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하셨나요?... 이런 끔찍한 일을 겪을지도
과음하셨나요?... 이런 끔찍한 일을 겪을지도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2.02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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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흐릿한 지평선 너머, 머나먼 어딘가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온다. 물을 달라는 애원이다. 움직이려 하지만 꿈쩍도 할 수 없다. 그러자 외침은 점점 더 커진다. 머릿속에서 고통이 느껴진다. 두통, 아니 그 이상, 훨씬 끔찍하고 커져 가는 고통이다. 뇌가 부풀고, 부푼 뇌가 두개골을 압박해서 눈알이 빠질 것 같다. - 쇼너시 비숍 스톨 『술의 인문학』

술이 식도를 넘어가면서 내는 알싸한 느낌은 머잖아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온몸에 달뜬 기분을 자아낸다. 이럴 때 대개는 타인을 향한 무장이 해제되고 용납의 범위가 넓어지기 마련인데, 책 『아무튼, 술』의 저자 김혼비 작가는 그 모습을 “바짝 버려져 있던 사람들이 술을 한 잔 두 잔 세 잔 마시면서 조금씩 동글동글하고 뭉툭해져(간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술이 우리를 조금씩 허술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그래서 평소라면 잘하지 못했을 말을 술술 하는 것도 좋다”고 말을 보탠다. 그렇다. 애주가들은 술 자체가 좋고, 또 술이 만든 분위기를 기꺼워한다. 다만 숙취는 그와 다른 문제다.

술의 이뇨 작용은 몸속 수분을 힘껏 빨아들일뿐더러 수분 흡수도 방해한다. 수분 부족으로 뇌는 한껏 수축해 뇌막과 신경조직을 끌어당겨 지독한 두통을 자아내고 신장, 췌장, 간 등은 부을 대로 부어올라 간밤에 들어온 알코올을 해독하기 위한 고통에 몸부림친다. 사람들은 이 과정을 ‘숙취’라고 부른다.

사실 숙취라는 말이 등장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숙취(Hangover)가 영어 어휘 사전에 등재된 것은 불과 100여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끔찍한 고통만큼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데, 그중 하나가 설사다. 장으로 들어온 음식물에서 수분과 영양소를 흡수하는 점막 융모가 알코올에 자극돼 본래 기능이 약화되면서 수분이 흡수되기 전에 변이 배출되는 것이 주요한 원인. 대개 장이 약한 사람들이 겪는 증상인데, 이 경우에는 당 함량이 높은 맥주나 막걸리 등의 발효주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음주 시 물을 많이 마셔 체내 알코올을 희석하는 것도 설사를 피하는 좋은 방법이다.

누군가는 숙취로 인해 소변을 보다가 의식을 잃기도 한다. 주요 위험군은 (중년) ‘남성’. 이런 증상을 ‘배뇨 실신증’이라고 하는데 배뇨에 의해 감각신경이 과하게 자극되면서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거나 심박동이 일시적으로 정지해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드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진다. 서서 소변을 보는 남성에게서 특히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렇게 의식을 잃었을 때는 뇌에 피를 보내기 위해 머리를 양 무릎 사이로 내리거나, 눕힌 채 다리를 들어 올리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재발 위험이 높은 편이라 이런 일이 잦다면 음주 이튿날에는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이 안전하다.

음주 이튿날 찾아오는 지독한 우울감도 술이 주는 고통이다. 먹을 땐 좋았는데, 먹고 나니 이전보다 더한 감정의 소모가 느껴질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스프링 효과’라 지칭한다. 알코올의 힘으로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던 감정이 술기운이 약해지면서 기본값 밑으로 추락해 심한 감정 기복을 겪는 것. 거기에 다른 숙취 증상이 더해지면 고통은 더욱 극심해진다.

전날 밤의 흐릿한 주사의 기억도 누군가에겐 숙취의 고통일 수 있다. 맨정신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과도하게 솔직하거나 무례한) 말이나, (기행에 가까운) 행동으로 후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이와 관련해 김혼비 작가는 “(술 취해 탄 택시를 오락실 자동차 게임으로 착각해 흥분했고 택시 기사가 만류하자 잠시 정신을 차렸으나) 다시 강경해진 나는 기사님에게 이건 내 화면이고 아저씨 화면은 아저씨 앞에 있으니까 내 거 보지 말고 아저씨 화면이나 보라고 호통을 쳤고, (술김에 저도 모르게 노래방에서 가지고 나온 리모컨을 자동차 핸들처럼 돌렸고) 중간에 잠깐 정차했을 때는 동전 떨어졌으니 빨리 넣어야 한다고 가방을 엎었고, 겨우 집에 도착했더니 집도 몰라보고 대체 저기가 어딘데 나더러 자꾸 저 안으로 들어가라고 하는 거냐고 뻗댔다.”(책 『아무튼, 술』 中) 이 일의 충격으로 김 작가는 몇 달간 술을 끊었다.

이렇듯 후폭풍이 거센 숙취는 전쟁 판도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다수의 역사학자는 과거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치밀한 계산으로 전략을 세웠으나, 숙취에 시달리던 소련군의 예측 불허한 움직임으로 인해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소련군이 목적지를 잃거나 중간에 잠이 들거나, 행군 속도가 느려지는 탓에 독일군의 일반적 예측이 어긋났다는 것. 비록 전쟁에선 러시아인의 애주가적 면모가 득이었다 해도 음주에 따른 우려가 컸는데, 이후 KGB(과거 소련의 첩보 조직)는 1980년대 후반 첩보원의 만취나 숙취를 방지하는 알약 개발에 성공했고 그 알약은 지금도 ‘RU-21’이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숙취의 폐단에도 술은 치명적인 매력으로 애주가들을 유혹한다. 대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노을을 안주 삼아 모히토를 마시며 『노인과 바다』를 저술했고, 와인(‘샤토 마르고’)에도 애착이 강해 손녀 이름을 ‘마고 헤밍웨이’라고 지었다. 맥주 애호가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를 통해 냉장고에 롤링 록, 바스 페일 에일, 사무엘 애덤스 등의 맥주를 상비해 놓고 수시로 꺼내먹는다며 자신의 음주 취향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화 <연인>의 원작자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매일 수 리터의 와인을 마시며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다만 애주가에게 숙취는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인데, 이와 관련해 책 『술에 관하여』의 저자 킹슬리 에이미스는 “절대 확실하고 즉각적인 숙취 해소법을 찾는 것은 신의 존재를 찾는 것과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인위적) 숙취 해소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인데, 그럼에도 음주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영국의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오, 신이시여. 인간들은 자신의 정신을 빼앗아 가려는 적들을 입안에 부어 넣고 있나이다”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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