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 『아주 오래된 유죄』
[리뷰]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 『아주 오래된 유죄』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11.18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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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이 책은 ‘낙태죄 위헌’을 이끈 변호사가 법의 언어로 말하는 페미니즘 서적이다. 동시에 이 책은 저자가 지난 20년간 법정에서 여성을 위해 변론하며 기록한 여성 인권 투쟁기이기도 하다. 특히 저자는 n번방 사건, 직장 내 성희롱, 가정 폭력 등 자신과 동료 변호사들이 직접 겪고, 변론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들리는 비명’ ‘도구로만 존재하는 여성의 자궁’ 등의 챕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산다는 ‘형량’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챕터들은 구체적으로 여성 대상 성범죄, 가정 내 성폭력, 여성의 몸이라는 키워드에서 나아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여성 인권에 관한 이슈들을 살핀다.

저자는 “책을 쓰는 데 2년이 걸렸다. 힘들었던 사건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기록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는 것이어서 글쓰기를 포기했던 시간이 상당히 길었던 탓”이라며 “내 글을 읽은 한 젊은 남성독자가 자신이 ‘갱생’되고 있다며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내게 계속 글을 써달라고 채찍질했고, 이는 내가 다시 쓰기 시작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이어 “외람되지만, 그분 말고도 좀 더 많은 남자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여성들의 현실은 여전히 고통에 찬 것임을, 여성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남자 사람 역시 고통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저 살아남고자 했던, 생존이 중요했던 여성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직면하는 책.

『아주 오래된 유죄』
김수정 지음│한겨레출판 펴냄│24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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