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만남’이다… 국립중앙도서관 11월 사서추천도서
책은 ‘만남’이다… 국립중앙도서관 11월 사서추천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1.0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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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는 책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에서 책 읽기의 즐거움을 이렇게 표현한다. 

“독서는 ‘지금 읽고 있는 나’와 ‘벌써 다 읽어버린 나’의 공동작업입니다. (중략) ‘읽고 있는 나’와 ‘다 읽은 나’는 모래밭 양쪽에서 굴을 파는 두 아이와 같습니다. 계속 파 들어가는 사이에 점점 맞은편에서 굴을 파는 상대방의 손이 가까이 오는 것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얇은 모래벽이 무너지면 손이 만나고 바람이 훅 통합니다. ‘아아 드디어 만났구나!’ 하는 성취감이 있습니다.”

지금 곁에 있는 책을 들어보자. 그리고 펼쳐보자. 양손이 평행이 된다. 이제 한 장 한 장 읽으며 책장을 넘기면 두 손이 점점 가까워진다. 모래밭 양쪽에서 굴을 파는 두 아이처럼. 한층 한층 더 가까워진다.  

넘기고, 또 넘기고, 또 넘기고…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장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책장에 가로막혀있던 두 손은 만난다. 바람이 훅 통한다. ‘아아 드디어 만났구나!’ 그런데 만난 것은 양손만이 아니다.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 달라진 나’가 만난다. 그땐 그랬으나, 지금은 이렇다. 이제는 다르다. 한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이렇게 성장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국가대표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하는 11월의 책을 참고해보자.

■ 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이재영 지음│흐름출판 펴냄│252쪽│13,800원   

이 책은 타인의 시선과 기대, 기준에 흔들리며 마흔을 지나가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한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산책길에서 만난 작은 들풀로부터 위안을 받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작은 풀들을 마주하며 인생을 살아가며 느끼는 불안을 꺼내어 놓는다. 그리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닌 들풀을 통해 위로받는다. 가령 고마리는 맑은 개울가든 더러운 하수구 주변이든 물 흐르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다는 듯이 예쁜 꽃을 피워낸다. 작은 연둣빛으로 시작한 담쟁이는 어느새 담장을 초록 범벅으로 변화시킨다. 결국 저자는 들풀에게서 받은 이러한 위안을 독자에게 전한다. “오늘 저녁은 이만 쉬고 우리 내일 함께 걸어요, 딱 열 걸음만. 분명히 모든 게 괜찮아질 거예요.”

책 속 한 문장 

“서로 헤아려보는 사람들이란, 결국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한 번쯤 상대의 마음을, 슬픔을, 아픔을, 기쁨 뒤의 허무를, 그리움을, 외로움을 짐작해보는 사람이다.”(185쪽)

■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이선희 옮김│해냄 펴냄│312쪽│14,000원   

반도회관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시미즈 미소라. 그녀는 어릴 적에 겪은 한 사건을 계기로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알아본 반도회관 직원 우루시바라와 사토미 스님과 함께 사연 있는 장례식을 담당하게 된다. 미소라는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죽은 사람의 슬픔에 귀 기울이고 남겨진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며 이들을 위로한다. 

책 속 한 문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시간. 그 시간에 관여하는 게 나에겐 매우 숭고한 일처럼 여겨졌다.”(97쪽)

■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강신주 지음│EBS Books 펴냄│352쪽│18,000원   

저자 강신주는 사랑은 ‘한 공기의 밥’과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가령 누군가 배가 고프면 우리는 밥을 해준다. 한 공기의 밥으로 그는 편안해진다. 그렇지만 여기까지다. 한 공기의 밥이면 충분하다. 한 공기의 밥으로 그가 행복을 느낀다고 해서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을 억지로 먹이려 한다면 행복함은 사라지고 배부름의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 그가 다시 배고픔의 고통을 느낄 때, 또 한 공기의 밥으로 그의 고통을 달래주면 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고통을 달래줄 수 있는 만큼만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공기의 사랑’이다. 
이 책은 이렇게 우리 삶의 중요한 화두인 ‘사랑’을 ‘아낌’의 의미로 재해석하고 진정한 아낌을 실천하도록 이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돼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진 않은지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책 속 한 문장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면,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있어 한 공기의 밥만큼만 사랑해야 한다. 스스로 사랑이라고 믿지만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47쪽)

