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신을 채근하지 마세요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리뷰] 자신을 채근하지 마세요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24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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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회사에서 실수한 일, 내일 처리해야 할 일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생각을 하면 몹시 힘들다. 매사에 무기력하고 감흥이 없다. 내가 탄 버스가 사고가 나서 출근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위 증상이 엿보인다면 당신은 번아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사실을 부인하고 ‘내가 하긴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높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한국 사회는 피로하다고 말하는 데에도 자격을 요구합니다”라며 “피로의 기준이나 자격이라는 게 실제로 있을까요? 저는 없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네가 뭘 한게 있다고’ 식의 비난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

번아웃을 일으키는 원인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불안과 강박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대표적인 경우는 인정욕구.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기 원하지만, 그 바람이 지나친 사람은 “인정과 애정을 받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불안해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강박에 빠지기 쉽다. ‘더 잘해야 예쁨받는다’는 일종의 ‘인센티브 사랑법’을 경험함과 동시에 ‘모 아니면 도’ 식의 사고방식으로 ‘인정 아니면 배제’라는 극단적 사고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을까? 일로 인해 생긴 번아웃이라면 일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건 ‘번영감’. 번영감은 일에서 효능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느낌으로 저자는 번영감을 통해 심리적 소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한국의 직장은 이런 번영감을 느끼기 어려운 구조”로 “일하는 사람들이 보람을 얻거나 소진을 줄일 계기를 찾지 못하고 부속품으로 취급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회사라면 “병든 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이 건강의 척도는 아니다”라는 인도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처럼 적응하기보다는 떠나는 게 낫지만, 퇴사나 이직이 어렵다면 “회사나 사회의 비인간적인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단 잘못된 명제에 억눌리지 말고 보란 듯이 스스로를 보살펴야 합니다”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이어 ‘효율성 제일주의’를 버리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어떤 목표를 이루는 일련의 과정 전체가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라는 말. 저자는 ‘한치의 오류도 없어야 한다’ ‘절대 틀리지 말아야 한다’ ‘후회할 일이 생기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버릴 것을 권하면서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해지지 마세요. 계속되는 관리와 지나치게 높은 기준으로 스스로를 혹사시키지 마세요”라고 당부한다.

 

『내가 뭘 했다고 번아웃일까요』
안주연 지음 | 창비 펴냄 | 140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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