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평 10선’으로 보는 한국영화 경향… ‘여성 서사’가 대세
‘영평 10선’으로 보는 한국영화 경향… ‘여성 서사’가 대세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10.2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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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한국영화평론가협회는 지난 26일 작품의 미학성에 주목해 올해 영화평론가들을 사로잡은 열 편의 작품을 ‘영평 10선’으로 선정했다. 매해 선정되는 ‘영평 10선’은 한국영상자료원의 ‘한국영화 100선’ 선정 때 참고 기준이 되기도 한다.

올해 ‘영평 10선’으로 선정된 영화들은 ▲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 ▲홍원찬 감독의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 ▲이해준 감독의 <백두산>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 ▲김용훈 감독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희정 감독의 <프랑스여자>이다. 이상 가나다순.

특히 올해 ‘영평 10선’에 선정된 영화들 중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과반을 차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관하는 ‘벡델데이 2020’이 ‘벡델 테스트’(영화 성평등 테스트 :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성이 두명 이상 나올 것 ▲이들이 서로 대화할 것 ▲대화 내용에 남성과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있을 것)를 바탕으로, 영화의 성평등과 다양성 진작에 기여한 공으로 선정한 ‘벡델초이스10’의 명단과 상당 부분 겹친다.

‘영평 10선’과 ‘벡델초이스10’에 공동으로 선정된 작품은 ▲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 ▲김초희 감독의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희정 감독의 <프랑스여자>이다.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과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까지 합하면 올해 ‘영평 10선’에 선정된 영화 중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는 모두 6편이다. 특히 임대형 감독의 <윤희에게>는 제40회 영평상에서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등 총 3관왕의 쾌거를 안았다.

2017년 10월 할리우드에서 촉발한 ‘미투 운동’이 전 세계를 휘몰아칠 때, 한국에서 100만명 이상 관람한 영화 25편 중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는 나문희 주연의 <아이 캔 스피크>, 염정아 주연의 <장산범>, 김옥빈 주연의 <악녀> 등 고작 3편뿐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영평 10’선에 선정된 영화 중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 역시 3편에 불과했다(<아이 캔 스피크> <밤의 해변에서 혼자> <미씽: 사라진 여자>).

이후 스크린 안팎에서 페미니즘 물결이 확산함에 따라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출연하고, 제작한 영화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번 ‘벡델초이스10’ 선정 기준에 기존 벡델 테스트 항목을 포함해 ▲감독,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촬영감독 중 1명 이상이 여성일 것 ▲여성 단독 주인공 영화이거나, 여성 단독 주연이 아닐 경우 여성 캐릭터의 역할과 비중이 남성 주인공과 동등할 것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시선을 담지 않을 것 등이 포함되면서 일련의 여성 영화 운동 역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오랜 기간 한국영화에서 여성은 영화의 중앙 무대에 오를 수 없었다. 여성들은 성녀(聖女)와 창녀(娼女)의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어머니이자 아내의 역할에만 머물러야 했으며, 언제나 남성들에게 희생당하는 피해자였다. 말 그대로 남성 중심으로 점철된 한국영화판의 주변인이었다. 이런 고질적 양상은 한국영화의 질적 하락을 초래한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이런 구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여성들이 삶의 단독자로 등장하는 영화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청신호다.

책 『페미니즘 영화이론』의 저자 쇼히니 초두리는 “어느 사회에나 ‘타자’(대개 한 사회의 비주류 혹은 소수자에 속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사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러나 타자는 주류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적으로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타자인 것이 결코 불행인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저자의 논의처럼 페미니즘 영화 및 여성 영화 운동은 영화 속에서 ‘젠더’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깨우쳐 줬고, 여성이라는 타자를 또 다른 의미의 새로운 주체로 소환해 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젠더감수성이 뛰어난 영화는 그만큼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잘 보듬는 영화라는 뜻이다. 이러한 영화들이 산업적으로 성공하고, 관객들의 주목을 받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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