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소유 혜민’ 맹비난 합당한가?
‘풀소유 혜민’ 맹비난 합당한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1.20 08:09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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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승려 혜민이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늘 비난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던 그에게 이번 비난은 꽤 타격이 큰 모양이다. 그간 숱한 논란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최근 혜민은 논란에 사과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런데 어쩐지 그가 조금 억울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비난은 한 방송에서 혜민의 집이 공개되며 시작됐다. 창밖으로 푸른 산과 남산타워가 보이는 서울 도심 자택은 한눈에 봐도 비싼 집(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이었고, 집안의 물건들 또한 고가로 보였다. 이에 네티즌은 불교의 미덕인 ‘무소유’가 아닌 ‘풀(full)소유’를 실천한다며 혜민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후 해당 집이 혜민이 지난 2015년 8억원에 사들여 3년 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선원에 9억원을 받고 판매한 집이라는 사실이 공개되자 비난 여론은 거세졌다. 다른 의혹들도 속속 제기됐다. 그가 4억원 상당의 고급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루머가 떠돌았고, 자신이 운영하는 ‘마음 치유학교’와 명상심리 앱 ‘코끼리’를 통해 개인의 영달을 추구한다는 의혹도 나왔다.  

그가 정식으로 조계종 승려가 된 지난 2008년 이후 한국 불교의 대표적 수행방식인 ‘안거(安居) 수행’에 참여한 기록이 없다는 점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안거 수행이란 여름과 겨울 각 세 달 동안 외부 출입을 끊고 참선 수행에 정진하는 것으로, 안거 수행 횟수는 승려의 수행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비난과 의혹이 들끓자 결국 혜민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사과했다. 그는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라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혜민은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합니다”라며 “초심으로 돌아가서 부족했던 저의 모습을 돌아보고 수행자의 본질인 마음공부를 다시 깊이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사과문을 뜯어보면, 수행 부족에 대한 반성이 주를 이룰 뿐, ‘풀소유’나 영리 추구 논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혜민은 지금의 비난이 조금 억울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혜민은 지금까지 ‘무소유’를 설파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이 수필 「무소유」에서 설파한 무소유는 소유욕을 버리는 것이지만, 혜민은 소유욕을 완전히 버려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다만 소유를 다른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지 말라고 했을 뿐이다. 

가령 그는 많은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행복을 소유에서만 찾지 말고, 감사함에서 찾자.” 즉, 이는 행복을 소유에서도 찾되, 감사함에서도 찾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교보문고 2010년대 누적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도 그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외모나 좋은 집, 고급 차, 명품 옷이나 가방을 갖기 위해 많은 금전적, 시간적 투자를 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 정작 자신의 행복의 근간을 이루는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얼마나 투자를 하나요?” 지난해 모든 대형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든 책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에는 “큰 성공은 그만큼 깊은 고난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마음고생을 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각자가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목표를 세우세요”라고 적었다. 애초에 그의 말이나 글 어느 곳에서도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동일한 가치는 찾을 수 없다.

혜민은 무소유 대신 ‘베푸는 삶’을 강조해왔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재물을 숨겨두는 방법에 대해 쓰셨어요. 그 방법이 무척 지혜롭습니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베풂만 한 것이 없다. 내 재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흔적 없이 사라질 재물이 받은 사람의 마음과 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 변치 않는 보석이 된다.” “내 가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나 학력이 아닌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사람들에게 베풀며 살았는가로 측정돼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가십시오.” 실제로 그는 각종 영리 활동을 통해 꾸준한 기부를 이어왔다. 

물론 성직자로서 금전적으로 조금은 부족한 위치에 있는 사회적 약자의 마음까지 더 잘 헤아리고 치유해주지 못한 모습, 베풂이 아닌 소유로서의 삶이 부각된 모습은 아쉬운 부분이다. 다만 그의 ‘소유’ 자체가 부정하거나 부도덕하여 스님으로서 지탄받아야 하는가는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볼 문제다. 혜민의 ‘풀소유’ 논란에 “연예인일 뿐 일체 석가모니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놈”이라고 비난한 현각 스님은 혜민과 70분간의 통화 후 입장을 바꿨다. 현각 스님은 “그는 나의 영원한 도반(함께 불법을 닦는 벗)이며 그의 순수한 마음을 매우 존경한다”고 그의 SNS 계정에 적었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혜민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법을 전하고 있음을 깨닫고 혜민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혜민을 향한 비난의 활시위, 초점의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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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2020-11-20 23:32:44
스님인데 세속적인 면이 있었죠

sjrem 2020-11-20 16:08:58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앱개발하는데 정말 비용 많이 들어갑니다. 대부분 이름있는 스타트업들은 초반에 수십에서 수백억 투자받아서 몇년간 적자내면서 성공시키는거예요. 스님이 만든 앱도 아마 직원들 월급과 콘텐츠 제작과 사무실 유지하는만큼의 수입은 아직 나오지 않을겁니다. 자신의 부를 다른 방법으로 나누시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잘 알지도 못하고 부를 축적하는거라 오해하다니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돈많고 착한 사람은 잘못했다 사과해야하고 돈많고 위선적인 사람은 뻔뻔하게 사는 세상이 요즘은 참 바라보기가 힘드네요

sjrem 2020-11-20 16:02:40
대중들의 일방적인 시기와 질투 속에 이런 기사 반갑습니다. 불교에서는 무소유를 주장하는 종교가 아니예요. 탐욕스런 마음을 경계하라는 가르침이 있을 뿐입니다. 혜민스님은 책의 성공으로 얻게된 부를 마음치유학교와 명상앱으로 사람들에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포교를 해오신거라 생각합니다. 여미국 생활이 길었고 신세대 스님이다 보니 산속에서 허름한 옷입고 수행하는 스님만 본 한국인에게 어색할수 있었을 겁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놓은 집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편가르기 분위기도 한 몫 했겠지요. 고정관념에만 사로잡히고 피해의식 가득한 일반 대중들과 그걸 자극하는 기사들이 아쉬울 뿐이예요.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진실이 드러날거라 봅니다. 기사 잘 읽었어요

간화선 2020-11-20 16:00:21
김승일 기자님 말씀 맞아요.
혜민이 비싼 차를 타고 비싼 운동화를 사 신는다고 해도
그 물질들에 연연하거나 집착하지 않는 다면 그는 비어있는 것입니다.
그의 내면에 들어가 보지 않은 이상 소유욕과 집착이 심하다고 매도할 수 없습니다.
물질의 소유와 소유욕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혜민이 말하고 수행한 간화선 체험기를 사람들은 과연 몇 퍼센트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의 보여지는 외면과 수행한 내면 둘 다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bassman 2020-11-20 10:37:00
혜민이 그리 좋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