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영상보다 못하다고요?… 국립중앙도서관 12월 사서추천도서
책이 영상보다 못하다고요?… 국립중앙도서관 12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2.04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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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책은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장 내밀하게 이어지는 통로이겠지요.”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책 『밤은 책이다』에서 독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화 평론가이지만 매달 수백만원 어치 책을 사는 애서가이기도 하다.  

혹자는 책이 영상보다 한 수 아래라고 말한다. 영상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바로 보여주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제작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인력, 기술이 필요한 것도 책보다는 영상이라는 말도 따라온다. 영상이 책보다 가치 있다는 말은 어떤 면에서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이동진이 말했듯, 책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장 내밀하게 이어지는 통로’라는 점에서 영상과 다른 가치를 지닌다. 

책은 어떤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내려놓은 결과물이며, 책보다 한 사람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는 없다. 따라서 결코 책을 영상 아래에 놓을 수는 없다. 2020년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며,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한 12월의 책을 소개한다.                

■ 천 개의 파랑
천선란 지음│허블 펴냄│376쪽│14,000원

2035년, 인간들의 재미를 위해 달리다가 관절이 다 닳아버려서 안락사를 앞둔 경주마 ‘투데이’. 소외된 인간들과 로봇들은 투데이가 오직 자신만을 위한 마지막 경주를 할 수 있게 돕는다. 모두의 노력으로 투데이는 마지막 경주를 하게 되고, 인공지능 기수 ‘콜리’는 투데이의 행복을 위해서 경주 도중 스스로 낙마한다. 15년 후 미래를 다루는 SF소설이지만, 오늘날 소외된 이웃과 동물복지,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책 속 한 문장

“그렇다면 인간은 함께 있지만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사는 건 아니네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을 뿐 모두가 섞일 수 없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맞나요?” 보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기 탓인지 목이 잠겨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콜리가 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284쪽)

■ 목소리를 삼킨 아이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양미래 옮김│북레시피 펴냄│364쪽│15,000원

어린 시절 ‘선택적 함구증’으로 말을 할 수 없었던 한 아이와 그 가족의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소설은 편견과 방임으로 상처받아 일곱 살이 될 때까지 말을 하지 않았던 소년 샤허브가 스무 살이 돼서 심정을 고백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가사에 지친 엄마와 일만 하는 아빠, 1등에 집착하는 형, 가족들은 소년 샤허브를 병들게 하고 있었다. 저자는 샤허브를 통해 가족의 진정한 소통과 사랑의 방식에 대해 말한다. 

책 속 한 문장

“너는 샤허브 걱정만 하지, 샤허브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는 못하잖니. 네가 보여주는 건 걱정이지, 사랑이 아니란다.”(284쪽)

■ 컨셔스 
문성림 지음│미디어숲 펴냄│224쪽│14,800원

조던 피터슨과 이순신 장군,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르네 데카르트의 공통점을 아는가?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1차 의식’에 의지하지 않고 ‘2차 의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자신의 삶을 살아간 이들이다. 진정한 성취를 이루면서 자신의 삶을 성공으로 이끈 사람들은 모두 평생에 걸쳐 2차 의식을 강력하게 사용했다. 무의식이 지배하는 1차 의식에 의한 삶은 ‘의식의 흐름’처럼 흘러가는 것이고, 2차 의식에 의한 삶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주체적으로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저자는 ‘의식’을 바꾸면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책 속 한 문장

“남을 의식하는 삶은 이제 그만 버리자. 이제는 ‘나를 의식하는 삶’을 살아 보는 것은 어떨까. 나 자신을 의식하는 일이 비록 당장은 서툴고 어색하다고 해도 나를 의식하려 노력할수록 삶이 바뀐다.”(200쪽)  

■ 오늘도 이상한 사람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정희정 지음│꿈의지도 펴냄│304쪽│15,000원

다양한 기업과 기관에서 심리학 강의를 해온 저자는 정신의학진단편람을 기준으로 열 가지 성격장애의 유형별 특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편집성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 조현성 성격장애, 회피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 의존성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조현형 성격장애는 각각 유형별로 그 특징이 다르다. 저자는 그 특징들을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는 조금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 속 한 문장

“성격이란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습관이다.”(21쪽)

■ 시간이 멈춘 방
고지마 미유 지음·가토 하지매 사진│정문주 옮김│더숲 펴냄│140쪽│12,000원

2014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특수 청소와 유품 정리 일에 뛰어든 고지마 미유. 유품정리사로서 그가 목격한 고독사 현장은 참혹했다. 소식불통이던 아버지가 피를 토하며 쓰러진 자리, 형체마저 사라진 채 뒤늦게 발견된 욕실의 망자, 집 안을 깨끗이 치워두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청년, 쓰러진 주인 곁에 있던 반려동물의 사체… 연간 370건의 고독사 현장을 작업하며 그 현장을 미니어처로 제작해 세상에 알려온 저자는 담담한 필체로 그 ‘시간이 멈춘 방’을 그려낸다. 

책 속 한 문장

“눈 감는 순간, 고인의 뇌리에 스친 생각이 궁금하다.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나도 그 순간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결코 당연하지 않은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고독사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는 특별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가슴에 새기면서 하루를 잘 살아내고 싶다.”(133쪽)

■ 데이터 프라이버시
니혼게이자이신문 데이터경제취재반 지음│전선영 옮김│머스트리드북 펴냄│282쪽│14,800원

일본의 대표 경제신문사 기자인 저자들은 기업들이 인터넷에 넘쳐나는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빛과 그림자를 조명하고, 건전하고 풍요로운 디지털 사회를 위해 제언한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최신 글로벌 사례까지 두루 포괄하는 취재를 통해 ‘데이터 경제’의 최신 동향을 풀어낸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기술을 발전해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책 속 한 문장

“데이터와 이익이 한 줌의 정보기술 거인에게 집중되는 새로운 독점이 출현했다. 내버려 두면 시장이 뒤틀리지만 과도한 규제는 성장을 저해한다. 최적의 답을 찾기 위해 세계는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160쪽)

■ 세계를 정복한 식물들
스티븐 해리스 지음│장진영 옮김│돌배나무 펴냄│392쪽│15,000원

식물학자인 저자는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50가지 식물을 연대기적 접근을 통해 소개한다. 포도, 빵밀, 튤립과 같은 친근한 식물부터 선옹초, 왕포아풀, 애기장대 같은 쉽게 스쳐 지나가기 쉬운 식물들까지. 식물에 얽힌 다양한 역사·문화적 사건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보이지 않는 속도로 고요하고 무성하게 우리의 삶을 바꿔 온 식물의 힘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서양인들은 인류가 세입자이며 환경의 집사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숙명론과 신의 심판을 논하거나 아득히 떨어진 별과 외계 식민지에 대한 허망한 꿈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미래에 책임을 져야 한다.”(345쪽)

■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키트 예이츠 지음│이충호 옮김│웅진지식하우스 펴냄│388쪽│16,800원

집 뒷마당 달팽이 수를 세는 일에서부터 괜찮은 식당을 고르는 알고리듬, 암 양성 판정이 틀릴 가능성, 확률을 오용해 살인 누명을 씌운 법정의 오심, 병실의 거짓 경보를 줄이거나 전염병을 통제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이 책의 저자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대부분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흥미로운 ‘수학’을 발견하고 독자에게 소개한다. 세상 모든 것에서 수학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 속 한 문장

“시간을 느리게 흐르게 하고 싶다면, 시간을 갉아먹는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양한 경험으로 삶을 채우라고 이 이론은 말한다.”(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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