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가 극찬한 ‘나의 아저씨’... 불행이 불행을 위로하다
파울로 코엘료가 극찬한 ‘나의 아저씨’... 불행이 불행을 위로하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20.10.23 08: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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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나의 아저씨']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연금술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한국 드라마에 찬사를 보냈다. 해당 드라마는 2018년 tvN에 방영된 후 지난 6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나의 아저씨’. 코엘료는 “16화까지 못 볼 줄 알았는데, 인간 심리를 완벽히 묘사한 작품”이라며 “엄청난 각본과 환상적인 연출, 최고의 출연진에 찬사를 보낸다”고 전했다. ‘올드 미스 다이어리’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가 쓰고,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PD가 연출한 ‘나의 아저씨’는 현대인의 내면 깊숙한 불안과 고통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 (명대사로) 깊은 위로를 전하면서 뭇사람의 인생 드라마로 손꼽히고 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세상 모든 불행을 모은 불행 결정체와도 같다. 극 중 이른바 ‘징글징글한 삼형제’ 중 둘째인 박동훈(이선균)은 자신의 아내와 불륜 관계인 대학 후배를 상사로 모시면서 집과 직장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첫째 형 박상훈은 회사에 다니다 뇌물수수로 해고돼 할 일 없는 백수, 셋째 박기훈은 한때 주목받는 신인 감독이었으나 지금은 나이 사십이 넘도록 연봉 500만원의 연출보조 신세다. 그 친구들 역시 한때 은행부행장, 자동차연구소장, 제약회사 이사였으나 지금은 퇴직해 모텔에 수건을 대고, 미꾸라지를 수입하고, 계단 청소로 근근이 생계를 꾸리는 상황. 이들의 동창이자 단골 술집 ‘정희네’의 주인 정희 역시 첫사랑의 아픔 속에서, 술집 단칸방 생활 탈출을 꿈꾸는 신세. 박동훈 회사의 계약직 직원 이지안(아이유)은 부모 없이 홀로 아픈 할머니를 모시며 빚쟁이에게 갖은 수모를 당하는 처지다.

가난, 이별, 배신, 병, 빚... 드라마는 세상 모든 불행의 다채로운 면을 극대화해 강조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런 불행이 거북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집단상담 심리치료 참가자가 나와 같은 고통을 겪는 누군가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얻듯 시청자는 주인공들이 내뱉는 불행의 말과 행동에 깊은 위로를 체감한다.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 마. 그냥 모른척해. 너희들 사이에서는 다 말해주는 게 우정일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른척하는 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 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받은 걸 아는 사람(은 가까이 하기에) 불편해... 보기 싫어. (누가 나를 욕하는 것 혹은 그 사실로 내가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러면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사내 정치에 휘말려 불합리하게 천대받는 박동훈을 두고 부서원마저 험담을 하고, 그 사실을 이지안을 통해 전해 들은 박동훈은 이렇게 말한다. 모르면 된다고... 다만 타인을 향한 앎의 중요성은 강조하는데, 자신을 음해하려는 세력과 동조했던 사실을 털어놓은 이지안에게 박동훈은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라고 말한다.

인간관계에 이어 불안의 심리도 다룬다. 과거 촉망받는 영화감독과 유명 배우로 만났지만, 그 만남 이후 인생의 내리막길을 걸어온 기훈과 나라. 우연히 (계단 청소 일을 하는) 기훈을 다시 만난 나라는 그 모습에 큰 위로를 얻는다.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며 살아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그게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언뜻 타인의 불행을 통해 위로를 얻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 독일어로 ‘피해를 즐기다’란 뜻)로 여겨질 수 있으나, 주인공의 불행이 통쾌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동질감을 느끼고 깊은 위로를 얻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불행을 불행으로 위로하는 ‘동병상련’에 가까운 모습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책 『드라마 속 대사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다』에서 ‘나의 아저씨’를 언급하면서 “그래, 결국은 다 버텨낼 수 있어. 당장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그건 언젠가 지나갈 거야. 치유될 수 없을 것 같던 깊은 상처도 결국 아물 것이고, 그건 삶의 훈장처럼 훗날 우리를 즐겁게 해줄 추억담이 될 거야. 벽면 가득 수많은 사람이 남겨놓은 낙서처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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