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맹공에 상승하는 尹 지지도... 주목받는 ‘절차적 정당성’
秋 맹공에 상승하는 尹 지지도... 주목받는 ‘절차적 정당성’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2.1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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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에는 크게 두 부류의 군상이 등장한다. 착한 놈과 나쁜 놈. 나쁜 놈은 악(惡)의 기운을 받아 온갖 권모술수로 주인공을 위기에 빠뜨리지만, 그에 맞서는 착한 주인공은 늘 정공법을 구사한다. 주인공은 상대가 아무리 비열하게 나와도 정도(正道)를 벗어나는 법이 없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정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악당을 응징해 끝내 정의를 바로 세운다. 정의를 지키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상에서 절차적 정당성은 쉽게 간과된다. 자신만의 사고가 굳어진 대다수 어른은 자신을 선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공격하는 무리를 악당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 생각이 옳고 바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때 절차적 정당성이 침해된다고 해도 대(大)를 위한 소(小)의 희생 혹은 융통성이란 빌미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마련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정권 사수와 사회 질서 유지란 명목으로 법과 절차가 무시되는 경우가 빈번했고, (빨갱이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고문이 사실상 허용됐다. 정권 유지에 유리하도록 (유신) 헌법을 개정하기도 했는데, 그런 법률 개정에도 위법 요소가 다분했다. 그런데 이런 만행을 실행에 옮긴 이들이 순도 100%의 악인이었느냐. 또 그건 아니다. 선량한 시민이자, 좋은 아빠인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로 과거 간첩 혐의를 받고 고문당했던 누군가는 “고문도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고문하던 수사관이 자녀와 통화하며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을 내비칠 때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상대가 완벽한 악인이 아니라는 점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졌던 것. 미국 철학자 한나 아렌트 역시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과거 유대인 학살 가담자 상당수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들면서 ‘악의 평범성’(악의 근원은 평범함 속에 있다) 개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인간은 자신이 정의의 편에 속했다고 생각하기 쉽고, 그에 따른 정의 실현 과정에서 마땅히 지켜져야 할 절차적 정당성을 간과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이 옳고 의도가 선하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정의의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고, 자의적 해석에 따른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에 그런 위험 요소를 제재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절차적 정당성’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상당 기간 성숙기를 거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법과 규정을 마련했다. 다만 마련한 법과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변경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비토(거부)권 삭제를 골자로 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도 그런 사례가 될 수 있다. 비토권 제안은 애초 더불어민주당에서 제안한 것이고, 그러한 (거부할) 권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원칙적이고 응당한 조처란 이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를 앞세워 ‘힘의 정치’를 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들 외에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비토권 삭제는) 최초의 준법자는 입법자인 국회여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다”며 “민주주의 없이 검찰개혁도 없다”고 주장하며 ‘기권표’를 던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청구도 같은 선상에서 비춰볼 수 있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 총장을 징계하려 하지만, 검찰개혁을 위해 윤 총장이 물러나야 하는지는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달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물론 다른 생각을 모아 타협점을 찾고, 결론을 도출할 필요는 있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절차적 정당성이다. 답을 정하고 답에 절차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절차에 따라 답을 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추 장관의 윤 총장 징계는 (직을 사수하는 윤 총장 태도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절차적 정당성에 어긋났다는 지적을 받는다. 애초 판사 사찰 의혹의 위법성 여부를 조사해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이정화 검사가 자신의 의견이 윤 총장의 징계 요청 보고서에서 임의 삭제됐다고 폭로한 데 이어 지난 7일 열린 법관대표회의(전국 각급 법원의 대표 법관들의 모임)에서 다수 판사가 “(판사 사찰 혐의는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어) 의견 표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추 장관과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으니 징계하는 게 아니라 징계하고 싶으니 문제를 찾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은 180석에 가까운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부동산 문제와 더불어) 공수처 갈등, 추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을 겪으면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응답(지난 5~6일 서울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805명 대상 리얼미터 조사)이 50.6%를 기록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지난 8~10일 18세 이상 1,000명 대상 한국갤럽 조사)은 54%를 기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역대 최하인 38%였다. 반면 윤 총장의 대선후보 선호도(지난 5~7일 18세 이상 1,002명 대상 한길리서치 조사)는 28.2%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1.3%)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8%)를 오차범위 밖으로 앞질렀다. 절차적 정당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그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는 경고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전직 뉴욕남부지검 검사장인 프릿 바라라는 책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법의 역할을 강조한다.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공정하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그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 (중략) 공정한 절차는 문명사회에서 필수(다.) 정의는 실현해야 할 뿐 아니라, 그 과정이 눈에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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