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시설 내 도서 반입 허용해야’... 출협 “법무부는 인권위 권고 수용하라”
‘교정시설 내 도서 반입 허용해야’... 출협 “법무부는 인권위 권고 수용하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1.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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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대한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합리화 방안)에 중지 권고를 내린 데 대해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환영의 의사를 밝히며 법무부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합리화 방안이란 소장용 도서(법률 도서, 외국어 도서, 시각장애인 도서, 종교서적, 학습용 도서)를 제외한 도서 일체의 교정 시설 내 반입을 금하는 조처로, 그에 따라 그간 수감자들은 영치금으로 도서를 구매해야 했다.

10일 출협은 ‘법무부는 교정시설 도서반입 제한을 중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지난해 법무부가 ‘합리화 방안’을 전국 교정시설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을 때, ‘영치금 없는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을 침해하고, 검열 제도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 바 있다”며 “그리고 지난 8월 13일 국가인권위가 ‘합리화 방안’을 중지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이 나왔다. ‘합리화 방안’이 수용자들의 도서접근권과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전국 교정기관의 1일 평균 수용인원(2017년 기준)이 57,298명인데 반해 5년간 도서 및 서신 관련 부정물품 반입 적발사례가 37건’에 불과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도서 반입 제한 지침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돈과 인력, 노력을 들이지 않고’ 부정물품 반입을 차단하겠다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정책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 통치 시기에도 이번처럼 ‘교도소에 책 넣어주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조속히 이행돼 수용자들의 도서접근권과 알 권리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하 논평 전문

법무부는 교정시설 도서반입 제한을 중지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라

2019년 11월 11일부터 교정기관에 우송·차입의 형태로 도서를 들여오는 것을 불허하는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이하 ‘합리화 방안’)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합리화 방안’이란, 법률도서, 외국어도서, 시각장애인 도서, 종교서적·학습용 수험서 등 소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도서 외에는 우송·차입을 통한 반입이 금지되고, 영치금을 통한 도서구매만 허용하는 것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는 지난해 법무부가 ‘합리화 방안’을 전국 교정시설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을 때, “영치금 없는 수용자의 도서접근권을 침해하고, 검열 제도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 바 있다. 출협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이전에는 문제없이 우송․반입됐던 도서들이 반송되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다. 지난 3월 김아무개씨 등이 ‘합리화 방안’이 부당한 제한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했다. 그리고 지난 8월 13일 국가인권위가 ‘합리화 방안’을 중지할 것을 권고하는 결정이 나왔다. ‘합리화 방안’이 수용자들의 도서접근권과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출협은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환영하며, 법무부에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이행해 수용자에 대한 도서접근권 침해와 검열을 멈출 것을 촉구한다.

국가인권위의 이번 결정문에는 교정시설에서 도서가 갖는 의미와 역할이 잘 적시돼 있다. 즉, 도서는 “교정기관에 반입이 가능한 극히 제한된 품목 중 하나로, 이는 인간의 삶에서 도서가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인정하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수용자의 자유롭고 폭넓은 도서 열람은 수용 목적인 교정·교화에 도움을 주어 그 자체로 교정기관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본질적으로 공익에 해가 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바, 원칙적으로 이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 형집행법의 입법목적에도 부합한다”고 봤다.

그동안 법무부는 우송·차입도서가 교정시설 내 부정물품 반입의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에 ‘합리화 방안’의 시행이 정당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전국 교정기관의 1일 평균 수용인원(2017년 기준)이 5만7,298명인데 반해 5년간 도서 및 서신 관련 부정물품 반입 적발사례가 37건”에 불과했다. 우송․차입 도서가 부정물품 반입의 일반적인 경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도서 반입 제한 지침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돈과 인력, 노력을 들이지 않고’ 부정물품 반입을 차단하겠다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정책에 다름 아니다. 다시 말해, 예산 확보와 인력 확충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수용자들의 기본권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정 편의주의가 법무부 입장에서는 합리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어도 알 권리를 빼앗겨야 하는 수용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하고 부당할 수밖에 없다.

‘합리화 방안’의 더 심각한 문제는 교정시설 내 검열이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법률도서 외에도 소장이 건전한 사회복귀와 교정교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도서 등 예외사유를 폭넓게 적용하여 우송․차입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용자들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건전한 사회복귀’와 ‘교정교화에 필요’하다는 ‘허용’과 ‘불허’의 기준은 주관적이고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국가인권위가 지적했듯이, “합리화 방안에서 정한 4가지 반입 허용 이유에 해당하지 않은 사유로 불허하는 것은 법령에서 예정하지 않은 사유로 구체적인 판단 없이 도서 반입을 제한하는 처분이다. 이는 수용자가 도서를 소지하고, 외부로부터 자유로이 구독, 교부받을 수 있도록 보호한 객관적인 입법 의사에 반하는 업무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권위주의 통치 시기에도 이번처럼 “교도소에 책 넣어주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적은 없다. 국민의 기본권인 문화권의 보장 차원에서도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권리에 차별과 배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행정편의를 위해 수용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검열을 일상화하고 있는 법무부의 ‘합리화 방안’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출협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조속히 이행되어 수용자들의 도서접근권과 알 권리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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