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여성 국회의원들에게만? ‘국회의 젠더 감수성’
유독 여성 국회의원들에게만? ‘국회의 젠더 감수성’
  • 송석주 기자
  • 승인 2020.10.27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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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송석주 기자] “어이!”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답변 과정에서 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가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게 뱉은 말이다. 해당 발언은 류 의원이 최 대표에게 공영홈쇼핑 전문위원의 이력 허위기재에 관한 부분을 질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추가 질의에서 류 의원이 해당 발언을 지적하자 최 대표는 “그냥 ‘허위’라고 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만약에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장혜영 정의당 대변인은 “최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우리 당 류 의원에게 ‘어이!’라고 부르는 무례를 저질렀다. 최 대표가 결국 국정감사에서 사과를 했지만, 이는 애초에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행태가 결코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 역시 논평을 통해 “오늘의 사건은 청년 정치인들이 정치권 내에서 겪는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부실한 변명으로 일관한 최 대표는 류 의원에게 다시 제대로 사과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어이’는 감탄사의 한 종류로, 주로 동료나 아랫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 국감장에는 수많은 말이 오가고, 질의응답 과정에서 상대의 말을 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는 실언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언어의 사용은 한 사람의 품격을 대변하는 것으로써 단순한 ‘실수’로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다. 그리고 최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캠프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를 만든 광고 전문가다. 언어의 힘과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류 의원은 1992년생으로 21대 최연소 국회의원이다. 만약에 류 의원이 20대 여성이 아니었어도 최 대표의 입에서 “어이!”와 같은 발언이 나왔을까. 사실 여성 국회의원에 대한 남성 국회의원 혹은 남성 피감기관장의 무례한 언행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이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에게 “한 위원장님을 평소 존경하고 날이 갈수록 더 관록이 쌓이고 더 아름다워지셔서 잘 모시고 하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2017년에 촉발한 미투운동 이후, 젠더감수성에 관한 부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외모품평’은 칭찬이든, 비난이든 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왜냐하면 외모비하는 당연히 인신공격에 해당하기 때문이고, 칭찬 역시 당사자에게는 “앞으로 계속 그런 외모를 유지하라”는 요구와 압박으로 수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복지위원들의 인사말이 끝난 뒤 “외모와 관련된 것은 (발언을) 안 하시는 것으로 우리 상임위에서 조금씩 배려하고 조심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국정감사장에서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현재 교육부장관으로 재직 중인 당시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반말로 발언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불거지자 한 의원은 “불쾌하다면 정중히 사과하겠다. 내가 유 의원의 대학 선배라 긴장감을 놓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지금 이곳은 국감장이다. 저는 개인 유은혜가 아닌 국회의원이자 국민의 대표”라며 “국감장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매우 모욕적이고, 이런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도의가 아닌 것 같다”고 항의했다.

책 『젠더와 사회』의 저자 신경아는 “타인이 원치 않는 성적 관심은 차별이자 폭력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발생 초기부터 단호히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도 한국사회에서 과도하게 확산된 외모중심주의와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타인의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을 조직 문화의 구성원들이 공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위 세 가지 사례 모두 남성이 여성을 얕잡아보거나 성적으로 대상화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국회가 여전히 남성중심사회라는 것을 단적으로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젠더감수성과 성평등 실천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적어도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만큼은 저런 풍경이 등장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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