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장인의 일과 삶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
[책 속 명문장] 장인의 일과 삶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10.30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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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진호 기자] 장인이란 말은 여전히 오랜 세월이 묻은 예스러운 단어처럼 느껴지지만, 일본에서는 ‘이요시 콜라’의 코라 고바야시를 ‘세계 최초의 크래프트 콜라 장인’이라 부른다. 가장 대중적인 탄산음료를 제조하는 30대의 콜라 장인. 이 생경함이 나는 왜인지 싫지 않다. 아이보리색 치노팬츠에 블루 셔츠를 입은 단정한 차림의 청년이 내게 다가왔다.<18쪽>

와키 마사유키의 책방 북숍 트래블러, 책방 안에 서로 다른 출판사, 책방 혹은 작가나 디자이너가 책장을 빌려 마음대로 자신의 책장(방)을 꾸미는 꽤나 독특한 모양새의 책방 역시 서로 다른 평범한 오늘이 그저 한자리에 모였을 뿐인지도 모른다. 와키의 책방 히스토리를 훑어보면, 그건 여느 대학생의 대수롭지 않은 일상, 중고서점의 아르바이트로 시작한다.<99쪽>

절약하는 오늘이 아닌 어제를 간직하는 시간. 보다 크리에이티브한, 장인의 날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이 그의 작업이다. 효율을 좇아 옷의 수명을 연장하는 재활용의 반복이 아닌, 어제가 제시한 복식의 디자인을 이곳에 가져오며, 히오키의 옷은 태어난다. 옷을 입는다는, 그 단순한 동작에 숨어 있던 무수한 베리에이션이 새로운 복장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말하자면 히오키 다카야는 ‘스타일링’을 디자인한다.<197>

국립영화 아카이브는 일본 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 수만 해도 100년 넘는 일본 영화사의 축적이고, 실제로 오사와는 “일본 영화는 편수가 너무 많아요. 특히나 1920년대 무렵에는 극영화만 한 해 400편씩 찍어내곤 했어요”라고 힘겨운 처지를 토로하기도 했다. 듣기만 해도 멀고 멀게 느껴지는 시간들. 오사와는 그런 어제와 오늘의 사이를 연결한다. 한 해 10여 차례의 기획전과 더불어, 시절에 따라 찾아오는 영화의 기념적인 날들, ‘숱한 어제’를 상영을 통해 기억한다.<272쪽>

“지금 저희 회사에서 떠오르는 키워드가 ‘하쿠쇼’예요. 영어로 하면 ‘100 works’. 예전에 농사일을 하던 사람들은 수확을 마치고 농한기가 되면 풀을 쑤어서 종이를 만들곤 했대요. 그렇게 생계를 이어갔다고 하는데, 바로 지금도 혼자서 하나의 일을 하는 게 아닌, 네다섯 가지의 일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느껴요.”<360쪽>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
정재혁 지음│꼼지락 펴냄│424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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