■ 교양수업 365 인물편
데이비드 S. 키더·노아 D. 오펜하임 지음│고원 옮김│위즈덤하우스 펴냄│380쪽│16,000원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익숙한 인물 피타고라스. 그는 수학과 과학을 연구하면 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던 고대 그리스의 신흥 종교 창시자였다. 그의 제자들은 이러한 종교적 신념 아래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을 끼고 있는 두 변의 제곱의 합은 빗변 길이의 제곱과 같다는 것을 증명했고, 무리수와 제곱근의 개념을 내놓아 스승 피타고라스에게 수학의 아버지라는 명성을 가져다줬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총 365명의 인물에 대한 흥미로운 정보를 소개한다. 한 페이지 안에 인물에 대한 개괄적이고 핵심적인 정보를 담아 독자는 짧은 시간 안에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교양을 넓힐 수 있다.

책 속 한 문장

“위대한 이들은 목표를 세우고, 그 외의 사람들은 소원을 갖는다.”(7쪽)

■ 소르본 철학 수업
전진 지음│나무의철학 펴냄│336쪽│15,000원   

저자는 ‘나는 명품 인간이 될 것인가? 아니,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 입학한다. 그리고 유학 생활을 하면서 겪은 다양한 일들을 ‘소르본 철학 수업’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는다. 철학에 아무 관심이 없고 철학을 전혀 몰라도 이 책을 즐기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저자는 철학은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학문이며 인생에서 필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고 이야기한다. 

책 속 한 문장  

“내가 배운 철학은 되묻기의 학문, 곧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공부니까.”(33쪽)

■ 조직생활 가이드
전충렬 지음│무한 펴냄│376쪽│16,000원 

국무총리실 심사평가 과장, 행정자치부 인사과장,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워싱턴 대사관 참사관,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으로 일한 저자가 조직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조직과 구성원의 유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나의 성장을 위해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책 속 한 문장 

“갑일 때의 인간관계 넓히기, ‘역지사지’(易地思之)가 그 출발선이다. 그래서 갑일 때가 덕을 베풀고 인간을 사귀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중략) 갑질하면 갑질로 돌아오고 ‘갑짓’ 잘하면 복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248~250쪽)  

■ 차의 시간을 걷다
김세리·조미라 지음│열린세상 펴냄│312쪽│18,000원   

이 책의 저자는 차를 약으로 끓여 먹다가 차로서 우려먹게 된 배경과 과거 차와 말을 교역하던 차마고도, 누가 더 맛있는 차를 만드는지 겨루던 투다(鬪茶) 문화, 찻그릇과 도자기 기술 등 흥미로운 차의 문화와 역사를 다양한 사료와 유물, 회화를 통해 설명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동에 제약을 받는 요즘, 향긋한 차 한 잔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동아시아의 5,000년 차 문화 여행을 떠나보길 권한다.

책 속 한 문장

“차를 즐긴다는 것은 단순히 차의 뛰어난 색‧향‧미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아가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함께하는 것이었다.”(280쪽) 

■ 우유보다 뇌과학
만프레드 슈피처·노르베르트 헤르슈코비츠 지음│박종대 옮김│The Nan 펴냄│224쪽│14,000원 

독일 뇌과학자와 스위스 소아과 의사인 두 저자는 이 책에서 아이의 성장 과정을 0~12세로 세분해 뇌의 연령별 변화를 설명하며, 아이의 두뇌 발달 과정에 맞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평소 많은 이들이 자신들에게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뇌과학의 관점에서 제시한다. ‘아기의 발달을 촉진하는 법이 있을까?’ ‘아이에게 두 번째 언어를 가르쳐도 될까?’ ‘여자아이와 남자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다를까?’ ‘학습에 흥미를 잃은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은 어떻게 발달할까?’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책 속 한 문장 

“아이들을 돌볼 때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아이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이에게 원하는 일이 아니라 아이에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하는 것이다.”(112쪽)

■ 마음의 오류들
에릭 캔델 지음│이한음 옮김│RHK 펴냄│400쪽│24,000원  

2000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저자 에릭 캔델은 이 책에서 뇌가 어떻게 자폐증과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 등 사람을 황폐하게 만드는 질환을 일으키는지 생물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학술적인 내용과 용어들로 인해 다소 무겁게 읽힐 수는 있으나 실제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가 소개돼 있어 이해하기 수월하다. 

책 속 한 문장 

“의사결정은 대안들이 기술되는, 즉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익보다는 동등한 수준의 손실을 훨씬 중시한다.”(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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