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류 역사상 가장 불안한 시대 『풍요중독사회』
[리뷰] 인류 역사상 가장 불안한 시대 『풍요중독사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13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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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공포는 짧고 불안은 길다. 비행 중 추락할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공포라면 불안은 이후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느끼는 긴장의 감정이다. 이런 이유에서 심리학자들은 불안을 만성화된 공포라 부른다.

만성화된 공포는 생존 불안의 위협을 느끼게 한다. 생존이라고 하면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저자는 “동물은 육체적 생존을 가장 중시하므로 배고픈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 반면에 사람은 사회적 생존을 가장 중시하므로 관계의 파탄 혹은 고립을 제일 두려워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빈곤국보다 선진국의 자살률이 높고, 행복도가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리학자 킵 윌리엄스의 실험에 따르면 심리적 고통은 신체적 고통의 크기와 다르지 않다. 실제로 방에서 여러 명이 공을 주고받으면서 일부로 한명을 배척했을 때, 온라인 게임상에서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무시했을 때 소외된 당사자는 높은 수준의 고통과 분노, 슬픔을 느꼈다. 이에 윌리엄스는 “(왕따를 경험한 사람의 고통은) 만성 요통과 출산의 고통에서 관찰된 고통 수준에 비견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다른 연구를 통해선 정신적 고통이 자극하는 뇌 부위가 육체적 고통 부위와 일치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런 고통은 오늘날의 ‘풍요-불화’ 사회의 불안과도 연관된다. 직접적 생존에 관한 염려는 줄었으나 사람마다 각기 다른 사회적 생존 기준에 따라 자신이 생각한 삶의 수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거나, 타인과 비교했을 때 뒤처진다고 생각했을 때 심각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여러 심리학자는 타인과의 ‘비교 금지’를 권하지만, 저자는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비교를 안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인식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어떤 식으로 비교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서로의 장단점이나 특성, 생각, 취미 등을 다루는) 비교라는 인식 방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성적인 인식 자체가 교란되거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비교 자체를 부정하지 말고, 비교할 요소를 올바로 정해 제대로 비교하라는 말이다.

현 사회 불안의 현상을 잘 짚어내, 논리적으로 분석·진단한 책.

 

『풍요중독사회』
김태형 지음 | 한겨레출판사 펴냄 | 288쪽 |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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