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매력적인 가짜뉴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리뷰] 매력적인 가짜뉴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20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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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시위 현장인 듯한 곳 한가운데에 네모난 물체가 깔려있고 거기에 풍선이 달린 사진이 온라인상에 퍼졌다. 사진 설명은 ‘프로 시위꾼들의 집회 참가 인원 부풀리기 수법.’ 믿는 사람도 있지만 긴가민가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어느 유명 정치인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를 하고 댓글을 단다. ‘뛰엄뛰엄 앉아 빈자리에 촛불 켜놓고, 풍선 달아놓고 (중략) 프로 시위꾼들의 대표적인 참가 인원 부풀리기 장난질입니다. 밤에는 순식간에 참가 인원을 두세 배 늘릴 수 있습니다.’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믿기 시작한다. 실제로 2019년 9월 온라인에서 벌어졌던 상황인데 사실 해당 사진은 2019년 서초동 검찰청 인근에서 열린 집회 상황이 아닌 2017년 3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한 집회 모습이었다. 희생자를 상징하는 구명조끼가 참가자 부풀리기용 방석으로 조작된 것.

지난 4·15 총선을 열흘 앞두고 ‘정부가 북한에 지원하려고 하루 100만장씩 마스크를 만들어 비축하고 있다’는 글과 (증거라고 주장하는) 사진이 퍼졌다. 관련 내용에 많은 사람이 분노했는데, 알고 보니 어느 유튜버가 퍼뜨린 허위사실이었다. 선거에서 집권여당을 불리하게 만들려는 거짓 정보였던 것.

거짓 정보가 꼭 정략적인 목적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코로나 간단 진료법이라며 숨을 들이쉬고 10초 이상 숨을 참았는데, 기침, 답답함이 없다면 폐에 섬유증이 없다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이후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사람들이 이런 허위정보에 잘 속는 이유는 뭘까?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자는 여러 심리적 원인을 제기한다. 먼저 ‘역시 그랬어’라며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확증편향’, 신념에 반하는 증거가 나왔을 때 마음을 바꾸기보다는 오히려 더욱 굳히는 ‘역화효과’, 다수 의견에 동조하기 원하는 ‘집단본능’, 공통의 적이 만들어 내는 ‘소속감’, 제목이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다면 내용도 보지 않고 공유하는 등의 행위를 원인으로 꼽았다.

가짜정보 유통을 방지하려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저자는 현 언론의 태도에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매체들은 보통 객관성과 균형을 혼동한다. 어떤 정치 캠페인이 사실과 다르거나 특정 층을 겨냥한 주장을 했을 때, 그 주장의 시비를 가르기보다는 상대 캠페인이 그 주장을 문제 삼도록 내버려 둔다. 이 경우 매체는 사실을 전하는 게 아니라 논쟁을 보도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사실과 거짓을 언론이 검증하지 않고, 객관성을 보장한다며 주장과 반론을 보도하는 것에 집중하는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거짓에 주목하는 인간의 심리, 그런 심리를 돈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의 정체, 혼란을 막아내기 위한 방법 등을 소상히 풀어낸 책.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제임스 볼 지음 | 김선영 옮김 | 다산초당 펴냄 | 400쪽|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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