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하면 꼰대?... 충고 거부하는 당신도 꼰대
충고하면 꼰대?... 충고 거부하는 당신도 꼰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24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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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난해 서울 소재 중학교 3학년 1,3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여명 서울시의원 의뢰로 타임리서치에서 조사)에서 장래 희망 1위 직업으로 공무원이 꼽혔다. 열명중 네명은 장래 희망이 없다고 답했지만, 장래 희망이 있다고 응답한 인원 중 19.9%가 공무원을 희망했다. 이런 상황은 성인들도 다르지 않다. 지난해 인크루트가 직업인 2,798명에게 물은 결과 42.1%가 다시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면 공무원(공무직)을 선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현직자의 직무만족도 역시 공무원이 회사원이나 자영업자보다 높게 조사됐다. 공시(공무원 시험) 열풍을 실감케 하는 대목인데, 그런 공무원 조직에 ‘꼰대’(경직된 사고와 권위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가 많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참고로 꼰대는 “특정 성별과 세대를 뛰어넘어 ‘(자신이) 남보다 서열이나 신분이 높다고 여기고, 자기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에게 충고하는 걸, 또 남을 무시하고 멸시하고 등한시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자”(책 『꼰대의 발견』)를 지칭한다.

지난 17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공무원 3,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니어 공무원(1980~2000년대생 1,196명)의 89.2%가 ‘자신의 근무지에 꼰대가 있다’고 응답했다. 가장 흔한 유형은 과거 경험만 중시하고 세대별 차이를 경시하는 ‘라떼는 말이야형’(50.7%)과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군대조교형’(23.9%)으로 조사됐다. 가장 싫은 꼰대 유형으로는 본업과 무관한 개인 심부름을 시키는 등의 ‘갑질오너형’(32%)이었고, ‘군대조교형’(28.2%), ‘라떼는 말이야형’(24.7%)이 뒤를 이었다.

반면 시니어 공무원(1960~1970년, 1,196명) 상당수는 자신은 꼰대가 아니라고 응답했다. ‘스스로를 꼰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한 비중은 15.7%(187명)뿐, 44.5%(532명)는 ‘보통이다’라고 답했고, 39.8%(476명)는 ‘그렇지 않다’며 꼰대 정체성을 부인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노력에 관해선 ‘상대방의 사생활에 참견하지 않고 프라이버시를 존중’(55.9%)하고 ‘내 가치관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강요하지 않으며’(55.3%), ‘말수를 줄이고 상대방 이야기를 경청’(49.9%)한다고 밝혔다.

과거 직장인들에게 회사와 상사가 ‘충성’의 대상이었다면, 현시대의 젊은 직장인들에게 회사는 ‘계약 당사자’다.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주고 돈을 받는 관계로 서로의 필요를 나누는 대등한 관계라는 것. 이런 이유에서 사회철학가 찰스 핸디는 저서 『코끼리와 벼룩』에서 “(오늘날의 충성심은) 첫째가 자기 자신과 미래에 관한 것, 둘째가 자기 팀과 프로젝트에 대한 것, 마지막이 회사에 대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인의 성장을 최우선하고,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에게 구세대의 상식은 꼰대 관념으로 간주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회사 점심시간은 공적인 시간으로 웬만하면 팀원들과 함께해야 한다 ▲어지간하면 윗사람 말에 따르는 게 회사 생활의 지혜다 ▲정시 퇴근 제도는 좋은 복지다 ▲휴가를 다 쓰는 건 눈치 보이는 일이다 ▲1년 육아휴직 다녀온 사원이 못마땅하다 ▲‘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진다’란 말에 동의한다 ▲낯선 방식으로 일하는 후배에게 제대로 일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사생활 영역에서도 인생 선배로서 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체 생활에 개인 약속을 이유로 빠지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등과 같은 생각. 위 생각들이 큰 거부감 없이 용납되는 사람들에게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작가는 ‘당신은 꼰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충격을 받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결국 위 테스트는 ‘누구든 언젠가는 꼰대가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라며 “누구라도 완전히 꼰대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꼰대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완벽한 탈출을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단지 스스로 꼰대일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개선해나갈 따름이다”라고 말한다. 이어 “(꼰대는) 조직을 망하게 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조직의 꼰대스러움을 강화하고, 이는 조직 전체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 ‘고집불통’이 꼰대라면, 어쩌면 자신의 생각을 납득시키기 위해 충고를 전하는 사람만큼이나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기 위해 충고를 거부하는 사람도 꼰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책 『아무튼, 술』의 김혼비 작가는 칼럼을 통해 “사실 꼰대의 특징 중에는 ‘타인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생각과 경험, 지식만이 대체로 옳다고 여기는 상태’ 또한 분명히 있는데. 나는 이 특징을 극복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고 느낀다. ‘남에게 충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 이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충고는 하지도 듣지도 말자’는 추세에) 분위기 파악 못하는(할 생각도 없는) 진성 꼰대들만 남고, 조심성 많고 지각 있는 사람들의 적절한 충고마저 점점 듣기 어려워지면 어쩌지?”라고 우려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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