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축시키는 ‘불안’... “있는 그대로 드러내세요”
나를 위축시키는 ‘불안’... “있는 그대로 드러내세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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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연예인들의 활동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방송인 정형돈이 방송활동 중단을 선언했고, 뒤이어 지난 11일엔 볼빨간사춘기 안지영이 활동 중단 의사를 밝혔다. 공통된 이유는 심리 불안에 따른 건강 악화. 정형돈 측은 “오래전부터 앓아왔던 불안장애가 다시 심각해져 잠시 숨을 고른 채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밝혔고, 안지영 측은 “최근 심해진 불안 증세로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하며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현재 ‘트와이스’ 정연, ‘잔나비’ 장경준, ‘베리베리’ 민찬이 불안증세로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의 불안장애도 상당한 수준인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안장애 환자 수는 지난 2015년 55만3,179명에서 지난해 71만8,143명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불안장애는 이유 없이 불안하거나 (이유가 있어도) 불안 정도가 과도한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하는 병증으로 공황장애, 광장공포증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증상의 경중은 사람·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정상적인 대인관계가 어려울 정도의 심신장애(극심한 피로, 식욕 부진, 공황발작, 수면장애 등)를 동반한다. 노르에피네프린이나 세로토닌 호르몬 이상 등 유전·기질 장애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욕구·만족 지연 경험 등의 사회적 요인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사회가 고도화돼갈수록, 후진국보다는 선진국에서 불안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건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의 근원적 불안보다는 사회적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빈곤의 문제로만 불안을 판단할 때 “아프리카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에는 사실상 빈곤이 없는 셈”(책 『주적은 불평등이다』)이지만, 불안의 관점에서 봤을 때 미국인이 아프리카인보다 정서적으로 안정됐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심리학자 김태형은 책 『풍요중독사회』에서 “(동물과 다르게) 사람은 사회적 생존을 가장 중시하므로 관계의 파탄 혹은 고립을 제일 두려워한다. 만일 사람이 관계보다 먹는 걸 더 중시하는 존재라면 자살률은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들이 제일 높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들의 자살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나 역시 사회적 죽음이 육체적 죽음보다 더 강력한 공포라고 믿는다. 존중받지 못하는 것 그리고 존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의 공포가 크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과거보다 현대 사회에서 불안 위험이 더욱 커진 것과 관련해 “과거에는 신분에 따라 옷차림 등이 아예 달라 외관만 보더라도 상대의 위계를 알 수 있었다. 이런 사회에서는 어차피 사회적 평가가 정해져 있으므로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반면에 오늘날에는 외관만 봐서는 그의 위계를 짐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람들은 타인에게 존중받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신경을 쓴다. (그런 이유로) 사회적 평가 불안은 과거에 비해 더 심하다”고 지적한다.

리처드 윌킨슨 영국 노팅엄대 교수 역시 책 『불평등 트라우마』에서 “(현시대는)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판단할까’라는 걱정, 심리학 용어로 ‘사회적 평가 위협’이라는 문제가 개인들의 삶의 질과 인생 경험에 대단히 심각한 부담을 주는 사회”라며 “(평온하고 사교적인 사람들조차도)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친절과 경의 대신 냉담이나 멸시(를 읽으면 자신이) 남들의 마음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충격과 공포, 따돌림과 무력감 속에서 자각하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

자신이 재능이 부족함에도 운이 좋아 유명세를 얻었다고 (자의적으로) 생각하면서 언제든 대중에게 지탄받고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싸워 온 정형돈, 최근 솔로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전 그룹 멤버와의 불화설에 따른 부정 여론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안지영처럼 연예인은 대중의 평가에 불안해하고, 일반인은 ‘(자신이) 잉여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닌지’ ‘남들 눈에 초라하게 비치는 것은 아닌지’ 주변인의 시선에 불안해한다.

“인간의 최대 공포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집단으로부터의 완전한 고립, 완전한 추방을 당하는 일”(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이다. 고로 불안을 떨쳐버리려면 그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다만 “(그렇다고) 모든 생각을 통제할 필요는 없다. 그 생각이 당신을 통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뿐이다”(전 세계 체조 챔피언 댄 밀맨)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당신이 느끼는 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신경 쓰는 사람들은 중요하지 않고, 중요한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작가 닥터 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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