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강은교 시인의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책 속 명문장] 강은교 시인의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11.16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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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선사하고 알찬 정보를 제공합니다. ‘책 속 명문장’ 코너는 그러한 문장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입니다.

[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아직도 못 가본 곳이 있다
티브이 다큐멘터리로 안 가본 곳이 없건만
갈수록 갈수록 멀어지기만 하는 못 가본 곳
언제나 첨 보는,

아직도 못 가본 곳이 있다
내 집에 있는 그곳
갈수록 갈수록 멀어지기만 하는 못 가본 곳
언제나 첨 보는,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내 뼈에 있는 그곳
만져도 만져도 또 만져지는
언제나 첨 보는,

너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강
아직도 못다 들은 비명
떠나도 떠나도 남아 있는

「아직도 못 가본 곳이 있다」 <12쪽>

그리운 것은 멀리 있네
발자국에서 길을 캐는 이, 아무도 없네, 시를 쓰네

그리운 것은 멀리 있네
눈물 자국에서 눈물을 캐는 이, 아무도 없네, 시를 쓰네

빠른 황혼과 비스듬한 새벽
그토록 많은 입구들, 그토록 많은 출구들 입술을 비-비네
시간의 비단 입술에 입술을 비-비네

세상의 모든 무덤들이 달려가네
잡풀들이 뒤따라 소리치며 달려가네

그리운 것은 멀리 있네
잠에서 꿈을 캐는 이, 별을 읽는 이
시를 쓰네, 엎드려 시를 쓰네

「그리운 것은」 <35쪽>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강은교 저 | 창비 펴냄│140쪽│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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