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웃픈’ 유머… ‘현실을 비틀어라’
요즘 가장 ‘웃픈’ 유머… ‘현실을 비틀어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1.09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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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개그맨들과 27년간 개그 프로그램을 연출한 이상훈은 책 『유머의 기술』에서 유머의 기본이 ‘리얼리티’라고 말한다. 모든 유머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 마크 트웨인 역시 유머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먼저 사실에 기초하고, 그다음에 그 사실을 가지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비틀어라”라고 설명했다. 시트콤의 대가 빌 코스비 또한 “리얼리티가 코스비쇼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내 (코미디) 원칙은 웃기는 것보다 진실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머가 현실로부터 만들어진다면, 누군가 뱉은 유머 속에서 우리는 현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 사회에는 어떤 유머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그 유머에는 어떤 현실이 담겨 있을까. 

“지: 지폐들이/갑: 갑자기 사라지는 곳” 
“대: 대학 입학이/출: 출발점”
“이: 이렇게 빨리/자: 자라주었구나.”

개그맨 유병재가 최근에 출간한 책 『말장난』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이행시들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 이행시들을 곱씹어보면 왠지 슬픈 감정이 든다. 소위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유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지갑에서 지폐들이 갑자기 사라졌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대학 입학 때부터 대출을 받으며, 쌓이는 이자에 스트레스를 받길래 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을까. 

“휴가는 다녀오셨습니까.”
“이집트 다녀왔습니다.”
“요즘 이집트는 안전한가요? 치안이 많이 좋아졌나 보네요?”
“네, 아주 안전합니다. 이불 뒤집어쓰고 집에 트러(틀어) 박혀 지낸 이집트거든요.” (이성동, 『제4의 경쟁자』)

과거에는 “휴가는 다녀오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누군가 “태국 방콕 다녀왔습니다. 방에 콕 박혀있었습니다”라고 답하면 다소 썰렁한 유머로 치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이 해외여행을 하지 못하는 이 시국에 이런 유머는 큰 공감을 산다. 요즘은 대다수가 휴가 때 ‘이집트’에 다녀오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만든 삭막한 현실에 맞서는 훈훈한 유머도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의 영국 공식 트위터 계정에는 최근 이런 트윗(트위터에 쓴 글)이 올라왔다. “맥도날드에서 주문하세요. 우리가 이런 부탁을 하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중략) KFC나 써브웨이, 도미노피자, 피자헛, 타코벨 등도 괜찮습니다.” 이 유머의 취지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패스트푸드 업계를 돕기 위해서였다.

“때때로 나는 내 몸에서 지구를 발견한다. 무기질이 부족해 손톱이 잘 부서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건선이나 지루성피부염 같은 만성질환이 생겨버린 내 몸, 필요하고 쓸모 있는 것은 부족하며, 온갖 쓰레기들이 꾸역꾸역 점령하고 있는 하나의 커다란 구조물들을. 이 모든 악순환에는 결국 단 하나의 해결책밖에 없는 것 같다. 절제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작가 박상영은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에서 이렇게 자기 몸을 희생해 가며 지구인의 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블랙코미디를 펼쳐낸다.  

지독하게 힘들고 답답하고 뭔가가 잘못된 현실이지만, 그 현실을 비틀면 웃음이 나온다. 그래서 모든 유머는 가만히 곱씹어보면 ‘웃픈’가보다. 그래도 어쨌든, 슬픈 것보다는 웃픈 것이 모든 면에서 낫다. 어떤 의사에 따르면 유머에서 비롯된 1분의 웃음은 1시간의 운동 효과와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있고, 노화도 늦춘다. 유머는 또한 위기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힘이 될 때도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기억하세요. 한 번 웃을 때마다 당신의 성공확률이 조금씩 높아진다는 사실을.” 지금 어렵다면, 현실을 살짝 비틀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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