가령 누군가의 아침 루틴은 조깅 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 주말 저녁 루틴은 넷플릭스 시청이나 집 청소, 카페에서 책 읽기가 될 수 있다. 루틴이란 결국 매일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SNS 등을 통해 선언하고 지켜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어째서 사람들의 삶에 이토록 루틴이 중요해졌을까? 일차적인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자기만의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때문에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은 좁아졌지만, 대신 온라인 수업이나 재택근무 등으로 오롯이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은 확장됐다. 그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의미 있게 보내려는 의지가 담긴 단어가 바로 루틴인 것이다.  

박현영 생활변화관측소장 등이 쓴 『2021 트렌드 노트』에 따르면 루틴에는 또한 불확실한 삶을 통제하려는 열망이 담겨 있다. 저자들은 “코로나는 개인의 반복되는 일상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력하게 인식시켰다”며 “통제 불능의 상황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일과를 계속해서 꾸려가는 것. 이는 불안정의 시대에 안정감과 통제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강연 ‘COVID-19, 당신의 마음에 제안된 거대한 실험’에서 루틴에 대해 설명하며 “자신의 세계를 정확하게 구축하는 것이 통제감과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당연시될 정도로 코로나 사태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 모두의 삶을 뒤흔들어 놨다. 바이러스는 불가항력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을 상기시켰고, 모두를 무기력감에 빠지게 했다. 그러한 무기력감에 대한 반발 심리로 생겨난 것이 바로 루틴인 것이다.  

2021년, 공상과학 영화의 제목이라도 보는 듯하다. 우리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바이러스는 언제 종식될지 알 수 없고, 백신의 효과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혹자는 2021년에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도, 누군가는 시장의 거품이 터질 것이라고도 말한다. 통제할 수 있는 것이 그다지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직 루틴만이 삶을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다가올 미래가 불안하다면, 당신도 당신만의 루틴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가령 코로나 사태 이후 늘어난 루틴 중 ‘북커버 챌린지’가 있다. 매일 한권씩 7일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표지 사진을 공유하는 루틴이다. 책 사진과 함께 간단한 독후감을 SNS에 남기면 된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루틴도 인기다. 가령 대형서점에는 몇 달 전부터 김유진 변호사의 책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가 베스트셀러 목록 10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이 책의 키워드는 ‘모닝 루틴’, 즉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하는 일이다. 김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서 한 일을 꾸준히 공개하고 있으니 이를 따라 해봐도 좋겠다. 이 외에도 하루 20분 정도 강의를 듣고 사진을 찍어 올리거나, 매일 1,000원 정도 돈을 통장에 입금하고 SNS에 인증하는 것도 건강한 루틴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영국의 시인 존 드라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습관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어떤 일이든 하게 만든다.” 소설가 도스토옙스키의 말이다. “습관이 인간 생활의 위대한 안내자이다.” 영국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말도 있다. 불확실에서 ‘불’ 빼기, 루틴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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