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보다 스타트업?... ‘A급 동료의 힘’
공무원보다 스타트업?... ‘A급 동료의 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23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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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공무원의 장점은 내가 잘리지 않는 거다” “공무원의 단점은 (관계가 껄끄러운) 그 사람도 잘리지 않는 거다”

최근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에 나온 현직 공무원이 “자신의 동료가 전한 얘기”라며 밝힌 내용이다. 그는 한사코 자기 생각은 아니라고 강조했는데, 진의가 어떠하든 그의 말은 묵직한 파장을 일으켰다. 모두가 해고될 걱정 없이 오래 근무하면 좋겠지만, 그 가운데 불화가 있다면 그때의 고용안정은 득이 아니라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실제로 최근 들어 공무원의 퇴직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입사하기 어려워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중기부 산하 공공기관 열한 곳 중 1년 내 퇴사하는 직원 비율은 10%를 웃돌았다. 특히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의 경우 1년 내 퇴사율이 50%에 달했다.

특정 사안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전반적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과감히 포기하겠다는 건데, 이런 모습은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5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스타트업으로의 이직 의향’ 조사에서 직장인 72.3%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 2~3년 차가 80%로 가장 높았고, 4~5년 차가 78.8%, 1년 차가 75.5% 순으로 이직 의향이 높게 조사됐다. 이직 희망 이유로는 ▲‘자유롭고 유연한 조직문화’(47.3%)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성취감’(37.3%) ▲‘효율적인 업무방식’(35.5%) ▲‘높은 잠재적 보상’(33.6%) ▲‘재치 있는 복리후생 제도’(32.5%) 등의 이유가 많았다.

이직 희망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로 일을 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성취에 관한 내용이다. 거대 조직의 톱니바퀴가 돼, 관행에 순응한 채 (성장 가능성이 적은) 정해진 일만 ‘처리’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근무환경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런 성취감을 느끼는 데에는 여러 요소가 작용하겠지만, 전문가들은 그중에서도 동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말한다. 보고 배울 수 있고, 자극을 전하는 동료가 회사는 물론 직원 개인의 성장에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최고인재책임자로 14년간 일한 패티 매코드는 회사가 직원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훌륭한 동료라고 말한다. A급 인재들이 서로 자극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금전적 보상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그는 책 『파워풀』에서 “돌파해야 할 굉장한 문제가 주어져 있고, 그것을 함께 풀어나갈 적합한 동료가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강력한 인센티브다. (중략) 출근을 해서, 자신이 믿고 존경하는 동료들로 이뤄진 제대로 된 팀과 함께 미친 듯이 집중해 멋진 일을 해내는 것 말이다. 난 그런 정신을 사랑한다”며 “회사가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원은 오직 고성과자들만 채용해서 그들이 함께 일하도록 하는 것이란 걸 깨닫게 됐다. 이것이 사무실에 푸스볼(테이블 풋볼)을 들여놓거나, 공짜 초밥을 제공하거나, 엄청난 보너스 또는 스톡옵션을 안기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특전이다. 능력이 탁월한 동료, 명확한 목표,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이 세 가지는 무엇보다 강력한 조합”이라고 강조한다. 넷플릭스는 그런 인력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업계 최고의 대우를 아끼지 않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그는 “우리는 직원들이 자신들의 가치만큼 대가를 받기 위해 떠나야만 하는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직접 그들에게 최고 대우를 제공하기로 했다.) 동시에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타사의 면접을 보라고 격려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대가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대표인 리드 헤이스팅스도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탠다. 그는 책 『규칙없음』에서 “나는 로비의 안내요원부터 고위 임원진에 이르기까지, 해당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올리면서도 협동 능력이 탁월한 직원들로 넷플릭스를 채우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중략) 빠르고 혁신적인 직장은 소위 말하는 ‘비범한 동료들’로 구성된다. 다양한 배경과 견해를 가지고 있는 비범한 동료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창의력이 남다르며 중요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긴밀히 협력한다”며 “우리는 또한 모든 매니저에게 늘 부하직원을 생각하고 그들이 맡은 자리에서 최고가 될 수 있게 만들라고 격려한다. 매니저들이 나름대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게 고안한 것이 바로 ‘키퍼 테스트’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그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할 사람을 말이다”라고 전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으로 향하는 건 일을 ‘편하게’ 하기보다 ‘제대로’ 하기 원하고, 무한한 성장 가능성 속에서 잠재된 기량을 펼쳐 능력을 인정받기 원하는 욕구가 숨어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패티 매코드가 “사람들은 직장에서 놀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배우길 원한다”고 말했듯, 사람들이 원하는 건 성장이고, 그런 점에서 성장 없이 소모되는 직장생활은 기피 대상이다. 넷플릭스 사례가 과도한 능력주의로 느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우리 모두는 정말 일 잘하는 사람과 함께하길 원하고, 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길 원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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