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뚝이’ 조 바이든, 그의 ‘인생 한마디’
‘오뚝이’ 조 바이든, 그의 ‘인생 한마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1.12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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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표면적으로 그는 성공한 정치인이지만, 인생을 망칠 수 있었던 큰 위기를 여러 번 극복하고 오뚝이처럼 일어난 인물이기도 하다. 

1942년생인 그의 인생에는 늘 복(福)과 화(禍)가 함께했다. 1969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며 델라웨어주 뉴캐슬 카운티 의회 의원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한 그는 1972년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현역의원이자 공화당의 거물 케일럽 보그스를 득표율 1퍼센트 차로 꺾고 최연소 상원의원이 된다. 그러나 극적인 승리를 거둔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부인 닐리아와 딸 나오미를 잃고, 중상을 입은 두 아들의 병실에서 취임선서를 하게 된다. 

1973년부터 2009년까지 36년 동안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으로 재임 중 그는 다시 크게 넘어진다. 1988년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나섰으나 연설 표절 시비에 휘말려 중도 사퇴하게 되고, 그 여파로 뇌동맥류로 쓰러진다. 정치 인생을 끝낼 수 있는 위기였으나 그는 위험한 수술을 마치고 재활에 성공해 1년 만에 정계에 복귀한다. 여성폭력방지법 통과와 코소보 내전 해결은 다시 일어난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2008년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돼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제47대 부통령을 지낸다. 그러나 운명은 이번에도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부통령 재직 중 그의 정치적 후계자로 지목되던 큰아들 보 바이든이 뇌종양으로 사망했고, 이후 대권 도전 중 아들 헌터 바이든의 약물 남용 문제로 고초를 겪는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2020년 만 77세의 나이로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 당선인이 된 바이든. 바이든을 잘 아는 보좌관은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운이 나쁜 사람이 조 바이든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운이 좋은 사람도 조 바이든입니다”라고 했다. 대통령 당선이라는 복이 왔으니 또 어떤 화가 그에게 닥칠까. 그러나 만약 다시 운명이 그의 발목을 잡더라도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는 것이 그가 가장 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직접 쓴 유일한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에서 바이든은 이렇게 적었다. “내게는 이것이 인생의 첫 번째 원리, 근본 원리, 그리고 어떤 현인에게서도 배울 수 없는 교훈이다. 일어나라! 쓰러진 뒤에는 그저 일어나는 것이 최선의 처세술이다. 이는 내가 본보기로 가르치며 실천을 통해 배우는 교훈이다.”    

바이든은 끈질긴 ‘오뚝이 정신’의 근원을 그의 아버지로부터 찾는다. 그의 아버지 조지프 로비넷 바이든 시니어는 젊었을 때 크게 무너지면서 재기불능 상태에 처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기보다는 매일 아침 집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 수염을 말끔히 깎고, 단정하게 옷을 입고, 커피를 마시며, 좋아하지 않는 직업이지만 자동차 대리점에 나갈 준비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바이든은 “아버지는 기품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불평하지 않았다”며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 몇 번 쓰러졌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일어났는지를 보고 그 사람을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바이든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바이든에게 선물했다는 만화와 관련한 일화는 유명하다. 딕 브라운이 그린 ‘공포의 해이가르’라는 제목의 이 두 컷 만화에는 이런 장면이 그려져 있다. 바이킹족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하늘을 향해 손을 벌리며 “왜 하필 나예요?”(why me?)라고 외친다. 그러자 하늘에서 “왜 그러면 안 되지?”(why not?)라는 답이 들려온다. 아들에게 이 만화를 건네며 아버지는 “얘야, 세상이 네 인생을 책임져야 할 의무라도 있니? 어서 털고 일어나”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아버지의 “일어나!”라는 말이 그의 인생에서 줄곧 메아리쳤다고 자서전에서 고백한다. 그는 “그 말은 사소한 일뿐 아니라 큰일을 겪을 때에도 들려왔다”며 뇌동맥류로 쓰러져 자기 목소리밖에 들을 수 없을 때도, 수술 후 “상원의원님, 말하는 능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신문에서 ‘바이든은 (연설) 표절자’라고 비난할 때도, 의사에게 “아내분과 따님이…. 죄송합니다. 살릴 방법이 없었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로스쿨에서 낙제했을 때도, 어렸을 때 아이들이 말더듬이(바이든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말을 더듬었다)라고 놀려댈 때도 아버지의 “일어나!”라는 외침이 들려왔다고 적었다.

아내와 딸, 그리고 아들의 죽음, 발음장애, 뇌동맥류… 인생의 위기 때마다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인 바이든은 존재했을까. 바이든의 당선은 삶에 지쳐 쓰러진 이들에게 묵직한 외침으로 다가온다.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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