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하지만…
[리뷰]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하지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20.10.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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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그건 모르겠고요, 아직 이 사회에는 문제점이 많아요. 제가 할 일은 지금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일은 조금이라도 불평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거지요. 복지의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제도를 정비하려는 걸 방해하는 사람들의 그릇된 고정관념도 깨야 해요. 그게 제 의무예요.” 

불평등의 크기가 그리 심하지 않은 나라에 찾아가 그 비결을 묻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당신들이 행복하게 살게 된 이유를 알려달라’는 제작진의 말에 누군가 이렇게 답했다. 마치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에 이어 8강에 진출하게 하고도 “나는 아직 배고프다”고 말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잘한 점을 늘어놔도 모자를 판에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 것이다. 하긴, 히딩크가 “이정도면 배부르다” 하며 배를 땅땅 두드렸다면, 우리나라는 4강까지 가지 못했을 것이다.    

히딩크와 마찬가지로 사회학자 오찬호는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속기 시작했다』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등 지난 열한권의 책에서 그는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부족한 점들을 말해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불평을 멈추지 않아야 세상은 더 살기 좋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 출간된 열두 번째 책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에서도 세상을 위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사회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불평등에 노출돼 삶이 위태로운 사람이 반드시 있다. 곳곳에 편리한 첨단시설이 들어서도 어떤 노동자는 창문 하나 없는 휴게실에서 죽어간다. 손가락 절단 사고는 과거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허술한 안전장치로 인해 공장에서 죽는다. 성차별은 줄었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데이트폭력의 위협에 시달린다. 모든 것이 다 배달되면서 개인의 편리가 증가했다는 사실이 하루 열다섯 시간씩 배달하는 ‘그’ 사람의 고충을 해결하지는 않는다.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시작한 그는 행복과 차별, 교육, 성평등, 무례함, 일상에서 여전히 불편한 것들을 찾는다.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 위해 개선할 점들을 예민하게 좇는다. 그는 이 분야에서 프로다. 선진국을 가리는 리그가 있다면 대한민국을 16강에서 8강, 4강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그의 불평을 읽어보자.   

『세상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말한 적 없다』
오찬호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228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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