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보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으로 보는 방탄소년단의 성공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12.10 0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엠넷]

[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은 3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무려 다섯장(‘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 ‘맵 오브 더 솔 : 7’ ‘BE’)의 앨범을 ‘빌보드 200’ 정상에 올렸다. 그룹으로서는 비틀스 이래 최단기간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20일 발매된 앨범 ‘BE’의 타이틀곡 ‘라이프 고즈 온’은 한국어 노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HOT 100’ 1위에 등극했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논문 「새로운 소비문화의 출현과 ‘방탄소년단’ 열풍」의 저자 박미영은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을 콘텐츠 소비양상의 변화를 통해 살펴본다. 특히 저자는 방탄소년단의 국제적인 성공이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사회의 독특한 콘텐츠 소비문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다양성’을 강조하는 사상으로 합리와 질서, 계획과 발전을 추구했던 모더니즘(modernism)에 반발해 개인의 개성과 자율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게임적 소비’ 모델에 근거해 방탄소년단 콘텐츠 소비 양상을 분석한다. 게임적 소비란 “포스트모던 콘텐츠를 향유하는 새로운 소비양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소비자가 콘텐츠의 핵심적인 주제 의식이나 감동에 주목하기보다 콘텐츠의 구성 요소를 집적하고 동기화하는 것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집적하고 동기화한다”는 말은 콘텐츠 구성하고 둘러싼 여러 가지 요소를 ‘소비’가 아닌 ‘놀이’의 관점으로 향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는 트랜스미디어(trans media) 기법을 통해 제시되는 방탄 세계관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에게 게임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책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한 ‘해리포터’의 성공 방정식이 방탄소년단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저자는 “(해리포터는) 소비자들에게 경배의 대상으로 작용하는데, 이들은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자원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미 소비자들이 해당 콘텐츠를 분해, 재배치, 해체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게임적 소비가 자연스럽게 아이돌 콘텐츠로도 이어진다. 저자에 따르면 “과거 대다수의 뮤직비디오는 주요 타이틀곡의 분위기와 감성 또는 서사를 전달하기 위해 하나의 완성된 필름을 선보였다. 즉, 뮤직비디오 하나하나가 각각의 닫힌 세계를 갖고 있었다”며 “그러나 방탄소년단, 세븐틴, 트와이스, 레드벨벳 등 최근 아이돌의 뮤직비디오는 여러 개의 뮤직비디오를 가로지름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바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이다. ‘스핀오프’(spin off : 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를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돼 나온 작품)와 유사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동일한 세계관을 가진 여러 개의 이야기가 다양한 미디어의 성격에 맞게 변주되는 특성을 보인다. 즉 각각의 콘텐츠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상호 연결돼 하나의 트랜스미디어 세계를 구축한다.

앞선 관점과 연결해보면 “뮤직비디오가 주요 타이틀곡을 홍보하고 감성을 전달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소진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아이돌’이 속한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퍼즐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아이돌 기획사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방식을 차용해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오락기를 배치하고 팬들은 그러한 단서들을 분해, 재배치 및 해석하며 자신이 선호하는 아이돌 세계의 궁극적인 ‘성배’찾기에 몰두한다. 이를 위해 아이돌 기획사는 서로 다른 작품들을 가로질러 호환 가능한 코드가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방탄소년단의 앨범 ‘LOVE YOURSELF 起承轉結 Series’가 대표적이다. 이 시리즈에 속하는 앨범은 총 네장(LOVE YOURSELF 起 ‘Wonder’ / LOVE YOURSELF 承 ‘Her’ / LOVE YOURSELF 轉 ‘Tear’ / LOVE YOURSELF 結 ‘Answer’)으로 앨범 표지나 가사 속에는 각각의 앨범을 관통하는 단서들이 반복해 나타난다. 그러니까 각 앨범이 단일한 앨범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용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러한 단서들은 팬들에게 동일한 방탄 세계관 안에 머물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로 기능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LOVE YOURSELF 起承轉結 Series’의 마지막에 속하는 앨범은 ‘Answer’라는 제목에 맞게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각각의 앨범이 질문과 대답, 사랑과 이별, 타인과 자신으로 이어지는 단일한 호흡을 보이고 있는데, 앨범에 수록된 곡들 역시 이런 흐름으로 배치됐다. 이런 짜임새로 이뤄져 치밀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방탄소년단의 앨범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구조와 유사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책 『컨버전스 문화』의 저자 젠킨스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 관해 ”각각의 텍스트(앨범, 영화, 드라마 등)는 전체 스토리에 서로 구별되는 독특하고 가치 있는 기여를 하게 된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이상적인 형식은 각각의 텍스트가 최선의 그 무엇을 하게 되는 경우“라고 설명한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과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은 이렇게 맞물려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