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칼럼] 내가 선정하는 올해의 유산
[박흥식 칼럼] 내가 선정하는 올해의 유산
  • 박흥식 논설위원
  • 승인 2020.12.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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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논설위원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박흥식 논설위원
前방송위원회 평가심의국장

[박흥식 칼럼] 탁상의 달력도 마지막 한 장 남은 12월입니다. 이제 올해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기 위해 올 한해 내가 살아온 흔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이를테면 ‘내가 뽑는 2020년 나의 10대 뉴스’입니다.

좋았건 나빴건 올 한해는 코로나 팬데믹이란 전대미문의 세계적 유행으로 인류 모두가 불행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은 분이 직업과 일에서 삶의 안전성을 위협받으며 살아왔고 생존의 치열함 속에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아온 당신이기에 올 한해 기억할만한 추억거리는 있을 것입니다. 2020년 내가 만나고 이룩한 사건들 업적들을 10개 정도 뽑아서 기억의 유산으로 선정해보는 이벤트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올 한해 소망했던 많은 계획과 실천 목록들과 그 성과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내년을 어떻게 맞이할지 준비의 시간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나의 소확행을 만들었던 기쁨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을 지워버리고 지친 마음을 달래보는 치유의 기회도 될 것입니다. 내가 뽑는 올해의 인물, 책, 음악, 영화, 음식, 장소, 공간, 콘텐츠, 창조물, 사건은 무엇입니까?

올 한 해 동안 내가 새롭게 만난 사람은 누구이며, 처음 가본 장소. 공간은 어디인지요? 내가 읽은 책과 기억할 만한 영화는 무엇인지, 내가 창조한 새로운 콘텐츠나 창조물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의 경우 내가 선정한 ‘올해의 책’ ‘올해의 영화’ ‘올해의 음식’ 3가지만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올해에 읽은 책 중에서 소개할 책은 『담론』입니다. 고인이 된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가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발표한 마지막 강의내용을 모아 낸 책입니다. 이 책은 동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사서삼경 등을 바탕으로 『동양고전 강독』, ‘인문학 특강’ 등의 강의 녹취록으로 재구성된 책이기도 합니다. 책 속에는 공자 맹자 노자 장자 등 동양의 사상과 철학을 일으켜 세운 현자들의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그리고 사람(人間)과 삶(世界)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입니다. 당연히 우리가 살아오면서 고민한 문제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책의 1부에서는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 편으로 구성되고, 2부에서는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이란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이야말로 그 사회를 인간적인 사회로 만드는 일입니다. 사람은 다른 가치의 하위 개념이 아닙니다. 사람이 ‘끝’입니다. 절망과 역경을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으로 극복하는 것 이것이 석과불식(석과불식)의 교훈입니다”라고 강조합니다.

두 번째 소개할 것은 제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인 <코코>입니다. 영화 <코코>는 2017년 제작된 미국의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뮤지컬 판타지 영화입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월트디즈니 픽쳐스가 배급한 영화입니다.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 미구엘이 ‘죽은자의 날’ 우연히 저승(죽은자들의 세계)으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 영화이지만 영화의 내용과 주제는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 간의 사랑과 가족간의 유대를 다룹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멕시코의 작은마을에서 신발 만드는 일을 해온 리베라 가문의 소년 미구엘의 가족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영화는 음악을 즐기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는 특이한 집안 전통을 배경으로 집안의 조상들 고조할아버지 핵토르, 고조할머니 이멜다, 증조할머니 ‘코코’와 이모할머니, 외삼촌 할아버지, 고모할머니 등 죽은 영혼들의 과거사 이야기와 미구엘의 아버지 미구엘 리베라 가문의 현실 세계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이벤트 소재로 표현되는 ‘죽은 자의 날’은 매년 11월 2일 행해지는 실존하는 멕시코의 전통 기념일로 우리의 제삿날 풍습과 비슷하며 이날 제단에 가족들의 사진과 음식을 올려놓고 경건하게 조상을 경배하는 광경은 단순한 상상 속 얘기가 아닙니다.

특히 망자의 날에 유령들이 저승과 이승을 잇는 다리를 건너와 제사 음식을 먹으며 가족들을 살피다 간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한편, 제단에 사진이 오르지 못하고 가족들의 기억에 잊혀진 조상은 이승으로 건너오는 다리를 통과할 수 없으며 저승에서도 존재하지 못하고 영원히 사라진다는 설정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싶은 인간의 마음과 영원한 존재를 열망하는 인간의 본질을 깨닫게 해줍니다.

세 번째 소개할 것은 내가 선정한 ‘올해의 음식’으로서 ‘영덕 가자미 정식’입니다. 영덕 가자미 정식은 올해 영덕에 업무 출장길에 점심시간 식당에서 우연히 처음으로 경험한 음식인데 그 맛이 얼마나 좋았던지 이렇게 소개해 드립니다.

사실 영덕 지역에서는 영덕 대게가 유명하고 많은 여행자들이 영덕 대게를 먹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대게 요리는 값이 비싼 게 흠이고 제철이 아니면 더욱 귀한 재료라 일반적으로 부담이 많이 가는 음식입니다.

반면 제가 처음 경험한 가자미 정식은 다양한 가자미 레시피에 장인의 요리 솜씨 탓인지 입맛에 아주 새로운 맛을 경험했고, 무엇보다 가자미구이, 조림 젓갈 등 밑반찬과 가자미 매운탕의 놀라운 맛에 비해 가격도 높지 않아 가성비가 아주 높았습니다. 

제가 들렀던 그 식당은 나중에 알고 보니 TV 프로그램인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도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이상 세 가지는 제가 선정한 ‘올해의 나의 추억 유산’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당신이 뽑은 ‘올해의 나의 기억 유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어려움 속에서도 2020년은 그런대로 삶의 의미와 보람 있는 한 해였기 바랍니다. 올해 실현하지 못한 꿈들은 별수 없이 다시 내년의 계획 목록으로 이월시켜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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