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우리 집 강아지는 참 신통해.”
“뭐가?”
“내가 집안에 들어가면 꼬리를 흔들며 쫓아 오지.”
“그래도 개는 개지.”
“아니야, 얼마나 반갑게 쫓아 오는지… 자식보다 낫다니까.”
“자식도 자식 나름이지.”
“아니야, 어떤 자식보다 나아.”
“개가 돈 줘요?”
“돈은 안 줘도 자식보다 낫고말고.”
“나 원 참~, 개가 돈 주나?”
“돈이면 다인가?”
“이 양반이… 돈 없이 살 수 있나?”
삼삼오오 70대 할아버지들이 모여 앉은 공원 벤치
헛헛한 목소리로 메어가는 대낮의 심심함.
뜬금없이 터진 질문
“개가 돈 줘요?”
오늘따라 뱅글뱅글 도는 듯한
공원의 원형 트랙
공원 벤치 옆 동네 아줌마 철렁이는 뱃살 위
비틀대는 훌라후프처럼 아찔하다.
“나 원 참~, 개가 돈 주나?”
으르렁거리는 불도그보다 전투적으로 내지르는 고함
400m 원형 트랙의 공간이 부족하여
온 지구를 짜증스럽게 뒤덮었다. (「개가 돈 줘요?」)
『옹달샘에 던져보는 작은 질문들』
박영신 지음·정유진 그림│프로방스 펴냄│192쪽│15,800원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